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알뜰배달'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올 초 출시한 '알뜰배달'은 기존 한집배달과 달리, 동선에 따라 최적 묶음배달로 이용자와 점주 배달비 부담을 덜어내고 라이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가령 치킨과 탕후루 배달을 배정받은 라이더가 치킨을 고객에게 전해준 뒤, 탕후루 가게에 들려 다시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은 한집배달이다. 알뜰배달 서비스는 치킨과 탕후루를 모두 오토바이에 실어 라이더가 고객 두 명에게 한 번에 배달하는 형태다. 라이더 업무 효율과 수입을 높일 수 있게 한 알뜰배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5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우아콘) 2023'에서 우아한형제들 라이더서비스팀 김해니, 윤예지 프로덕트매니저(PM)는 알뜰배달 기획 과정을 소개했다. 라이더서비스팀은 배민 라이더 앱인 배민커넥트를 개발, 관리하고 있다. 배민 입사 1년 차, 총 경력 5년 차 윤예지 PM은 어느날 미션을 부여받았다. 이용자는 배달비를 덜 내고, 라이더들은 돈을 더 버는 배달 서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 배민커넥트는 라이더 전용 앱으로 지도가 화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윤예지 PM은 라이더들이 어떻게 알뜰배달을 받아들일지 골몰했다. 윤예지 PM은 “라이더가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을 구분하는 방법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과연 알뜰배달이라는 표현이 라이더에게 적합한지도 따져봤다”고 말했다. 이용자 입장에서야 알뜰배달이지만, 라이더들이 이를 '알뜰한 수익'으로 간주하면 난색을 표할 것으로 우려했다. 10년 차 김해니 PM도 라이더에게 알뜰배달을 어떻게 소개할지 처음엔 막막했다고 한다. 김 PM은 “이용자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라이더 시각을 고려하는 게 중요했다”며 “(배달 지역) 범위가 넓고 이해관계자들도 많은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이 배달건수를 확인하는 시간에는 제약이 있고, 따라서 운행 중 화면에 띄울 콘텐츠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했다. 윤 PM은 “처음에는 80명 가까운 관계자들이 한 채널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했다”며 “이후 라이더 관련 담당자만 추렸고, 소수인원이 머리를 맞대니 협의가 이전보다 자유롭고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신속히 결론을 내리는 대신, 라이더 한 명 한 명 소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최종 결과물에 다다르기까지 최종 전 수정, 다시 최종, 이어 또다시 수정을 거치는 등 '최최종' '최최최최종'의 반복된 검토 기간이 있었다고 두 PM은 회상했다. 윤 PM은 “평소 앱 리뷰나 이메일 문의, 그리고 라이더 커뮤니티를 꼼꼼히 살펴봤다”며 “알뜰배달 출시 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라이더들과 따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에게 불편한 점과 개선점을 묻고, 요구사항을 서비스에 반영했다. 알뜰배달 특성상 두 개 이상 배달이 묶여 추천되다 보니, 라이더가 확인할 배달료 정보도 늘어났다. 윤 PM은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중간에 총 배달료를 크게 표시해 가시성을 높였다고 했다. 배달 구간 역시 다른 곳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진행하는 배달은 바로배달, 여러 구간을 지나는 경우 구간배달로 나눠 표시했다. 배달료 계산 기준에 대한 라이더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선택적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툴팁을 제공하고 정산내역에서 배달을 끝마친 후 함께 계산된 배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한집배달이 배달 시작점부터 도착 장소까지 거리로 배달료를 계산한다면, 알뜰배달은 복수 배달을 아우르는 셈법이 필요했다. 라이더가 수행할 배달 업무를 A, B로 가정하면 A 배달과 B 배달 사이 배달료 기준 거리를 뺀 만큼 새롭게 요금을 추산해야 했다. 김해니 PM은 “일반 커머스 생태계와 달리 분주하고 산만한 배달 환경을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라이더 애로사항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기 위해 특히 무게를 뒀다”고 강조했다. 이런 5개월간 기획, 개발 과정을 끝으로 알뜰배달이 완성됐다. 김 PM은 “앞으로 배달 서비스 출시 전, 라이더들이 베타테스트를 해볼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며 “더 많은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얻는 방법과 복잡한 문제에 직면할 때 더 나은 해결책을 내놓는 게 우리가 떠안은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