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못 느끼는 미각 기능 상실, 세포 재생으로 치료 가능성 열려
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 세포의 재생 원리가 밝혀졌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정한성 교수, 아니쉬 아드파이카(Anish Ashok Adpaikar) 연구원, 치의학과 조혜연 학생, BK21 창의치의학융합 교육연구단 이종민 교수 연구팀은 미각 수용체 세포의 재생 메커니즘을 밝혀 미각 기능 상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여러 감각을 통해 동식물의 정보를 인식하고, 식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미각은 영양소를 섭취하고 독성 물질은 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혀 표면의 작은 돌기들인 유두(papilla)에는 미각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 세포(taste cell)가 있으며, 이 세포 50~150개가 모여 미뢰(taste bud)를 만든다. 하나의 미뢰 안에 있는 어떤 미각 수용체 세포는 단맛, 쓴맛, 감칠맛을 감지하고 다른 세포들은 짠맛, 신맛 등을 받아들인다. 각 세포의 평균 수명은 약 2주로 수명을 다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재생 과정을 평생 반복한다. 이때 약물‧방사선 치료와 같은 외부 요인과 노화에 의해 재생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미각 기능이 감퇴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미뢰 외부의 미각 줄기세포가 'Lgr5' 유전자를 발현해 미각 수용체 세포를 재생시키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미각 기능 상실을 유발하는 미각 수용체 세포의 재생 원리를 완전히 밝힌 연구는 적었다. 연구팀은 미각 수용체 세포의 또 다른 재생 원리가 있을지에 주목했다. 미뢰 외부의 신경이 손상됐을 때 유두 내부에 미각 수용체 세포를 재생하는 기능이 있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마우스에서 미각을 관장하는 설인두 신경을 절단해 미뢰를 제거한 뒤 재생되는 세포를 관찰했다. 그 결과 유두에 남아있던 미각 수용체 세포 중 일부가 미뢰를 재생하기 위해 발달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는 '역분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역분화 과정에서 K14 등 단백질이 다수 발현되며 새로운 미각 수용체 세포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에 미각 수용체 세포를 재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각 줄기세포 외에도 미뢰 재생에 관여하는 또 다른 세포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정한성 교수는 “입 속 상피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역분화 현상'이 세포의 재생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혔다”며 “추후 미각 장애 환자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의 줄기세포 원리를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 의학(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 IF 12.172) 최신호에 실렸다. 또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과 1학년 조혜연 학생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는데 치과대학 학생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한성 교수의 지도 하에 연구 역량을 길러왔으며, 작년에는 '미뢰를 발달시키는 엔도셀린 수용체의 국소화'라는 제목으로 치과대학 학생연구발표회에 참가하는 등 미뢰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