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반도체·SW·로봇 인재 직접 키운다
삼성, LG가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이 기업들은 대학에 관련 학과 개설 및 지원, 독자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직접 육성해 실무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평소 두 그룹 회장이 기술뿐 아니라 인재 육성을 강조한 경영철학의 일환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조 현장의 젊은 기술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고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3월 전문기술인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교인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젊은 기술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현장 혁신을 책임질 기술인재들을 항상 응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CEO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고객기반, 미래기술, 인재와 같이 사업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변함없이 지속하겠다”며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이어 구 회장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새로운 성장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10년, 15년 뒤를 대비한 '미래 기반 확보'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 반도체·소프트웨어·로봇 인재 육성...SSAFY,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 삼성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계약학과, 연합전공, 양성 트랙 등을 통해 맞춤형 인재를 지속해서 양성하고 있다. 그 중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이 대표적이다. SSAFY는 CSR 프로그램 일환으로 2018년 시작해 지금까지 9기 운영을 통해 1150명을 양성했다. SSAFY는 지난 6월 10기를 선발해 7월부터 교육 중이다. SSAFY는 1년간 매일 8시간씩 총 1600시간의 집중적인 소프트웨어 교육, 협업 프로젝트 등 기업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개발자를 양성한다. 교육생 전원에게는 매달 100만원의 교육지원금도 지급한다. SSAFY는 삼성 계열사뿐 아니라 국내 다양한 IT 업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인재를 골고루 양성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다. 지금까지 SSAFY 수료생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LG 유플러스, 롯데정보통신, 신세계 I&C, 현대모비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997개에 달하는 기업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전국에 7개 대학과 협력해 총 10개의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2006년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연세대(2021년), KAIST(2022년), 포항공대(2023년)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3월 울산과기원(UNIST), 대구과기원(DGIST), 광주과기원(GIST)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하기로 협약함으로써 내년 3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 학생들이 이론과 실무 역량을 두루 갖춘 반도체 전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인턴으로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고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계약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취업이 보장된다. 삼성전자는 2029년부터는 매년 7개 반도체 계약학과에서 반도체 전문 인재 450명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연장선으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DS)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은 지난 5월, 6월에 KASIT, 연세대에서 직접 강연해 이목을 끌었다. 경 사장은 오는 5일 서울대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산업과 관련 강연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인재 육성에도 나선다.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 양성 프로그램' 석사과정 신설을 체결하고, 매년 10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등록금과 학비 보조금 등을 지원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1월 포항공대와 '소재·부품 인재 양성 MOU'를 체결했다. 삼성전기는 소재·부품 관련 미래 기술 테마를 포항공대에 제안하고, 선발된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은 장학금 및 학자금을 지원받고, 졸업 후 삼성전기에 입사하게 된다. 그 밖에 삼성은 국내 대학들의 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에 매년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 LG, AI·TV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해커톤 개최, 대학 내 강의 신설 LG도 2020년부터 'LG AI 해커톤'을 매년 2차례 진행하면서 AI 인재 양성에 나선다. AI 해커톤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AI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해커톤 참가자는 한달간 LG의 AI 전문가로부터 핵심 이론 강의를 수강하고, 인공지능 모델 경합에 참여한다. 본선 진출자는 LG AI연구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의 '채용 박람회'에서 채용 시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는 LG AI 인재 풀(pool) 등록 기회를 얻게 된다. 또 LG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LG 에이머스(Aimers)'프로그램도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 연 2회 운영한다. LG 에이머스는 이론과 함께 해커톤을 통한 실무 경험까지 쌓을 수 있는 예비 전문가 과정이다. 학력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인공지능 기초 지식과 코딩 역량을 갖춘 만 19세에서 29세의 청년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LG전자는 올해 TV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전자는 올해 3월부터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학 컴퓨터과학과 내에 3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커넥티드 플랫폼 이론과 실제'라는 강의를 개설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서강대학교와 컴퓨터공학과 3~4학년생을 대상으로 '커넥티드 플랫폼 이론과 실제(캡스톤디자인)' 강의를 운영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강의는 오는 9월에 신설된다. LG전자 TV 소프트웨어 강의에는 이강원 TV SW개발담당 상무를 비롯한 LG전자 HE연구소 임직원들이 직접 강의에 참여해 실질적인 이론 및 실습 위주로 교육한다. 당시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스마트TV 소프트웨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애정을 보유한 우수 인재 확보는 향후 LG전자가 추진할 웹OS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TV 플랫폼·서비스의 고도화 차원에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해서 산학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