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산업 살아야 시스템반도체 삽니다"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가 살아야 시스템 반도체가 삽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세울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 생산)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요. 용인에 제조 기반을 꾸리더라도 팹리스 같은 소프트웨어 자원은 경기 성남시 판교에 대단지를 만들면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픽셀플러스 대표)은 지난달 29일 수원 영통구 광교에 있는 픽셀플러스 사무실에서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파운드리만큼 팹리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팹리스협회는 지난해 8월 출범했다. 법적 근거를 가진 국내 최초의 팹리스 산업 단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내에서 설계한 반도체 칩이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도록 역량을 모으기 위해 발족했다. 다음은 이서규 회장과의 일문일답. Q. 판교는 국내 팹리스 산업에서 어떤 지역적 특성과 의미가 있는가. "판교는 최고의 두뇌가 모일 수 있는 지역이다. 생활 기반이 좋아 많은 사람이 산다. 사람이 모이면 돈과 기술도 따라온다. 판교에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 제3판교테크노밸리다. 20만평(약 66만㎡) 된다는데, 여기에 팹리스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1·2판교에는 여러 산업이 뒤섞여 집적 효과가 떨어진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판교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그러지 못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가 모범 사례다. 대만 정부가 반도체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소재·부품·장비·연구개발(R&D) 기업을 모았을 뿐 아니라 도로를 비롯한 도시 기반, 법·제도도 완벽하게 갖췄다. 한국에도 이런 생태계가 필요하다." Q. 용인산단으로는 팹리스 지원이 충분하지 않나. "국가 미래를 위해 용인 산단도 중요하다. 그러나 용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위주다. 시스템 반도체 제조 기반을 용인에 두더라도, 소프트웨어 자원은 제3판교에서 키우면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정부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은 클 수 없다. 자연스럽게 알아서 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태계가 이미 조성됐다면 가능하겠지만, 한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 기반은 밑바닥에 있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나라치고 정부가 주도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대만 정부가 세계 최고 파운드리 TSMC를 키웠다. 중국도 중앙정부·지방정부 안 가리고 (반도체에)투자한다.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를 견제하면서까지 대규모 투자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기업 혼자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1등 국가가 된 게 아니다." Q. 한국 팹리스가 성장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우량한 고객이 필요하다. 고객이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고객 요구를 충족하면서 많이 배운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제조 업체, 자동차 회사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 소니가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1등이 된 배경도 좋은 고객 때문이다. 소니의 제일 큰 고객이 미국 애플이다. 애플이 '이렇게 해서 더 좋게 만들어 보라'고 하면 소니가 공정을 개선했다. 삼성전자가 갖지 못한 고객을 소니는 가졌다." Q. 협회 창립 1주년이 다가온다. 앞으로 목표는? "8월 17일이면 팹리스협회 창립 1주년이다. 협회장 임기는 2년으로, 이제 반환점을 돌 때다. 내년 8월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 정부가 팹리스 산업을 지원할 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 뒤로는 새로운 사람이 회장으로서 협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 나는 연임할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