"로봇시장 정보 비대칭, '마로솔'이 해결해드립니다"
로봇 시장은 아직 산업 형성의 초기 단계다. 로봇을 도입하려는 새로운 수요처는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정작 이들이 좋은 로봇을 어디에서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 정보를 알기 어렵다. 반대로 로봇 제조사나 시스템 통합(SI) 업체는 안정적인 판로를 찾는 일이 또한 난제다.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는 지금 로봇 시장이 직면한 문제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꼽았다. 그래서 그는 로봇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교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20년 회사를 차리고 국내 최초 로봇 자동화 플랫폼 '마로솔'을 만든 이유다. 김 대표는 국내 로봇 시장의 현황과 과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2017년부터 두산로보틱스 국내외 영업팀장을 맡아오며 업계가 마주한 어려움을 경험했다. 지디넷코리아는 김 대표를 만나 국내 로봇 시장 질서와 산업 발전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 "로봇 공급사-고객 연결로 시작한 서비스 '마로솔'" “마로솔은 처음에는 공급자와 수요자 데이터를 모아서 매칭을 해드리는 역할로 시작했어요. 그것만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하고, 통합 관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금융이나 마케팅 지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어요.” 빅웨이브로보틱스 사업 영역은 크게 로봇 플랫폼 '마로솔'과 이종로봇 통합관제 시스템 '솔링크', 지난달 런칭한 로봇 인증 브랜드 '베슬로'로 구성된다. 마로솔은 로봇을 용도와 종류별로 모아놓은 일종의 쇼핑몰이다. 서빙·안내로봇과 청소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 서비스 로봇부터 물류로봇과 협동로봇, 산업용 로봇 등 수백 가지 제품군과 중고 로봇까지 취급한다. 마로솔의 강점은 특히 로봇을 작업장에 맞게 도입하는 전 과정을 통틀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용 로봇은 전문 SI 업체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서비스나 물류 영역에서는 자체적으로 로봇을 직매입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해준다. 사후 관리도 직접 지원한다. “국내 SI 업체들이 대부분 제조 쪽에 치중돼 있어요. 물류, 서비스 영역을 전담하는 분들이 부족한 상황이라 직접 시스템 구현에 나섰어요. 전체 직원 50명 가운데 로봇 전문 엔지니어가 약 35명 계셔서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죠.” ■ "이종로봇 관리 솔링크 하나로…SDK 배포도 앞둬" 김 대표는 로봇을 파는 일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에 나서면서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에도 주목했다. 로봇 브랜드에 관계없이 수 많은 제품을 한 화면에서 관제·제어할 수 있도록 '솔링크' 서비스를 마련했다. 솔링크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 브랜드 제품에 대해 상당 부분 구현을 마쳤다. HD현대로보틱스, LG전자, 오므론, 오리온스타부터 키논과 푸두로보틱스 제품 등도 연동됐다. 글로벌 청소로봇 제조업체 가우시움과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다. 솔링크를 이용한 관제 기능과 자율주행 사용성 제고 등 기술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가우시움은 세계 상업용 청소로봇 분야에서 연간 3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다. 기존까지 여러 제조사 로봇을 연동하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이런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라 업계 내에서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로봇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했기 때문에 여러 제조사들로부터 소프트웨어 연동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던 것 같아요. 판로를 정해둔 다음, 제품을 더 잘 쓸 수 있는 방안으로 솔링크를 제시했죠.” 김 대표는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를 내년 초 배포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금까지 이종로봇 간 연결을 직접 지원해왔지만, 향후 누구나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 "어떤 로봇이 좋은 로봇일까요?" 마로솔이 여러 프로젝트로 고객을 만나면서 쌓인 데이터는 '좋은 로봇'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됐다. 마로솔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로봇 인증 브랜드 '베슬로(Vesselo)'를 선보였다. 베슬로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 중소형 브랜드 제품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지만 검증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철저한 사후관리가 가능한 제조사의 로봇에 브랜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제품을 선별해 자동화 도입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초기 공급 기업은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영세한 로봇 공급 업체들이 많아요. 특히 SI 업체들은 자동화 설비 설계 역량이 뛰어난 곳들도 대부분 홍보나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죠. 이런 곳들이 로봇을 더 잘 파실 수 있도록 검증하고 도와드릴 생각이에요.” 베슬로는 현재 자율주행로봇(AMR)과 팔레타이징, 비전피킹 등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현장 상황에 맞는 솔루션 추천부터 금융상품 결합과 지원사업 매칭도 돕고 있다. ■ "미래 로봇 생태계 구축 선도할 것" 마로솔은 이같은 역량을 토대로 연간 100여건에 달하는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50억원보다 약 2~3배 가량 늘었다. 로봇 생태계를 키워나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베슬로뿐만 아니라 영세한 로봇 공급사를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SI 경쟁력 강화 포럼'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발표에서 “SI 기업은 로봇 생태계 모세혈관이자 뿌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산업 현장에 가보면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실감해요. 로봇 자동화를 원하는 고객이 정말 많아지고 있죠. 지금도 좋은 하드웨어가 많이 있지만 로봇 서비스가 산업화가 돼야 해요. 업계 관계자 분들이 생태계를 만들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습니다.”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 프로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06년, 두산그룹 Tri-C팀 전략기획- 2010년,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주재원, 채널영업 담당·전략팀장- 2017년, 두산로보틱스 국내·외 영업팀장- 2020년~현재,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