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에 '기후 버티는 농업' 주목…맥도날드·네슬레도 투자 확대
유럽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농업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뿐 아니라 맥도날드와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들도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농가의 재생농업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기상학자들은 오는 31일 끝나는 영국의 이번 여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전역도 올해 다른 어떤 대륙보다 극심한 온난화를 겪었으며, 다섯 차례의 폭염과 평년을 크게 밑도는 강수량이 나타났다. 영국은 역대 가장 더운 6월과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했고 현재 잉글랜드의 약 4분의 3이 공식적인 가뭄 상태라고 외신은 설명했다. 이에 축산·낙농 농가에서는 목초 성장 부진이 나타나고 있고 영국의 곡물 수확량은 비교 가능한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84년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일과 채소 농가도 생산량 감소를 경고하고 있다. 에너지·기후정보단위(ECIU)는 지난 6월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유럽연합(EU)과 영국 농가가 최대 23억 유로(약 3조 7437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와 비료 가격까지 올라 이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농산물 생산 감소가 식품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외신은 이 같은 상황에서 재생농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재생농업은 토양의 수분 보유력과 건강을 높이고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가뭄이나 폭우 등 극단적인 날씨에 대한 농장의 대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로이터가 관련 업계 관계자 25명 이상을 인터뷰한 결과 은행, 보험사, 수도회사, 정부와 대형 식품기업들이 농업 방식 전환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 컨설팅업체 소일캐피털의 앤드루 보이지 최고임팩트책임자는 재생농업을 도입한 농가는 가뭄 상황에서 기존 방식의 농가보다 생산량과 수익성 모두에서 꾸준히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일캐피털 연구에 따르면 재생농업을 도입한 농장의 약 85%에서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폭이 기존 방식보다 최소 10% 줄었다. 영국에서는 로이즈은행이 재생농업 식품기업 와일드팜드, 수도회사 세번트렌트·어피니티워터, 보험사 AXA XL 등과 함께 '푸드 앤 네이처 리질리언스 펀드'를 조성했다. 이는 공동 자금을 농가의 토양 개선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벤 마코비에츠키 로이즈은행 농업 지속가능성 담당 이사는 수도회사가 농가에 1파운드를 투자할 경우 농약 성분을 하천에서 제거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는 관련 데이터를 통해 재생농업이 홍수 위험을 얼마나 낮추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농가 한 곳씩 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산업 전체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인 '루츠 투 리젠(Routes to Regen)'에는 맥케인과 맥도날드, 영국 슈퍼마켓 웨이트로즈, 로이즈·바클레이스·냇웨스트 등 은행과 에이온·도쿄마린킬른 등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하나의 기금을 조성하는 대신 농가가 저금리 대출과 기술 자문, 식품기업의 인센티브, 농가 간 교육, 보험상품 가운데 필요한 지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100개 농가로 시작한 이 사업은 올해 최소 200개 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 지역도 기존 6개 카운티에서 추가로 6곳을 늘릴 예정이다. 글로벌 식품기업들도 원료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재생농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존 배너 맥도날드 글로벌 최고임팩트책임자는 회복력 있는 식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느 한 회사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향후 10년 동안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데 최소 10억 달러(약 1조 3935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캐나다 냉동감자 업체 맥케인푸드는 현재 계약 농가의 약 절반이 금융지원과 보증, 인센티브, 장기계약 등 농업 전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찰리 안젤라코스 맥케인 글로벌 대외협력·지속가능성 부사장은 재생농업 추진의 배경에 원료 공급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회사는 이를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슬레도 재생농업을 적용한 농가에 대해 생산량 감소나 자연재해 보험료를 낮춰주는 보험상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안토니아 와너 네슬레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는 이런 보험 지원은 상당히 유용한 새로운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보험사 제네랄리 이탈리아도 올해 500개 농가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농법을 도입한 농가에 기후 관련 피해 보상 한도를 높여주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향후에는 보험료 인하까지 검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