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경영권 탈취" vs 어도어 "뉴진스 카피"…집안 싸움 격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싸움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어도어 지분 80%를 갖고 있는 하이브가 자회사를 대상으로 감사권을 발동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의 사임 요구에 소송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측이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지적하고, 어도어는 하이브의 또다른 레이블 소속 그룹인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는 주장이다. 다른 쟁점을 갖고 다투는 양측의 공방에 곧 컴백을 앞둔 아티스트에 대한 팬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가 전날 오후 6시 전, 하이브 측이 요구한 감사 질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는 앞서 감사 질의서를 통해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 유출 ▲부적절 외부 컨설팅 의혹 ▲아티스트 개인정보 유출 ▲인사 채용 비위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24일 오후 6시까지 어도어에 답변서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어도어 측은 기간 내 답변을 했지만, 공개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해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하이브 측은 답변서 확인 후 이사회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는 이미 어도어 경영진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는 정황을 파악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달 30일 이사회 소집도 요구했다. 어도어 "아일릿은 뉴진스 카피...아류 등장" 하이브가 감사에 착수하자 어도어 측은 입장문을 내고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해 비판했다. 아일릿은 하이브의 또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이 데뷔시킨 걸그룹이며, 데뷔한 지 갓 한 달이 됐다. 어도어 측은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며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POP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해 새로움을 보여주기는커녕 진부함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어도어 측은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고,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줬다"면서 "이런 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하이브와 빌리프랩이건만,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도어 및 뉴진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도어는 실제 하이브, 빌리프랩을 포함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의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며 "어도어는 뉴진스와 아일릿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에서 데뷔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누구의 동생 그룹이니 하는 식의 홍보도 결코 용인할 생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이브 "어도어 회사 탈취 시도 확인…아일릿 데뷔 이전부터 진행" 어도어 측이 다른 쟁점을 가지고 맞서자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최근 사내 이메일에서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미 일정 부분 회사 내외를 통해 확인된 내용들이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규명될 경우 회사는 책임 있는 주체들에게 명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책임 있는 주체들은 회사의 정당한 감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들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고, 회사는 이러한 내용들을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도어 직원들에게는 "이번 사안으로 누구보다 불안감이 크시리라 생각된다"면서 "하이브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지키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아티스트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각별히 애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빌리프랩 직원들에게는 "아일릿의 데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갑자기 터져 나온 뉴스로 마음이 안 좋을 테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에 마음 상하지 말고 아일릿의 성공을 위해 매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하이브는 멀티레이블을 완성해 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이번 사안을 통해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진정성을 갖고 실행해 왔기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이브-어도어, 법적 다툼으로 번질까…팬들 우려↑ 하이브는 민 대표 측으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확인하고 임시주주총회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싸움이 법적 분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대주주인 하이브가 자회사인 레이블을 대상으로 주주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도어가 이사회 소집을 거부하면 하이브 측은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열리게 되면, 민 대표가 해임 무효 소송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의 우려는 높아져만 간다. 뉴진스는 다음달 24일과 6월 21일에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더블 싱글을 발매할 예정이다. 당장 이달 27일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에 팬들은 뉴진스 활동에 이같은 사태가 피해를 받을지 걱정이다. 일부 팬들은 24일 오전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앞에서 “버니즈는 하이브 소속 뉴진스를 지지한다”라고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또 “민희진은 더 이상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 “민희진은 타 아티스트 비방을 즉시 멈춰라”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 최종 라인업에 뉴진스가 제외되자 하이브와 어도어간의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하이브 관계자는 "위버스콘 라인업은 아티스트의 일정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