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장관, 장기 수급 부족 미성년자 기증 불가피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기기증 수급이 어려워 미성년자 생존 장기기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최된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미성년자 생존 장기기증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 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미성년자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기증자) 연령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수급이 원활하면 연령 상향을 더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 생존 기증을) 완전히 금지하기는 어렵지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가족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미성년자 기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간 기증이 특히 문제”라고 전했다. 한정애 의원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22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생존 장기기증 중 미성년자가 장기를 기증한 사례는 총 506건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진행된 전체 생존 장기기증 22,873건의 2.2%에 해당한다. 간 기증 건수가 468건(92.5%)으로 대부분이었는데, 기증자와 수혜자(이식 대상자)의 관계는 직계존비속 관계가 476건(9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형제자매를 제외한 방계혈족 관계가 17건(3.4%), 형제자매 관계가 8건(1.6%), 인척 관계가 5건(1%)이었다. 관련해 복지부는 생존 장기기증 관련 업무지침인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업무안내'를 통해 미성년자의 장기기증을 '최후의 순위'로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해당 업무지침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미성년자로부터 생존 장기기증을 받은 수혜자가 미성년자 생존 장기기증 절차 이전에 뇌사 장기이식 대기를 등록했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506명 중 고작 17.8%에 해당하는 90명만이 뇌사 장기이식 대기를 등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82.2%에 해당하는 416명은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보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미성년자의 장기를 기증받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정애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성년자의 장기기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주요 선진국들도 미성년자의 장기기증을 전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실제 장기기증 결정 과정에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미성년자가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확신하기 힘든 통계들이 확인된 만큼, 생존자 장기기증 정책에 있어 미성년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