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회복? 낙관론 금물...반도체 기업들 보수적 전망 여전
TSMC·ASML 등 반도체 시장 주요 업체들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낙관론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보수적 의견도 존재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올 하반기 주력 사업 분야의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반도체 노광장비 1위업체 네덜란드 ASML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TSMC는 올 2분기 매출 4천80억 대만달러, 순이익 1천818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13.7%, 23% 감소한 수치지만,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았다. 증권가는 TSMC가 매출 4천790억 대만달러, 순이익 1천730억 대만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ASML은 2분기 순매출 69억 유로, 순이익 19억 유로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7.7%, 35.7% 증가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순매출 67억4천만 유로, 순이익 18억2천만 유로) 역시 상회했다. 업계는 이들 업체가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 불황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고객사 재고가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HPC(고성능컴퓨팅)·AI(인공지능) 수요 증가, 첨단 파운드리 공정 확대 등도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다. 다만 하반기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예의주시된다. TSMC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연 매출이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전망치인 한 자릿 수 감소에서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TSMC는 "거시경제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 올 4분기까지도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강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수요가 두드러지기는 하나, 이 역시 시장 전반의 수요 감소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TSMC의 매출에서 서버향 AI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으로, TSMC는 5년 뒤 이 비중을 1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SML은 올해 연 매출 성장률을 당초 25%에서 30%로 상향했다. 그러나 이는 ASML의 핵심 사업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아닌, DUV(극자외선) 노광장비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이 크다. EUV는 기존 노광장비에 쓰여 온 DUV 대비 빛의 파장이 짧아 미세회로 구현에 용이하다. 그만큼 기술 개발 난이도도 높아, 현재 EUV 노광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ASML의 이번 2분기 호실적은 오는 9월 발효될 첨단 DUV 장비 수출 규제를 앞두고 중국향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3배가량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규제 뒤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걱정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SML의 전체 매출액에서 EUV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분기 54%에서 2분기 37%로 급감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수요 시기 조정 및 공급망 문제 등으로 ASML의 올해 EUV 장비 출하량 증가율은 당초 예상치인 40%가 아닌 25%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물론 EUV로의 전환 추세는 중강기적으로 명확하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