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높아진 백내장 보험금 수령…공정위·보험업계 '갑론을박'
지난해부터 백내장 보험금 수령 기준이 엄격해지며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면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손해보험업계를 대상으로 '백내장 보험금' 담합 의혹 관련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선 보험금은 규정에 맞춰 지급된 것일뿐, 담합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어 향후 결과가 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백내장 보험금 담합 의혹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공정위가 2016년 2월 자동차보험료 가격 담합 의혹 명목으로 손보사 현장조사를 착수한지 약 7년여 만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관들이 오는 12일까지 관련부서와 조사,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제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나온게 전혀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내장 보험금 담합의혹 관련 조사 진행 여부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왜 백내장 보험금을 문제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백내장 과잉진료를 예방하고 실손보험금 누수 방지를 예방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개정안'이 시행됐다"며 "보험금 수령 기준이 기존보다 엄격해졌고 소비자 불만도 많아진 것으로 해석되지만 보험사들은 해당 개정안 가이드라인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 중”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개정안은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 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 ▲진료비용이 합리적인 사유없이 공시된 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시하는 치료·입원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등 보험사기 행위 등이 의심될 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백내장 질환 유무와 무관하게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당 개정안 이후로 정밀현미경 검사 등 보험업계 심사결과가 인정될 경우만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다. 규정 시행 전과 비교해 본다면 보험금을 요청할 수 있는 기준이 높아진 것이다. 이 영향으로 여러 기관에서 집계한 백내장 보험금 관련 민원은 증가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 전체 민원은 2021년 대비 9.5% 증가한 3만5천157건을 기록했는데 이 중 6천13건은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관련 민원으로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백내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살펴봐도 2020년 6건, 2021년 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51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해 지난해 피해구제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백내장 과잉진료 억제 효과가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익은 개선됐다. 보험 손익은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제외한 액수다. 지난달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익은 1조5천300억원 적자로 2021년(2조8천600억원) 대비 1조3천300억원 적자 폭이 줄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아직 백내장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백내장 과잉진료 규모가 2021년 대비 30%가량 줄었는데 이를 대폭 개선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백내장 실손은 여전히 적자 폭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