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해외 경쟁사와 손잡고 '탄소중립' 박차
국내 반도체 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해외 고객은 물론 경쟁사와도 손잡았다. 생태계가 건강해야 산업이 지속가능하다는 데 너나없는 모습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면 탄소중립이라 한다. 반도체는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제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 실리콘 원판(Wafer·웨이퍼)에 회로를 그리고 불순물을 씻어내는 데 막대한 물을 쓰고,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리느라 전력 사용량도 많다. 27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세계 64개사가 반도체기후협력체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동진쎄미켐이 지난해 협력체 창립부터 동참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램리서치·마이크로소프트·마이크론테크놀로지·인텔, 네덜란드 ASML·NXP, 일본 니콘·도쿄일렉트론, 대만 TSMC·난야테크놀로지도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기후협력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소통하기로 했다. 매년 얼마나 감축했는지 공개한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은 지난주 대만 난야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친화 경영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탄소발자국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표준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 원인을 알아내고 탄소발자국을 줄일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SK실트론은 SEMI 반도체기후협력체보다 10년 빠른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SK실트론 관계자는 “고객과 오래 협력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 웨이퍼 공급사로서 고객과 온실가스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자와도 뜻을 모았다. 올해 초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10억 달러어치 발행했다. SLB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친화 경영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따라 이자율을 정하는 채권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까지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을 2020년보다 57% 감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했다”며 “당초 목표 발행액을 5억 달러로 정했으나 304개 기관 투자자가 기대 이상 관심을 나타내 10억 달러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