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 때, 호르몬이 뇌에 직접 영향 미친다···다이어트에 활용?
'출출할 때 넌, 네가 아니야' 유명 초코바 광고 문구이다. 배가 고플 때 감정이 날카로워지거나 평소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통념을 겨냥한 광고이다. 이는 뇌와 장의 실제 움직임을 반영하는 말일 수도 있다. 장에서 나오는 배고픔 호르몬이 뇌에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인 해마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이어트나 섭식 장애 치료를 위한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의 이 연구는 학술지 '뉴런(Neuron)'에 최근 실렸다. 연구진은 넓은 공간에 먹이를 두고 쥐들을 풀어놓았다. 쥐들이 배고플 떄와 그렇지 않을 때 어떻게 활동하는지 관찰하며, 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특히 기억 형성과 행동 조절에 관여하는 등 의사결정 기능을 담당하는 복측해마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쥐들은 모두 먹이를 탐색하는데 시간을 썼으나, 배고픈 쥐만 실제로 먹이를 먹었다. 쥐가 음식에 다가서면 복측해마 영역이 활성화되며 먹이를 먹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배고픈 쥐는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에 반응해 복측해마 영역의 활동이 약해지며 먹이를 먹었다. 장에서 나와 혈관을 타고 이동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강력한 뇌-혈관 장벽을 뚫고 뇌에 들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신체엔 뇌에 위험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장벽이 있어 생체 분자들이 뇌에 들어오는데 제약이 있다. 복측해마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지 않도록 하자 쥐는 마치 배부른 상태인 것처럼 음식을 먹지 않았다. 복측해마 뉴런에서 그렐린 수용체를 제거해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었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장에서 만들어진 후 뇌-혈관 장벽을 뚫고 해마 부위에 들어가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먹는 과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UCL 앤드류 맥아스킬 연구원은 "마치 평소엔 해마가 과식 위험을 막기 위해 먹이를 먹으려는 본능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가, 정말 배고플 때엔 호르몬이 뇌에 작용해 브레이크를 풀고 음식을 먹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섭식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배고픔이 학습이나 기억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논문 제목은 Internal-state-dependent control of feeding behavior via hippocampal ghrelin signaling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