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美 반도체지원법, 기업 경영침해...부담 최소화 협상"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반도체지원법과 관련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경영하는 데 크게 부담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부의 기본적인 원칙을 밝혔다. 이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지급 심사조건을 공개했는데, 이 중 미국에서 반도체 시설에 투자해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기준이 우리 기업에 독소 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장관은 "지금까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기술을 유출한 사례가 전혀 없이 반도체 공급망 일원으로서 노력해왔다"며 "반도체 공급을 불안하게 하는 부담이 생긴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산업에도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경영 활동하는 데 부담스럽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과의 문제"라며 "중국과의 문제는 없지만, 중국과의 교류 규모가 상당히 크고 앞으로도 교역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관이나 중앙 정부와 계속 소통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투자하는 비용이 상당히 비싸졌다"며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거나 투자할 만한 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기업이 판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장관은 "국방과 경제 안보, 보육 서비스, 근로자 교육 훈련, 초과이익 환수 등 미국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이 굉장히 많다"며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지급하는 보조금과 전혀 다른 조건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도 외국인 투자에 보조금을 현금으로 주지만 이런 조건은 없다"며 "미국의 보조금 지급 조건이 기업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조건은 경영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급자 정보나 경영 정보, 기술 정보, 시설 접근권, 초과이익 환수 문제를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수익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비일반적인 보조금 환수 조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에 강하게 나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이런 제도를 택한 나라가 있느냐"며 "기업과 미국이 협약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장관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국내에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늘리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우리한테는 앞뒤만 있는 게 아니라 옆도 있다"고 봤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언급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자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는 투자가 생명"이라며 "국회에서 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여야에 강력하게 합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