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사업 환경 갈수록 위축...T커머스와 구분 필요"
송출수수료 부담 증가, OTT 등 새로운 미디어 부상으로 인해 TV홈쇼핑 사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TV홈쇼핑과 T커머스 역무 구분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T커머스와 TV홈쇼핑은 양방향성, 생방송 여부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T커머스의 경우, 최초화면은 전체 화면 절반 이상을 문자·숫자·도형·도표·이미지·선택 메뉴 등 데이터로 구성해야 하며, 생방송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T커머스 사업자 측에서 사업 활성화를 이유로 규제 완화를 요구, 주무 관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생방송 허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TV홈쇼핑 측은 TV홈쇼핑이 T커머스보다 공익적 의무가 크다는 점, 규제가 완화될 경우 채널 간 경쟁이 심화하고 송출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학회가 10일 주최한 'TV홈쇼핑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인하대학교 하주용 교수는 “소비자가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꽤 됐으나, TV홈쇼핑은 데이터홈쇼핑 대비 높은 수준의 공익성을 요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데이터홈쇼핑 생방송 허용의 문제점으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위배 ▲방송법 규율체계 모순 야기 ▲데이터방송 도입 취지 몰각 ▲선호 채널 경쟁 심화 ▲시청자 복지 훼손을 지적했다. 그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5조에 따르면, 동일한 서비스로 볼 수 있는 경우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 통해 데이터홈쇼핑에서 라이브 방송이 허용된다면 실제 데이터방송과 TV홈쇼핑 방송 구분이 불가능해진다. 또 엄격한 규제와 공적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TV홈쇼핑 채널에 비해 데이터홈쇼핑 채널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호서대학교 변상규 교수는 “현재 유료 방송 시장은 성장이 정체되고, OTT 등 강력한 경쟁 미디어 등장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도 고갈되는 추세”라며 “17개에 달하는 채널 수와 높은 송출 수수료 등 현실적 한계를 가진 홈쇼핑 사업에서 경쟁 심화가 시장 과열을 초래해 소모적인 경쟁으로 이끌 가능성 있다. 홈쇼핑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토론 시간 한국TV홈쇼핑협회 강명훈 팀장은 “갑자기 정부가 정책을 변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2015년 정부가 T커머스 생방송을 금지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변경한다면, 지난 8년 반간의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최소한의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강 팀장은 “두 사업은 엄연히 다른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서비스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도입 때부터 다른 서비스로 출발한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가 T커머스 생방송 규제 완화 시 채널간 경쟁이 심화하고 송출수수료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우려 하고 있다”며 “지금 T커머스 시장 정체는, TV를 통한 커머스 자체가 정체된 것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한국 유료 방송 시장이 가진 기형적인 구조에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이를 떠받치고 있다. 이 위기를 내버려 두면 결국 유료 방송 전체 위기 올 것”이라며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고민해야 한다. 오늘 논의가 정부 정책에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김세원 팀장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시장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사업자 간 대립이 크고, 시청자가 유료 방송을 외면해 버릴 수 있는 결과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책의 신뢰성 일관성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관련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법무법인 인 김용상 변호사는 “방송법 제2조를 보면, 텔레비전 방송은 순간적인 영상, 데이터방송은 데이터를 위주로 하는 영상이라고 명시돼있다. 만약 데이터방송에서 라이브 방송을 허용한다면 그들은 손쉬운 수익 모델인 라이브 방송에 집중해 기술 발전을 등한시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데이터 홈쇼핑을 도입한 정책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김 변호사는 “라이브 방송은 위험을 안고 있는 방송이다. 규제 수준이 다른 데이터 홈쇼핑사에도 라이브 방송을 허용해 준다면 그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다. 데이터방송은 사실상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어 진입 문턱이 낮은데, TV홈쇼핑사와 똑같은 허용은 법 체제에 반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상 기본 원칙인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강원대학교 김활빈 교수는 “시청자 입장에서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구분이 어렵다고 두 사업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홈쇼핑은 시작할 때 방송이라는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규제를 강하게 적용 받았지만, 데이터방송은 상황이 달랐다”며 “시장은 합리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규제나 운영에 있어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노창희 소장은 “IPTV나 케이블TV도 융합 서비스이기 때문에, 융합 매체로서 방송은 시청자 권익을 채워주는 부분도 있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해 주고 편익을 보장해 주는 측면도 있다. 이 부분에 있어 국내 홈쇼핑 사업자만큼 기여한 사업자는 없다고 평가한다”며 “현재 미디어 산업이 직면해 있는 현실에 기반해서 TV홈쇼핑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패널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관중으로서 질의한 한국T커머스협회 서우람 실장은 “데이터홈쇼핑 규제 개선 논의는 해묵은 논쟁이다. 정부에 시의적절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지금 시기에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기득권을 보호하고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데이터홈쇼핑 진흥 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