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 보조금 4대 독소조항 완화해야"
미국의 반도체법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독소 조항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4일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의 문제점 및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법의 보조금 신청요건이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의 4대 독소조항으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을 꼽았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을 공개했다. 경제·국가안보 기여도,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타당성, 인력 개발, 기타 파급효과 등이 기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R&D) 분야에 132억달러(약 17조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경연은 보조금 신청요건 중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요건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으로, 첨단시설인 반도체 공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초과이익 공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국은 1억5천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뒀다. 이는 기업 본연의 목표인 이윤 추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사업의 예상 현금흐름과 수익률 등의 자료 제공시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요건은 재무자료뿐만 아니라 주요 생산 제품,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 장비, 원료 등의 자료까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 보조금 혜택을 위해 반도체 생산 관련 자료, 원료명, 고객정보 등의 영업 비밀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은 10년간 우려 대상국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지 못하는 규정이다.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증설 제한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존 중국 공장의 생산성 및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한경연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 생산시설 투자시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인하여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건이므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반도체법 보조금 요건을 마련하여 양국의 상호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요건 완화 요구할 필요가 있으며, 초과이익 환수, 가드레일 조항 등 관련 세부규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하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세제혜택 제공 등 국내 투자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 R&D·시설투자 조세감면, 보조금 지급 등을 확대하여 자국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해외로 쏠리면 국내 투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칩4 동맹' 등에 따른 한미 협력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반도체 투자로 이어져 양국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양국의 협력 확대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