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유럽에 반도체 기지 잇따라 구축…아시아 의존도 낮춘다
인텔이 유럽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해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투자를 확정한 데 이어 이달에만 16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18일 이스라엘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다. 뿐만 아니다. 인텔은 19일 독일 투자액을 기존 보다 2배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독일 정부로부터 추가 보조금을 받는 것에 확답을 받아냈다. 지난해 인텔은 유럽에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에 800억유로(112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 결정은 지난해 인텔이 발표한 유럽 투자에 대한 일환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의 유럽 내 공공 및 민간 반도체 생산시설에 430억 유로(약 59조9천억원)를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인텔의 유럽 투자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EU는 반도체 연구프로젝트에 공공자금 80억유로(11조2천억원) 지원을 추가 승인했다. 폴란드·이스라엘에 반도체 새 팹 올린다 인텔은 지난 16일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에 46억달러(5조9천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2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27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폴란드는 유럽 내 인텔의 거점인 독일·아일랜드와 합작하기에 이상적"이라며 "전 세계의 다른 제조 입지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적게 들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인텔은 폴란드 투자를 발표한지 이틀만인 지난 18일 이스라엘 투자를 연달아 알렸다. 인텔은 현재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Kiryat Gat)에서 데스크톱PC용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랩터레이크) 등을 생산하는 시설 '팹28'(Fab 28)을 가동 중이다. 또 총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들여 내년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팹38'(Fab 38)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여기에 추가로 총 250억 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해 오는 2027년부터 가동될 파운드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텔의 이번 투자는 해외 기업이 이스라엘에 투자한 규모 중 사상 최대"라며 "최소 2035년까지 수천 명이 고용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계약으로 인텔이 지급할 세율은 현재 5%에서 7.5%로 높아질 예정이다. 또 인텔은 이번 투자로 이스라엘 자본투자 장려법에 따라 투자액의 12.8%에 상당하는 보조금을 받게 된다. 독일 정부, 인텔에 최대 14조원 지원 최종 동의 이스라엘 투자를 발표한 다음날인 19일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반도체공장 확장에 300억유로(약 42조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투자 규모인 170억 유로(약 23조6천억원) 보다 2배 확장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공장은 올해 건립을 시작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에 독일 정부는 당초 인텔에 지원하기로 한 68억 유로(약 9조5000억원)보다 더 큰 규모의 최대 100억 유로(약 14조원)를 지원하는 합의안에 동의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인텔의 추가 보조금 지급 요청에 대해 "예산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반도체 부활을 위해 결국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겔싱어 CEO는 "독일과 유럽연합(EU)에 선도적인 반도체산업을 위한 미래상을 달성하게 해준 독일 정부와 작센안할트주 정부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아시아에서 잃었던 산업을 되찾으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투자 러시...완성차 강국 독일·반도체 스타트업 이스라엘 노린 행보 인텔은 지난 해부터 IDM 2.0 전략 일환으로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를 잇달아 발표했다. 아일랜드 렉실립에 120억 유로(16조8천억 원)를 들여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확장했고 해당 팹에는 이미 EUV(극자외선) 장비가 반입됐다. 이 시설에서는 인텔 4 공정(기존 7나노급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 '메테오레이크' 등 프로세서 생산을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또 이탈리아에는 45억 유로(6조3천억 원)를 투입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조립 공장을 건설하고, 프랑스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해 고성능컴퓨팅(HPC)과 인공지능(AI) 디자인 연구를 담당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달 폴란드, 이스라엘, 독일 등 지역의 투자를 발표하며 지난 해부터 계속된 유럽 투자 러시가 일단락됐다. 인텔이 유럽 지역 투자에 공을 들인 이유는 BMW, 아우디·폭스바겐, 벤츠 등 3대 완성차 제조사와 전장 업체를 다수 보유한 독일이 가까워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 확보가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폴란드와 이탈리아에 위치한 패키징, 테스트 공장은 독일과 밀접해 독일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후공정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스라엘에는 주요 AI 반도체 기업과 스타트업이 다수 있어 팹리스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사업이 인텔의 글로벌 성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현지에서 제조 능력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미래의 제조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우리의 계획이다"고 전했다. 또 미국에 이어 유럽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확보함으로써 고객사 확보를 이끌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아시아 편중 현상을 견제해 미국-유럽 반도체 제조강국을 실현하려는 목표다. EU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 20%를 유럽에서 생산한다는 '반도체 법'을 내세워 인텔 뿐만 아니라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