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인사의 정치권 영입이 절실하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를 배정하라는 상당히 신선한 제안을 내놓았다. 올드보이 국회를 젊게 만든다는 명분 뒤엔 청년 표 계산이 숨겨져 있겠다. 다만 연일 즐겨 물릴 때쯤 되었는데 또 탕후루를 내놓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인요한의 파격에 박수를 보낸다. 당면한 국가 현안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여당은 더 상징적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인구절벽의 해법으로 이민자, 평화통일의 토대를 쌓기 위해 탈북자에게 기회를 주는 게 그렇다. 세계 경제를 주도할 요량이라면 과학기술자들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 게다가 그들이 청년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시도 과학기술에 눈을 감고 살 수 없다. 반도체, 스마트폰, 배터리, 자동차, 방산, 건설 산업의 과학기술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된지 오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핀테크는 곧 선진국의 지형을 바꿀 차세대 과학기술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을 진두지휘할 리더가 나라에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계의 책임도 크다. 기후위기, 팬데믹, 진화, 사이버보안 등 난제가 속출하고 있다. 보병에게 맡기면 다 잘 한다며 중요 보직에 보병 장군을 세운 때가 있었다. 그렇게 전문성을 뭉개기에는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국가의 요직에 과학기술 전문가를 다수 세워야 한다. 그런데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요직에 과학기술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행정부에는 기술고시 출신들이 좀 있다. 문제는 그들이 중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편 엔니지어들이 사법시험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사법부에 진출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입법부에는 그런 통로조차 없다. 이 정부에서는 검사들과 장군들이 많이 보인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엔지니어들을 입법부에 다수 등용하면 이 정부가 혁신하려 몸부림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잘 전해질 것이다. 야당도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과학기술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산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유니콘 숫자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170개로 1위, 인도 70개로 2위, 싱가포르 15개로 3위, 한국 14개로 4위이다. 인도네시아가 8개로 7개인 일본과 홍콩을 앞질렀다는 점에 주목하자. 태국도 3개, 베트남도 2개가 있다. 2016년에 한국에 3개 있었다.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국가간 정보격차가 좁혀졌고 핀테크산업의 진전으로 거래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에 비록 암호화폐 기업이긴 하지만 유니콘이 두 개나 있다. 나이지리아에도 핀테크 유니콘이 하나 있다. 아프리카라고 돈이 없는 게 아니다. 팔딱팔딱 뛰는 신흥국의 추격이 매서운 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한 지 오래 됐지만 공무원들은 선두 달리는 게 두려워 레퍼런스를 찾는다. 일등의 경험이 부족해서다. 지금 한국이 선도해야 할 과학기술 분야가 많은데 규제 일변도인 건 그 신기술이 두렵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러 왜 일본에 가야하나? 한국 의료기술을 배우려는 외국 의사들이 줄을 섰는데도 말이다. 알토스벤처스가 12억원을 투자한 리모택시가 폐업할 수 있게 다시 4억원을 투자한 게 화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창업투자는 가능해도 폐업투자는 사전에 없다. 한국은 당당하게 일등 할 준비를 해야 한다. 118대 미국 연방의회 멤버 540명 중 하원의 30%와 상원 51%는 법학을 전공한 법조계 출신이다. 엔지니어 출신은 하원 9명, 상원 1명, 소프트웨어 업체 출신은 하원 4명, 상원 2명, 물리학자와 화학자가 하원에 각각 2명, 지질학자가 상원에 1명, 치과의사 포함해 의사는 상하원에 25명이 있다. 미국에서도 과학기술자들의 의회 진출이 미미하다. 미국 고연봉자들이 전기, 컴퓨터, 기계, 토목 등 공학분야라서 그렇다 치자. 그래도 미국 대학은 과학자들의 의회 진출이 부진한 데 대해 반성하고 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이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정당의 호의에만 기댈 일은 아니다. 한국의 STEM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공대출신 스타트업 대표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어보면 기술은 나무랄 데 없지만 너무 기술적이라 투자자를 질리게 한다. 투자자는 성공적으로 엑시트하고 싶은 데 그들은 그런 플랜 만드는 법을 배운 바 없다. 대학은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발표하는 기술, 어려운 과학기술 용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기술, 그리고 투자자이든 유권자이든, 또는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설득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국회에 진출해서 국민을 설득하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잘 준비된 과학기술자들이 없는 게 아니다. 이들에게 다음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혼탁한 국정을 정화시키며 국운을 잡아야 한다. 미국에서 배터리 관련된 법안이 마련되는 줄도 모르고 서로 말꼬리 잡으며 허송세월 한 정치권을 계속 보아야 하는 건 끔찍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 김종훈을 포용하지 못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가 1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적포기세를 내며 장관이 되려 했으니 국민이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정략적으로 그를 낙마시키고도 한국이 일등 국가를 꿈꾸는 건 허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