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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베수비오 화산 두루마리 '2000년 비밀' 풀었다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새까맣게 타버린 고대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에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CNN과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은 AI를 활용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탄화된 두루마리 내부 내용을 완전히 해독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성과는 서기 79년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이 화산재와 부석에 묻혔을 때 보존된 두루마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해독하는 국제 경진대회 겸 연구 프로젝트인 '베수비오 챌린지(Vesuvius Challenge)'를 통해 이뤄졌다. 베수비오 화산에 묻힌 파피루스 두루마리들은 심하게 불에 타 보존 처리에 애를 먹었다. 학자들은 수세기에 걸쳐 무게추, 화학 물질, 가스 등을 이용하거나 강제로 분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두루마리를 펼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대부분 문서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고대 문서를 연구하는 파피루스학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은 지난 25일, 'PHerc. 1667'로 명명된 두루마리 생존 부위를 디지털 방식으로 해독해냈다. 물리적인 훼손 없이 두루마리 내부 전체를 가상으로 풀어 읽어내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독 결과 1.5m 길이에 달하는 그리스어 텍스트가 20개 열에 걸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한 두 번째 두루마리인 'PHerc. 172'에서도 70개 열이 넘는 텍스트를 복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두루마리를 가상으로 푸는 과정은 꼬불꼬불하게 말려 굳어진 파피루스를 고해상도 CT(컴퓨터단층촬영)로 스캔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연구진은 스캔 이미지에서 곡선 형태로 겹쳐진 층들을 추적해 가상 평면으로 펼친 뒤, 페이지에 남아 있는 미세한 잉크 흔적을 식별하도록 훈련된 고급 AI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문자를 분석했다. 베수비오 챌린지 공동 설립자이자 켄터키 대학교 컴퓨터 과학자인 브렌트 실즈 교수는 "거의 2000년 동안 이 문서들은 물리적으로는 보존되었지만 지적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다"며, "첨단 영상 기술, AI, 학술 연구 및 혁신 경진대회를 결합한 수년간의 학제 간 노력 끝에 마침내 우리는 이 문서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의 파피루스학자 페데리카 니콜라르디 교수는 "PHerc. 1667의 일부는 1980년대에 실제로 펼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겹쳐진 층들 때문에 글씨가 너무 심하게 가려져 사실상 읽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필체와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PHerc. 1667' 두루마리는 기원전 2~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헤르쿨라네움 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문헌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텍스트는 윤리, 지식, 인간 행동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에 따라 행동할 것을 권하는 등 스토아 철학 사상을 깊이 있게 반영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연구진은 또 다른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인 'PHerc. 139'의 끝부분을 분석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필로데무스의 저서 '신들에 관하여'가 최소 8권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이 저서는 기존에도 존재가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발견으로 이 시리즈가 최소 8권까지 이어졌음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시리즈에 속하는 추가 본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헤르쿨라네움 소장품 내 다른 문헌들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화산 폭발 당시 율리우스 카이사르 황제의 장인이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저택(파피루스 별장)에서 발견된 두루마리 중 아직 열리지 않은 것은 600개가 넘는다. 이번 AI 해독 기술의 성공으로 고대 로마와 그리스 문학•철학 연구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6.07.02 11:33이정현 미디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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