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조직에서 전극이 저절로 자란다···몸 안에 간단히 주입 가능
뇌에 전극을 삽입해 신경질환을 진단 및 치료하고, 나아가 뇌가 외부 디지털 정보에 직접 연결된 증강 인간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가 활발하다. 일런 머스크는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세워 BCI 기술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넣는 것에 거부감이 클 뿐만 아니라, 반도체나 전자공학 기술로 만든 전극을 생체 조직에 안정적으로 조화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다. 스웨덴 연구진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생체 조직에 전도성 물질과 효소 등이 들어 있는 겔을 주입, 저절로 전극이 자라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스웨덴 린쇠핑대학 연구진의 이 성과는 23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겔 안에 포함된 효소들이 신체 조직에 닿으면 몸 안에 있는 각종 화학물질과 작용해 적당한 굳기로 굳으면서 조직에 안착한다. 이때 겔 안의 전도성 물질도 전도성을 띄게 되면서 전극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생체 조직 특성에 따라 겔의 성분을 조정할 수 있다. 신체 대사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체내 화학 물질이 전극 형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기존 체내 삽입 전극처럼 외부에서 전기나 빛으로 자극을 주거나 유전자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적용, 제브라피시의 뇌와 심장, 꼬리지느러미 내부에 전극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거머리의 신경계 주변에도 전극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 동물들은 실험 후 별다른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딱딱한 전자 부품에 가까운 전극을 심는 것이 아니라, 체내외 성분의 작용을 통해 생물학적 장치가 몸 안에서 자라게 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비침습적 방법으로 신경계 이상이 있는 환자의 신호를 수집해 분석하고,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를 보다 효율적으로 의수나 의족에 보내는 등의 활용이 기대된다. 전도성 물질을 체내 원하는 부위로 유도할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생체 조직에 완전히 통합된 회로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리란 기대다. 마그너스 베르그렌 린쇠핑대학 교수는 "과학계는 수십 년 간 생물을 흉내낸 전자기기를 만들려 했으나, 이젠 생물이 우리를 위해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아직은 외부에서 겔 내부의 전도성 물질에 전원을 공급할 방법이 없고, 안전성 확보에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네이처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