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법, 영업정보·기술 공개 수위 조절 요구해야"
“우리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정보 유출 문제를 막으려면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에서 영업 정보 및 기술 공개 수위를 조절해야 합니다.”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조건의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안이 연내 확정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업계 중지를 모아 미국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가운데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이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은 527억달러 규모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 등을 지원한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말 발표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안은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수령 시점부터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가 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의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고, 이전 세대 범용 반도체는 생산능력 확장을 10% 미만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범용 반도체 기준은 ▲28나노 이상 로직 칩 ▲128단 미만 낸드 ▲18나노 초과 D램이다. 또 1억5천만 달러(2천억 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을 75%까지 환수해야 하고, 미국 정부에 재무 건전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즉, 미국이 운영 관리 이유로 기업의 영업기밀,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포함된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투자 예정인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신청을 검토 중이다. 유 부회장은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안에서 영업정보 및 기술 공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라며 “전문가들은 보고서만 봐도 기술 개발 단계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다. 애써서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지만, 장부만 보고 바로 알 수 있을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 조차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이며, 정부에 제출한 정보가 절대로 사기업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명확한 단서 조항 및 손해 배상 조건이 필요하다”며 영업기술 유출 부문을 우려했다. 유 부회장은 또 초과이익 환수를 계산하기 위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부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공장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공장 이익을 계산하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지난 4월 말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초과이익을 계산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환수 조항에 대해 미국 정부와 계속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 부회장은 “무엇보다 미국 내 (삼성전자)의 공장에서 인력이 순환될 텐데,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배운 뒤, 독자적인 공급망과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져 있다”라며 “이는 미국의 반도체 인력 양성 목표와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5%만 가능하다는 기준을 이번에 의견을 제출한 10%로 확장하는 것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국에 우리나라가 중국의 공장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한다는 것을 설득하고,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중국에 기술이 전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야 한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큰 위기가 온다”고 우려했다. 미·중 반도체 전쟁, 디스플레이로 확산 우려..."홀대 안돼, 반드시 지켜내야" 미·중 반도체 전쟁이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성장 중인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구조상 거의 유사한 첨단산업이다. 유 부회장은 “미국이 반도체를 정교하게 통제를 한 후, 그 다음에 디스플레이를 공략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라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 반도체 경험을 살려서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월 9만장 규모의 세계 최대 OLED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LCD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결과 2021년부터 전세계 디스플레이 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한국은 2위로 내려왔다.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 BOE, TCL 등이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현재 한국은 기술 우위를 앞세워 OLED 시장에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중국이 중소형 OLED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유 부회장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TV, 자동차 뿐 아니라 최근에 각광받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헤드셋 등 모든 완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라며 “그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을 너무 홀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가 뒤늦게 오는 2027년 국내 디스플레이 점유율 1위 탈환을 목표로 산업 투자 및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다”라며 “디스플레이 시장만큼은 절대로 중국에 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부회장은 “미국 기업을 포함해 모든 미국 반도체법 관련 기업이 중국 시장을 잃게 되어, IPEF 국가 등 대체 시장 개발 및 이에 따른 미국 반도체 법의 유연한 실행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법 가드레일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2배(5%→10%)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상무부는 내용 검토를 거쳐 연내에 확정된 규정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프로필1990 ~1991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USA Technical Staff1991~현재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정교수1996~현재 대한 전자공학회 /SOC 설계 연구회 이사2000~2001 GCT, USA Chief Consultant2001~2004 Primenet CTO2011~ 2011 삼성전자/첨단기술 연구소 교수2010~2012 한국 정보 디스플레이 학회 구동 기술 및 시스템 연구회장2011~2017 성진 C& C, P & K 시스템, 현대전자 기술고문2015~2017 Journal of information Display 편집위원2016~2020 넥시아 디바이스 기술고문2020~현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