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vs"내려"...배달비는 왜 '공공의 적' 됐나
지난달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월 이용자수는 총 2천923만명가량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단건배달 주력인 쿠팡이츠 이용자는 321만명으로 1년새 반토막 났다. 매달 거뜬히 3천만명을 웃돌던 이용자수는 어느새 2천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배달앱 이용자 1천950명과 소상공인 1천5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앱 이용자 절반, 소상공인 75% 이상이 “배달비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난 뒤 잦은 야외활동과 계절적 요인, 그리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배달비용에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배달앱 이용률 저하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이처럼 천정부지 배달요금에 반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어난 반면, 라이더들은 그럼에도 "기본 배달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구 하나 만족하지 못하는 배달료에 대한 불만은 어떻게 생겨나게 됐을까. 또 합리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미 오를대로 올랐는데…라이더 "배달료 인상" 요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공덕B마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배민 물류 서비스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이 현재 3천원인 기본 배달료를 4천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들로 구성된 라이더들은 배민 앱을 통한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원) 주문 배달을 전담하고 있다. 배민은 소비자와 음식업주로부터 건당 배달료 6천원(중개 수수료 별개)과 일정 거리 초과 시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재작년 배민은 요금 산정 기준을 직선거리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로 바꿨지만,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료'는 9년째 3천원으로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라이더 수익으로 잡히는 배달료가 늘면, 당연히 소비자와 음식업주 비용 부담이 커진다. '공공의적' 배달비, 언제부터 생겼나 고객들은 치솟은 요금에 피로감을 느껴 배달을 기피하는 데 반해 라이더들은 올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한쪽에선 배달료를 내려야 한다는 얘기를, 다른 쪽에선 올려야 한다는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원래 무료였던 음식 배달에 요금이 따라붙으면서 복수 이해 관계자가 생겨났고, 이들 간 갈등이 커지고 서로 불만이 야기된 것. 이전에 없던 배달비가 갑자기 생겨난 건 배민과 요기요 등 중개 사업자와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다. 음식업주에게 전화로 주문하면, 라이더가 배달해주던 기존 방식은 배민과 요기요 출현으로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됐다. 배민과 요기요가 나타난 뒤, 흔히 소비자는 앱 지면에 노출된 음식업주 가게를 통해 주문해 음식을 받게 됐다. 이때 음식업주는 앱 이용대가로 중개 수수료(광고)를 낸다. 소비자 배달비와 무관하게, 가게 광고 효과에 대한 비용을 음식업주가 중개 사업자에 지불하는 것이다. 대행 플랫폼 낀 단순 중개서 단건배달…배달 주축 라이더 공급 체계 '다양' 우리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다른 영역이다. 소비자와 가게 음식업주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배민 역할은 끝난다. 배달 주체인 라이더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건 음식업주와 대행 플랫폼이다. 바로고·생각대로·메쉬코리아(부릉) 등 배달대행사가 음식업주에게 라이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별도 수수료를 받아 배달 인력을 공급한다. 한 집에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배달로 쿠팡이츠가 배달 시장에 참전한 데 이어, 배민에서 배민1을 출시하며 또다른 배달비 유형이 생겼다. 라이더가 배민, 쿠팡이츠와 직접 계약 관계를 구축한 것. 소비자가 배달 주문하면 배민 전업 라이더가 배달하는 형태다. 배민1, 쿠팡이츠를 쓰는 음식업주가 내는 수수료의 경우, 중개료(광고)와 배달비로 나뉜다. 업주는 플랫폼에 중개료를, 라이더에게 배달비를 지불한다. 이 배달비는 소비자 비용(배달팁)과 점주가 지불하는 요금(배달료)으로 구성됐다. 배달비는 음식업주가 선택한다. 배달비가 6천원이면 소비자에게 4천원을, 업주는 2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라이더 일감 경쟁→배달료 인상…배민 '알뜰배달' 도입에도 라이더 '분통' 한 단계 더 나아가 최근엔 배민, 쿠팡이츠가 배달대행사에 라이더를 위탁하는 외주 사례도 늘고 있다. 단건배달이라도, 배민 전업 라이더가 아닌 바로고나 생각대로 소속 라이더들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배민 라이더들이 기본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기류 때문. 기존과 일감은 비슷한데 바로고, 생각대로 라이더와 나눠 가지면, 배민에서 일하는 생계형 전업 라이더들의 배달건수와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자연스레 줄게 된다. 소득을 유지하려면, 이전보다 배달비를 높여 줄어든 업무량을 메워야 한다. 얼마 전 배민 라이더 집회가 열린 날, 배달의민족은 배달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알뜰배달'을 도입했다. 단건배달(배민1)처럼 배민 라이더가 동선에 따라 최적묶음배달을 시행해 업주와 소비자 배달비를 낮추고, 전업 라이더 배달건수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쿠팡이츠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최적화 배달'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만, 배달 플랫폼 노조에선 기본 배달료를 줄여 라이더 희생을 강제하는 정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알뜰배달 요금 체계는 라이더 약관상 '구간배달' 기준을 따르는데, 음식 수령 시 요금 1천200원(서울), 전달할 때 1천원, 100m당 구간 요금 80원으로 기본 배달료가 3천원에서 2천200원으로 외려 적어진다는 주장이다. 배민·음식업주부터 라이더·소비자까지 '복잡'…정부 정책도 "글쎄" 정리해보면 복수 배달 종사자들에 의해 요금이 형성된 터라, 균형가격(배달비) 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음식업주가 마진을 크게 남기려면 소비자에게 더 많은 배달팁을 물리거나,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 배민 등 플랫폼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겐 배달비 감축을 위한 서비스를, 라이더들을 대상으론 배달건수를 높여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하게끔 양방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플랫폼과 점주, 여기에 라이더까지 더한 다원화 시장 구조로 시장 참여자 모두 충족할 만한 가격이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에서도 이를 바로잡고자 매달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쉽게 개선점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시제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앱별 배달료를 고지해 가격 안정화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는 취지로 작년 초부터 발표해왔지만, 안정적인 배달비를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배달비 증감"…팁 문화 정착 의견도 시장 수급 논리에 따라 배달비가 오르내리는 건 당연하다고 전문가는 진단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비자 수요가 줄면 전체 가격(배달비)이 떨어지고, 배달 선호도에 따라 앱 이용이 증가하면 당연히 배달비는 다시 오를 것"이라며 "이 과정이 반복돼 결과적으로 과열된 시장은 본연의 규모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라이더 배달료를 줄이거나 배민 등 사업자가 수수료를 인하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면서도 "정부가 개입해야 할 시장인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음식업주와 플랫폼, 라이더 등 이해 관계자 사이 합의점을 찾도록 소통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소비자가 획일적으로 배달비를 내기보다, 서비스 만족 시 돈을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달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폭우·폭설이 쏟아지는 기상 악재나 먼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할 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팁을 주는 해외 사례를 참조해볼 만하다"며 "강제적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대신, 고객 만족도를 충족할 때 요금이 정산되면 결과적으로 배달 서비스 품질 제고를 꾀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