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상 캐처스 대표, '위메프 CEO' 타이틀 떼고 창업가로 돌아온 이유
“가장 가격 거품이 심한 분야가 화장품이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캐처스는 보증할 수 있는 품질의 상품을 가격 거품을 빼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011년부터 8년여간 위메프를 이끌어 온 박은상 대표가 새롭게 창업한 캐처스는 '이커머스판 다이소'를 표방하며 화장품, 식료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다. 네이버, 쿠팡, SSG닷컴, 컬리 등 이미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또 새로운 플랫폼이 뛰어드는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캐처스에 올라온 뷰티 상품 가격을 보니, 캐처스 '찐 팬'이 납득됐다. 2천원도 안 되는 가격에 아이크림 40ml가 판매되는가 하면, 고농축 비타민 세럼 50ml도 1만원 미만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박은상 대표는 마진을 대폭 줄인 저렴한 가격과 '불만족시 100% 환불보장제', 가성비 넘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차근차근 팬층을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현재 캐처스 임직원은 40여명 규모로, 이중 15명이 상품기획자(MD)다. 기자는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캐처스 사무실을 방문해 박 대표를 만나 위메프를 떠나게 된 배경과 창업 뒷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은상 캐처스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캐처스 창업 이전 이력 소개. “대학 졸업해서는 맥킨지에서 2년 정도 일했다. 그때 다니던 친구랑 소셜 커머스를 창업해서 1년 반 정도 일 하다가, 그 회사가 인수되면서 2011년 위메프에 입사했다. 위메프에서 10년 정도 있었다. 이후 1년 정도는 쉬고 지난해 2월 캐처스를 창업했다.” Q. 캐처스를 소개한다면. “다이소와 비슷하다. 고객한테 주는 가치는 가성비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 오픈마켓보다는 상품 수가 적고, 우리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상품을 만들거나, 생산자 브랜드를 위주로 취급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실제로 보면, 다이소도 자체 제품이 절반가량 된다. Q. 어떻게 그렇게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나. “거의 공장도 가격에 가깝게 팔고 있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드는 광고, 입점 수수료 등을 제거하고 생산 원가에 가깝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일반 공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싸게 만들 수 있는 시도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규모가 그렇게 안 돼서 그 정도까지 진도는 못 나가고 있다.” Q. 불만족시 100% 환불보장제, 회사에 부담되는 정책이 아닌가. 악용 사례는 없나. “환불 사례가 거의 없다. 이 정책은 화장품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식품 등 타 제품군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만약 너무 심하게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면, 블랙리스트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Q.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 중 캐처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빠른 배송을 위해 직접 배송망을 운영하는 플랫폼은 어쩔 수 없이 배송비 효율화를 위해 대량으로 팔아야 하고, 기왕이면 비싼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로부터 캐처스는 자유로울 수 있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이용자 수요는 포기하는 대신, 그렇지 않은 수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마켓의 경우, 판매자를 최대한 많이 입점시키고 고객이 몰리면 알아서 판매자들끼리 경쟁하고 상품 구색도 늘어나는 시스템인데 캐처스와는 또 다르다. 캐처스는 판매자가 유통사가 아닌 생산자이기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 구색이 넓지 않다. 대신 좀 더 좋은 품질 제품을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Q. 오랜 기간 위메프를 이끌다 캐처스를 창업했다. 새로운 도전 해보니 어떠한가. “창업을 하는게 나한테 제일 좋은 옵션이었기 때문에 캐처스를 설립했다. 다닐 때는 위메프가 큰 회사인 줄 몰랐는데, 나오니 큰 회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프라가 없다 보니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적응했다. 막판에 위메프를 너무 그만두고 싶었고, 창업자한테는 창업이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무엇을 할지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개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 그중에서도 이커머스는 한 번 해본 경험도 있어 이커머스 창업을 선택했다.” Q. 캐처스 주요 고객은. “40대 이상 고객이 60% 이상이다. 35세 이상은 70%에 달한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아직 연구가 필요하다. 성별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그들이 빠른 배송이 필요 없어서라기보다는, 같은 고객이라도 늘 빠른 배송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수요를 우리가 잘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식품 중 오징어, 쥐포와 같은 주전부리 안주류가 제일 많이 팔린다. 화장품은 세럼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원래는 수출만 하는 공장인데, 캐처스와 협업해 판매해 봤더니 성과가 나왔다. 가격 거품이 가장 심한 품목이 화장품이다. 브랜드와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품질의 경우 (고가 제품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같은 수준이다. 그 문제를 우리가 해결 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Q. 그간 캐처스 성과는. “지난해 2월 회사 설립해, 캐처스 서비스는 12월 시작돼 아직 운영 기간이 길지 않지만, 이 품질에 이 구색, 가격을 갖춘 서비스가 국내에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상품 구색 등을 더 다채롭게 갖춰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Q. 13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지 1년이 지났다. 이후 투자 계획이나 올해 목표는. “우선 투자 보다는 좀 더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올해 목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고, 5년 10년 뒤 어디에 갖다 놓아도 정말 잘 팔릴만한 제품 500개, 1천개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