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대만 반도체...제자리 맴도는 한국
대만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 TSMC가 지난해 인텔과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전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위탁업체(파운드리)가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대만 기업이 매출 1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최근 파운드리 수요 강세 영향도 있지만, 대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 경제안보로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결과다. 최근 대만은 정부가 세액 공제를 더 높여주면서 반도체 투자를 더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를 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지원에 대해 소극적이다. 대만, 반도체에 25% 세액공제…한국은 8% 대만 정부는 지난 7일 반도체법(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5G,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한 자금에 대해 25% 세액공제해주기로 결정했다. 현행 15%에서 공제율을 대폭 늘린 것이다. 더불어 반도체 장비 구입에도 5% 추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이는 대만 역사상 R&D와 설비투자에 적용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세액공제다. 더불어 대만은 지방세가 없고, 법인세 최고 세율은 20%로 한국(25%) 보다 낮다. TSMC는 지난 12일 실적설명회에서 "그동안 대만에서 TSMC의 법인세 세율은 18~19%였지만, 이번 새로운 개정안으로 인해 세율이 15%로 떨어질 것"이라고 반기며 "앞으로 R&D에 점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12월 반도체 기업 투자 세제공제율을 대기업 8%,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로 결정하는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5%로 세액공제를 추진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반대한데 따른 결과다. 결국 반도체 업계의 반발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공제율을 25%로 올리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한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쟁점이 적지 않아 국회 통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반도체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 대만, 유럽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이미 국가간 경쟁으로 변한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대만, 작년 반도체 수출 18% 증가할 때...한국은 1% 작년 반도체 수출액에서 대만은 한국을 압도했다. 대만은 파운드리, 한국은 메모리가 주력 품목이란 점에서 달라 단순히 수출액만으로 우위를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양국의 수출액의 증가율이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만과 한국은 반도체를 주요 수출 품목으로 두고 있기에, 반도체 수출액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은 1천841억 달러(229조원)를 기록해 전년도 대비 18.4%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7년 연속 증가이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다. 이에 비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초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천292억 달러(161조원)로 전년 보다 1%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작년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TSMC, 최대 실적 기록 중 TSMC는 지난 12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6% 늘어난 2조2천630억 대만달러(약 746억3201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1조1천600억 대만달러(약 382억5590만 달러)로 전년 보다 44.8%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TSMC의 4분기 매출은 매출이 6천255억 대만달러(약 25조원)로 전년보다 43%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만 발표하고, 아직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18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반도체 기업 매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연간 매출은 655억8천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4% 감소했다. 단, 파운드리를 제외한 매출이다. 증권가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S(반도체)부문의 4분기 매출은 19조3천억원으로 추정된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 목표액을 320억~360억 달러(약 44조7천억 원)로 제시했다. 지난해 시설투자액(363억 달러)보다 11.8% 감소했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시장 우위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최근 반도체는 3나노 공정으로 개발되면서 시설 투자 비용이 몇십조 단위로 크게 늘었다"라며 "이런 투자를 정부지원 없이 기업이 오로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자국 내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뿐 아니라 시설투자비 보조금을 지원해준다고 할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엄중한 기술 경쟁 상황에 대해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