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반도체 패키지 인력 없다...산학연, 현장 맞춤형 인재 길러야
미국, 대만에 이어 일본까지 가세한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에서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려면 첨단 패키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천안, 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후공정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중시한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지디넷코리아가 3회에 걸쳐 국내 반도체 패키지 산업 현황을 긴급 점검하고 우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반도체가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정부는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되는 첨단 패키지 인력 육성 사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의 미세공정 기술 도약을 위해서는 패키지 분야의 전문 인력 육성 또한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한국PCB & 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KPCA),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KMEPS)가 모여 최근 출범한 '초격차 반도체 Post-Fab 발전전략 포럼'은 "정부 지원 석박사 인력 양성사업이 이전 보다 활발해졌지만, 반도체 패키지 기술에 특화된 인력양성 사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현재 반도체 패키지 특화 교육과정은 대학원(1개), 전문대(5개)뿐이다. 재작년과 작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사업에는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전력반도체, AI 반도체 등 전(前)공정에 집중된 교육프로그램만 있을 뿐, 패키지 관련 후공정 분야는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는 그나마 지난 22일 산업부가 발표한 반도체 석박사 고급인력양성을 위한 '민관(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사업'에 패키지 분야가 신설되는 계획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반면 대만 칭화대학교는 5개 반도체 기업과 협력해 거점별 패키지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ASA(아메리카 반도체 아카데미)에서는 SEMI(국제 반도체 장비재료 협회)와 협력을 통해 반도체 패키지 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네덜란드에서는 CITC(Chip Integration Technology Center)를 만들어 정부, 기업, 기관이 차세대 패키지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산·학·연, 기업 친화형·패키지 중심 인재 육성에 머리 맞대야 전문가들은 국내 패키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서 ▲산·학·연 연계 석·박사 후공정 전문 인력 양성 ▲재직자 맞춤형 전문 교육 트랙 운영 ▲반도체 패키지 특성화 학교 및 기업 친화형 연구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인력 양성에서는 두가지의 믹스매치 문제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학생들이 졸업해서 가고자 하는 회사와 회사가 요구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이라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은 줄 서 있음에도 인력이 모자라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어불성설이다. 다만 학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또 다른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두번째는 업종의 미스매치다. 국내에 굉장히 많은 반도체 학과가 생겨났고 정부가 R&D 인력 양성에 지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과는 소자와 전공정에 집중돼 있다"며 "패키지에 특성화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체험이다. 정부가 예산을 주고, 기업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인턴쉽 시스템을 만들면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단, 예전처럼 돈을 받지 않고 회사에서 단순 노동하고 시간만 보내는 열정페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는 종합적인 공학 기술이다. 이에 따라 전후공정 이해도가 높은 하이브리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고용남 하나마이크론 전무는 "한 기업이 나서서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후공정 분야는 하이브리드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MPU, CPU, GPU 등을 패키지 하는 솔루션은 스피드가 생명이기 때문에 카파로 갈수 밖에 없고, 고급 기술이 요구된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중견 업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산·학·연의 협력을 통한 석·박사 후공정 전문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성동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는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사 지원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전공했든 안 했든 채용해서 1~2년 사내 교육을 시키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사실상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필요한 인재는 박사급 고급 인력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패키지는 1세대 교육을 담당했던 교수들이 작년에 은퇴했기 때문에 학회에서 패키지 박사급 인력을 양성하는 교수님들이 몇 분 거의 안 남은 상태다. 아마 5년, 10년 뒤에는 국내에서 패키지를 연구한 박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고, 외국에서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측면에서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별도의 산·학·연 연계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직자 맞춤형 전문 교육 트랙 운영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 교수는 "후공정 전문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기업에서 근무한 인재를 재교육 형태로 석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며 "박사급 고급 R&D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 기술 인력에 대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