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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대·넥슨, '바람의나라' 30주년 전통공예전 경복궁서 개최

넥슨의 대표 장수 게임 '바람의나라'가 서비스 30주년을 맞아 청년 전통공예 예술가들의 손길을 통해 전통문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이하 전통문화대)는 넥슨재단(이사장 김정욱), 넥슨코리아(대표 강대현, 김정욱)와 함께 '보더리스(BORDERLESS) : 이립의 바람, 전통을 잇다' 전시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계조당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전통공예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인 보더리스의 두 번째 협업 전시다. 특히 올해는 '바람의나라' 30주년을 기념해 게임이 이어온 한국적 서사와 세계관, 축적된 이야기를 전통 재료와 기법으로 재해석한 전통문화대 전통조각·전통도자·전통회화·전통섬유 전공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현장에서는 협업 작품뿐만 아니라 고유한 전통공예 작품도 함께 전시해 창작의 기반이 된 전통기술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시장 내 QR코드로 웹도록에 접속해 작품을 감상하고 문제를 풀면 '바람의나라' 게임 아이템을 증정하는 현장 참여 이벤트도 진행된다. 전통문화대는 넥슨재단과의 협업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산학협력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기업의 콘텐츠 역량과 대학의 전통문화 전문성을 연계해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며 새로운 진로와 창작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2026.09.09 16:30정진성 기자

"강의실=개발사"…청강대, '268석 실전 인프라'로 실전 게임 인재 키워

1999년부터 27회 연속 국제게임전시회에 참가하며 대한민국 게임 전문 인력 양성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스쿨. 이곳의 교육 철학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 전달이나 포트폴리오용 시연 영상 제작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인 268석의 '게임제작스튜디오'에서 실제 개발사와 동일한 팀 빌딩과 상용화 빌드 완주를 거쳐야 비로소 창작자로 인정받는 철저한 '결과 중심 실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동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게임은 설명이나 영상이 아닌 플레이어의 손끝에서 증명되는 상호작용 예술"이라며 다직군 협업 중심의 실무 경쟁력과 2027학년도 수시 모집의 핵심 방향을 소개했다. '엔딩'까지 플레이하는 졸업작품…'청강 크로니클'과 CGC로 산업계 검증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졸업작품 아카이브 '청강 크로니클'이다. 외부 유저에게 졸업작품을 공개하고 실제 다운로드와 플레이까지 지원한다. 콘셉트 아트나 플레이 불가능한 연출 영상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내려받아 조작하고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는 완성형 빌드를 제작해야만 졸업 요건을 충족한다. 이동후 교수는 "청강 크로니클을 세상에 열어두고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게 한 것은 '결과로 증명하는 교육'이라는 본질적인 철학에서 출발했다"며 "국내에서 유저에게 실제로 배포 가능한 수준의 프로젝트를 졸업작품으로 완성해내는 곳은 청강대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완성작 뒤에는 실제 산업 현장을 모사한 '학생 주도 프로젝트'가 자리한다. 학생들은 아이디어 발표부터 팀 빌딩을 위한 구인·구직 과정까지 직접 주도하며 기획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QA 직군이 하나의 팀을 이룬다. 이 교수는 "현업에서도 직군 간 이해 부족으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청강의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아티스트가 기획의 논리를 이해하고 기획자가 개발 엔진과 언어를 헤아리며 치열하게 충돌하고 조율한다"며 "세상과 유저 앞에 솔직하게 빌드를 던져 피드백을 마주하는 것까지가 진정한 교육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열리는 '청강 게임 컨퍼런스(CGC)'는 단순 전시를 넘어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돌아보는 지식 공유 플랫폼이다. 1년여의 제작 기간 동안 마주했던 엔진 최적화와 기술적 한계, 시스템 설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한 연구개발(R&D) 노하우를 포스트모템 형식으로 발표한다. 학교 측은 향후 이를 '청강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CGGC)'로 통합·발전시켜, 재학생과 현업 동문을 넘어 글로벌 산업계 리더들과 최신 기술 트렌드를 교류하는 국제 행사로 외연을 넓힐 방침이다. 이러한 실전 파이프라인은 굵직한 상용화 및 수상 성과로 이어졌다. 2025 GEEKS 대상작인 골든타운팀의 , 테크니컬 솔루션 상을 받은 팔레트팀의 '컬러팅! 캐치&라비', 2025 네오위즈 어워드 내러티브상을 수상한 DEF팀의 '저승의 조사원입니다'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졸업생 및 재학생 프로젝트는 스팀 상용화 7편, 스토브스토어 14편 등 총 17편의 상용화 출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4천여 명에 달하는 동문이 넥슨, 넷마블, 컴투스, 펄어비스, 네오위즈, 조이시티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전반에서 핵심 인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산업계 전반의 주요 개발사에 진출한 동문들이 리더로 자리 잡아가면서 산학 연계와 동문 네트워크가 매우 자연스럽게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며 "게임뿐만 아니라 학생 각자의 진로 목표에 따라 영상, 버튜버 등 다양한 차세대 콘텐츠 산업 분야로의 진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기획·플밍·아트·QA 4개 직군 융합…3+1 전공심화로 학사 취득까지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은 ▲게임기획 ▲게임그래픽 ▲게임프로그래밍 ▲게임테스트&비즈니스(QA)의 4개 코스를 운영한다. 이 교수는 "학생 분포는 매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그래픽, 기획, 프로그래밍, QA 순으로 일반적인 게임 개발팀의 구성 비율과 유사하다"며 "가장 비중이 큰 그래픽 전공의 경우 2D원화, 3D그래픽, UX/UI 순으로 분포하며 전체의 약 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1학년 기초과정을 거쳐 2학년부터 본격적인 전공 이론·실습과 함께 '게임제작 프로젝트(캡스톤디자인)'를 시작하며, 3학년 실무과정에서는 '취업과 창업을 위한 차세대게임창작 프로젝트'를 수행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전문학사 3년 과정 수료 후에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인 '차세대게임콘텐츠학과' 1년 과정을 통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3+1 로드맵'을 갖췄다. 전공심화 과정에서는 AI와 게임기획·그래픽·프로그래밍 실무, 차세대 게임 프로젝트 등 고도화된 연구를 수행한다. 전임교수 22명을 포함해 특임·초빙·외래교원 등 총 57명의 교원진이 포진해 현장 밀착형 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268석 게임스튜디오부터 GTOS까지…대학 최대 인프라 지원 청강대는 현업 개발실 환경을 그대로 대학 내에 구현했다.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인 268석의 '게임제작스튜디오'는 프로젝트 몰입을 위해 상시 개방 운영된다. 이 외에도 20대의 모션캡처 카메라를 갖춘 '모션캡쳐스튜디오', 486종의 콘솔 및 보드게임을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게임분석실', AR/VR 장비를 갖춘 '실감형게임분석실'을 완비했다. 아울러 학교가 자체 운영하는 '경기게임상용화지원센터(GTOS)'를 통해 중소 개발사의 신작 게임을 대상으로 300회 이상의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수행 중이다. 재학생들은 GTOS의 QA 및 테스트 과정에 직접 투입돼 실무 감각을 익히고 장학 혜택까지 받는다. 2027학년도 총 238명 선발…면접 2배수 단계별 전형 및 실기고사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의 2027학년도 입학정원은 총 238명이다. 전형별로는 수시 1차에서 면접전형 88명, 실기전형 60명, 학생부교과전형 11명, 특별전형 8명을 선발한다. 수시 2차에서는 면접전형 50명, 학생부교과전형 10명, 특별전형 8명을 모집하며, 정시에서는 수능 중심 선발 없이 학생부전형(3명)과 정원 외 전형을 통해 충원한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면접전형은 단계별 전형이다. 1차 서류심사를 통해 모집인원의 2배수를 먼저 선발한 뒤 2차 심층 면접(1인당 15분 이내)을 거친다. 포트폴리오는 필수 제출이며, 기획(창작기획서 A4 50매 이내), 그래픽(창작물 이미지 및 제작과정), 프로그래밍(핵심 소스 코드 및 기술명세서), QA&비즈니스(역기획서 및 테스트 케이스) 중 지원 분야에 맞춰 제출해야 한다. 실기전형(수시 1차 60명)은 고사 당일 주어지는 과제에 따라 4절지 크기에 4시간 동안 진행되며, '주제에 따른 게임용 포스터 제작(A형)'과 '주제에 따른 상황표현(B형)'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한다. 직전 연도인 2026학년도 수시 1차 입시 결과, 면접전형은 88명 모집에 1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은 11.3대 1(최저 2.0등급), 특별전형은 4.8대 1(최저 2.5등급)을 나타냈다. 수시 2차 면접전형의 경우 50명 모집에 13.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소문보다 기본기…동료와 부딪히며 성장할 준비된 인재 환영" 이동후 교수는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근거가 부실한 소문에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교수는 "입시준비생 커뮤니티나 SNS에서 '특정 화풍이나 포트폴리오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식의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라며 "테크닉보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장점과 성장 잠재력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험생들을 향해 "게임 개발은 단순히 혼자 즐기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가는 치열하고 아름다운 협업의 여정"이라며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능동적인 태도와 동료와 함께 긍정적인 시선으로 돌파구를 찾아낼 준비가 된 여러분을 캠퍼스에서 반갑게 맞이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9.09 14:58진성우 기자

새로운 한국적 오디세이, '까만 인절미'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2026년 여름, 나는 아주 흥미로운 두 작품을 마주했다. 하나는 거대한 바다를 가르며 귀환하는 고대 영웅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한 여인이 순교를 통해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한쪽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강원도립극단의 우리소리극 《까만 인절미》가 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는 순간, 뜻밖의 접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대도 세계도 다른 두 이야기가 놀랍도록 닮은 방식으로 긴 여정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노래하고, 노래를 통해 한 시대의 기억을 건네던 사람. 바로 '음유시인'의 목소리로 말이다. 오래전 사람들이 아직 책을 갖지 못했던 시절 이야기는 글이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로 전해졌다. 한 사람이 노래하면 다른 사람이 듣고, 다음 세대가 다시 노래했다. 영웅의 모험과 전쟁, 사랑과 죽음, 인간의 운명은 그렇게 공동체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역시 그런 구전의 세계에서 태어났다.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읽지만, 그 뿌리에는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던 음유시인이 있었다. 한국에도 이러한 음유시인이 있다. 바로 소리꾼이다. 소리꾼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자가 아니다. 서술자이면서 등장인물이 되고, 때로는 시대를 바라보는 증인이 된다.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 고수의 북과 추임새를 통해 한과 신명을 전달하며 기나긴 이야기와 역사를 입에서 입으로 이어온 사람들이다. 《까만 인절미》가 불러내는 인물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의 한가운데 놓인 여인 이성례다. 남편의 순교와 연이은 어린 자식의 죽음, 살아남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배교(背敎),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고통과 죄책감이 그녀의 삶을 관통한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자식들을 뒤로한 채 자신의 신앙을 선택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이제, 나란히 선 두 음유시인의 소리를 따라 긴 여정에 올라 보자. 《오디세이》의 음유시인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 몇 개의 단어만으로 거대한 여정의 좌표를 찍는다. 이제 그 음유시인의 방식처럼, 몇 개의 키워드를 따라 《까만 인절미》의 새로운 풍경을 펼쳐보려 한다. SONG - 이야기를 여는 소리 《오디세이》의 시작을 기억하는가. “A Face. A Fleet. A War. A Man. A Thought. A Trick.”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음유시인은 이 여섯 개의 단어를 차례로 던진다. 짧고 강렬한 음성과 고대 그리스의 6음보 운율을 현대적인 리듬으로 풀어낸 방식은, 오래된 서사시가 소리로 먼저 존재했음을 일깨운다. 《까만 인절미》의 시작 역시 소리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주기도문이다. 판소리의 어법으로 작창(作唱)된 주기도문은 힘 있는 중모리장단을 타고 흐르며 뜻밖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나아가 주기도문과 함께 울리는 열두 대의 북소리는 마치 《오디세이》 속 음유시인의 노래가 지팡이의 두드림을 만나 힘을 얻듯, 목소리에 물리적인 울림을 더한다. 그리고 그 울림은 어느 순간 하나의 경건한 의식으로 확장된다. 그 순간, 낯선 종교의 언어는 한국의 소리가 된다. 이 주기도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모두 세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삶 속에서 신성을 발견하는 기도로, 작품의 세계관을 여는 서곡이 된다. 두 번째는 자식을 잃은 여인의 모성이 신앙과 충돌하며, 한맺힌 절규로 점철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기도는 비로소 귀향의 노래가 된다. 삶의 고통과 갈등을 지나 죽음 너머 본향으로 향하는 순간, 주기도문은 교리가 아니라 소리가 되고, 소리는 모두를 진동시키는 울림이 된다. 세 번의 주기도문은 그렇게 이성례의 긴 여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SONG'은 단순히 노래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기억을 불러내고, 고통을 토해내며, 마침내 한 인간을 귀향으로 이끄는 하나의 긴 여정인 것이다. SEA - 폭풍을 건너는 두 개의 오디세이 《오디세이》에는 바다가 있다.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는 폭풍과 괴물, 유혹을 통과하며 이타카를 향한다. 눈에 보이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귀환의 길이다. 그런데 《오디세이》라는 렌즈를 통해 《까만 인절미》를 바라보면, 전혀 다른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성례가 건너는 바다는 실제의 바다가 아니라 마음속의 폭풍이다. 그녀에게는 남편 최경환의 죽음이 있고, 어린 막내의 죽음이 있다. 살아남은 자식들이 있고, 자식을 살리기 위해 신앙을 부정했던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선택 뒤에 따라온 죄책감과 고통이 있다. 오디세우스가 외부의 바다를 건넌다면, 이성례는 내면의 바다를 건넌다. 이렇게 바라보는 순간, '오디세이'는 더 이상 특정한 영웅의 모험담에 머물지 않는다. 한 인간이 겪어내는 긴 여정,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오디세이는 《까만 인절미》에서 '귀향'이라는 한국적 정서로 이어진다. 한(恨). 혼(魂). 해원(解冤). 그리스도교에서 죽음이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한국의 정서에서 돌아감은 흩어진 혼을 거두고 오래된 한을 풀어내는 해원에 가깝다. 그렇게 이성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본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오래된 한이 비로소 풀리는 해원의 순간이 된다. LOVE - 마지막에 남는 사랑 그렇다면 긴 여정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폭풍과 죽음의 위협을 지나 마침내 이타카에 도착했을 때, 그를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은 오래된 개 아르고스다. 오랜 세월 주인을 기다린 아르고스는 그의 귀환을 알아본 뒤, 더 이상 그를 맞이할 힘조차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거대한 전쟁과 신들의 분노, 수많은 모험으로 가득했던 서사의 마지막이 한 생명과 한 인간 사이에 남아 있던 사랑으로 수렴하는 순간이다. 《까만 인절미》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이성례의 삶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 박해와 순교, 신앙과 배교, 모성과 죄책감.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에 모이는 곳은 의외로 까만 인절미 한 조각이다. 아이의 손때가 묻은 그 인절미는 거대한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끝내 놓지 못했는지를 조용히 품고 있다. 거대한 전쟁과 신들의 분노로 가득했던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늙은 개 한 마리의 눈빛으로 남듯, 《까만 인절미》의 박해와 순교라는 거대한 역사 역시 마지막에는 한 조각의 인절미가 품은 사랑으로 압축된다. 아르고스와 까만 인절미.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인 하나의 생명과 하나의 사물이지만, 두 작품은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긴 여정의 끝에서 인간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거대한 업적이 아니라, 끝까지 남겨진 사랑이라는 것. BARD -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 그렇다면 이 긴 여정은 어떻게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도착했을까. 답은 다시 소리다. 《오디세이》의 음유시인을 연기한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2026년의 음악적 언어와 새로운 운율로 오래된 영웅의 이야기를 다시 노래한다. 《까만 인절미》의 소리꾼 박애리 역시 오래된 순교의 역사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새로운 작창의 소리로 오늘의 무대 위에 다시 세운다. 고전과 역사 속에 머물 뻔했던 인물들은 그렇게 각자의 시대가 가진 언어와 감각을 입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 결과 《까만 인절미》에서 이성례는 더 이상 기록 속에 남겨진 순교자의 이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신앙과 모성 사이에서 신음하고, 사랑 앞에서 흔들리며, 끝내 본향길에 오른 한 인간의 얼굴로 오늘 우리 앞에 선다. 효율과 실리를 좇는 시대에, 이성례의 선택은 어쩌면 지나치게 미련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미련한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오래 바라보아야 할 인간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는 그렇게 지나가서는 안 된다. 한 인간이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으며,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놓았는가. 이런 이야기가 오래도록 불리고 회자될 때, 비로소 우리의 여정에도 한 줄기 사유가 남을 것이다. 필자 최한이 최한이는 전통과 현대를 노래하는 국악 보컬리스트다. 초등학생 시절 판소리에 재능을 보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 발탁됐고, 국립국악중·고를 거쳐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2012년 창작국악 신진 등용문인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켜켜이 쌓인 전통의 숨결을 바탕으로, 크로스오버와 월드뮤직, 방송과 무대를 넘나들며 판소리의 동시대성과 문화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MBN , tvN , KBS 등에 출연했으며, 2025년 12월부터 지디넷코리아 [문화엔진] 시리즈 필진으로 합류해 판소리와 창작국악, 한류를 음악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칼럼을 연재한다.

2026.09.09 10:08최한이 컬럼니스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명화, LG TV로 들어왔다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명화가 LG TV로 들어왔다. LG전자는 최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트 콘텐츠 서비스 'LG 갤러리 플러스(LG Gallery+)'에서 소장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에두아르 마네의 '아르장퇴유 정원의 모네 가족',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의 '해변에서', 세브린 로젠의 '꽃과 과일이 있는 정물' 등이 대상이다. 명화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익숙한 디지털 전환의 한 장면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소장품을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해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지점을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컬렉션이 TV 제조사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화면을 둘러싼 경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화만 모으지 않는 '갤러리' Gallery+의 매력은 콘텐츠의 폭에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뿐 아니라 영국 내셔널 갤러리 런던,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문화기관과 협력하고, 사치아트의 현대미술도 제공한다. 게임 일러스트와 영화 이미지, 자연경관까지 포함하면 현재 5천 개가 넘는 아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미술사에 따라 작품을 배열한 온라인 미술관과는 쓰임이 다르다. 한 화면 안에서 고전회화와 현대미술, 영화와 게임 이미지가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그날의 취향과 공간에 맞춰 화면을 바꾼다. Gallery+는 미술작품을 디지털화해 보여주는 데 그치기보다 다양한 시각문화를 생활공간의 화면에 편성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LG전자의 하드웨어와 플랫폼 전략도 맞물린다. OLE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가 이미지의 색과 명암, 디테일을 얼마나 잘 구현할 것인가를 담당한다면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webOS와 Gallery+는 그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넓힌다. 좋은 디스플레이가 콘텐츠의 표현력을 높이고, 좋은 콘텐츠는 다시 그 화면을 사용할 이유를 만든다. TV 산업에서도 이 연결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화질과 크기, 디자인의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제품을 구입한 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고 서비스를 반복해서 이용하는지도 TV 경험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탄이 더해진다는 것 그래서 이번 협업은 작품 100여 점의 추가보다 파트너의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힘은 유명한 명화 몇 점에만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면서 쌓아온 컬렉션과 큐레이션의 신뢰가 있다. LG전자에는 다른 자산이 있다. 디스플레이와 webOS, Gallery+라는 서비스, 그리고 이용자의 생활공간에서 작동하는 TV다. 미술관이 축적한 문화적 자산과 기술기업의 화면·플랫폼이 만나는 구조다. 문화콘텐츠의 유통에서도 살펴볼 대목이 있다. 그동안 미술관과 박물관의 디지털 전환은 원본을 얼마나 정밀하게 촬영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것인가에 많은 힘을 쏟았다. 이제 구축 이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만들어진 디지털 문화자산을 어디에 유통하고, 어떤 콘텐츠로 편집하며,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경험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같은 작품 이미지라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때와 거실의 대형 화면에 오랫동안 띄워놓을 때 쓰임은 달라진다. 플랫폼이 바뀌면 콘텐츠의 호흡도 바뀐다. 디지털화 이후에 다시 편집과 연출,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TV 속 명화가 실제 미술관의 원작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작품의 물성과 크기, 전시장 안의 거리와 빛은 실제 장소가 가진 경험이다. 대신 작품과 만나는 경로는 하나 더 늘어난다. TV에서 처음 발견한 작품이 미술관 방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직접 봤던 작품을 생활공간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5천 점 다음은 '발견'이다 Gallery+가 5천여 콘텐츠를 갖추면 질문도 달라진다. 더 많은 작품을 확보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숫자가 커질수록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아트 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와 소비의 리듬이 다르다. 한 작품을 몇 시간, 때로는 며칠 동안 화면에 둘 수 있다. 아침과 밤, 계절과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도 달라진다. 무엇을 보유했는지만큼 무엇을 언제 만나게 하는지가 서비스의 성격을 결정한다. Gallery+는 이미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추천과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새로운 작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하느냐다. 유명 작품을 많이 모아놓는 것으로 좋은 컬렉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작품 사이에 맥락을 만들고, 익숙한 취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이미지로 관심이 이어지게 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콘텐츠의 양이 플랫폼의 규모를 만든다면, 큐레이션은 플랫폼의 성격을 만든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합류가 흥미로운 것도 그래서다. 세계적인 미술관이 축적해온 컬렉션의 힘과 LG전자의 디스플레이·플랫폼 역량이 만나 명화를 보여주는 데서 어디까지 더 세밀한 발견과 감상 경험으로 발전할지 지켜볼 만하다. 이는 문화기관과 콘텐츠기업에도 같은 과제를 남긴다. 디지털 전환의 다음 과제는 구축 이후에 있다. 구축한 자산을 콘텐츠로 가공하고, 적합한 플랫폼에 유통하고, 이용자의 선택과 반응을 다시 다음 기획으로 돌려야 한다. 유산과 예술이 디지털 자산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경험, 다시 산업으로 이어지려면 이 순환이 필요하다. TV의 화질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좋은 화면을 쓸 이유를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도 함께 커진다. LG Gallery+에는 이제 메트로폴리탄의 명화와 현대미술, 영화와 게임 등 서로 다른 시각문화가 하나의 서비스 안에 모이고 있다. 다음 승부가 몇 점을 더 채우느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하는가로. Gallery+가 앞으로 보여줄 매력도 그 변화 속에서 더 선명해질 것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9 09:58이창근 컬럼니스트

빈 상가 K-콘텐츠로 채운다…문체부·국토부·중기부, '원도심 리코어 프로젝트' 추진

정부 3개 부처가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로 비어가는 지방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공간 정비와 문화콘텐츠 지원을 결합한 대규모 복합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방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재조성하고 청년·창업인·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종합 지원하는 거점 특화 '원도심 리코어(RE:CORE) 프로젝트' 시범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 소규모 상가 공실률 상승(올해 상반기 기준 8.5%) 등 원도심 공동화 현상에 대응해 하드웨어 정비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육성을 일원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의 핵심은 '원도심 복합재생'과 '특화거점' 조성이다. 국토부는 공실 상가를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해 리모델링한 뒤 청년과 창업가의 작업실, 공유 사무실, 팝업스토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장 10년의 운영계획을 바탕으로 임대료를 지원한다. 아울러 미활용 공공시설과 대형 유휴 건물을 로컬창업 스튜디오 등 특화거점으로 전환하고, 주차장 확충 및 가로환경 정비를 병행해 '점·선·면' 구조의 유기적 공간 체계를 구축한다. 문체부는 이에 발맞춰 지역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원도심 대표콘텐츠 제작·확산 사업'을 운영한다. 콘텐츠 발굴부터 유통까지 전 주기를 지원해 특화거점과 상가 내 상설 전시·공연을 유도하고, 청년 창작자 활동비 지원 및 인기 콘텐츠 팝업스토어를 연계할 방침이다. 중기부 역시 향후 지역상권·전통시장 육성사업 및 창업도시 지원 사업과 연계해 이전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 혜택을 우대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4극 3특' 권역별로 1~2곳 내외를 우선 선정해 다음해부터 사업을 착수하며, 지역당 지방비 매칭을 포함해 최대 365억 (국비 최대 242억 4000만원)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세부 지침을 안내하고자 오는 17일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지방자치단체 대상 설명회를 개최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은 주민 삶의 만족도와 정주 매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관계 부처가 원도심의 공간·콘텐츠·사람을 문화로 연결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며 "이번 시범 사업을 기점으로, 각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로 원도심 곳곳에 생기를 더해, 그 지역이 주민에게는 자랑스러운 터전이 되고, 방문객에게는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08 18:45진성우 기자

문체부, 2027년 문화기술 생태계 예산안 2406억 편성…역대 최대 규모

정부가 문화기술을 미래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406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가운데, 대형 전략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화 지원을 본격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7년도 문화기술 생태계 정부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2115억원) 대비 13.7% 증가한 2406억원으로 편성했다고 8일 밝혔다. 세부 항목별로는 연구개발(R&D) 1774억원, 사업화 지원 보조금 32억원, 문화기술 펀드 출자금 6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 2월 신설된 전담 부서 '문화기술과'와 4월 출범한 부설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의 전문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K-컬처 경제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R&D 사업으로는 2003년 문화기술 연구개발 착수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케이-컬처 라이브 공연향유 경험 혁신 기술개발(250억원)'이 반영됐다. 인공지능(AI) 연출과 초고화질·실감 음향 생중계 기술을 개발해 대형 공연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생중계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문화자원 전 주기를 기술화하는 '케이-뮤지엄 기술개발(62억원)', 기술 수명 단축에 대응하는 '현장 솔루션 기술개발(50억원)', AI 학습데이터 권리 관계를 검증하는 'AI 저작권 신뢰 거버넌스 기술개발(31억원)' 등이 신규 편성됐다. 연구개발 성과가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케이-문화기술 글로벌 사업화 및 시장 창출 지원' 보조사업도 최초로 도입된다. 아울러 올해에 이어 2027년에도 정부 600억원과 민간 400억원을 매칭한 총 1000억원 규모의 '문화기술(CT) 펀드'를 지속 결성해 민간 투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문화기술의 예산 확대, 전략사업 발굴, 전담 조직 정비, 민간 투자 유치 등 국가전략산업화를 뒷받침할 생태계 기반을 구축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케이-컬처 400조원'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9.08 16:50진성우 기자

우체국물류지원단, 추석 앞두고 청렴 실천 기간 운영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추석 명절을 맞아 임직원 청렴 의식을 높이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오는 23일까지 청렴 실천 기간을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이날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청렴 실천 기간엔 기관장 참여 현장청렴간담회, 내부통제 N행시, 갑질 집중 신고기간 운영, 전 직원 반부패 자가진단 등이 마련됐다. 청렴 문화를 대외 이해관계자까지 확산하기 위해 협력 업체 대상으로 기관 반부패 의지를 담은 청렴서한문을 전달한다. 오기호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은 “청렴실천 강조 기간을 통해 청렴 소통과 자율적 실천이 조직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9.08 16:49홍지후 기자

한국·프랑스 총 10억 유로 투자 협력…SLL·네이버 등 민간 글로벌 제휴 본격화

한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 산업 발전을 위해 향후 5년간 각각 5억 유로(약 7806억원)를 투입하기로 합의하고 글로벌 민관 협력망을 본격 가동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프랑스와 공동 의장국을 맡아 개최한 국제 영화·영상 분야 회의 '뤼미에르 서밋'에서 양국 및 글로벌 핵심 주체 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약속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서밋에는 50여 개국 영화·영상 관련 정부, 기업, 공공기관, 창작자 200여 명이 참석해 다자간 협력 체계를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개막식에서 '국제 영화·영상산업 투자 협력 구상(뤼미에르 파트너십)' 출범을 선언했다. 협약에 따라 양국은 향후 5년간 각각 5억 유로(약 7806억원)를 자국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인공지능(AI) 발전 등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투자·유통 전반에 걸친 협력을 구체화하는 운영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국내 대표 기업 및 기관의 글로벌 민간 제휴도 이어졌다. 콘텐츠 제작사 SLL은 유럽 미디어 그룹 미디어완과 지식재산(IP) 포맷 리메이크 및 글로벌 공동제작에 합의했으며, 네이버는 프랑스 국립시청각연구소(INA)와 AI 기술 기반 아카이브 보존·복원 공동 연구를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또한 미국영화협회(MPA)와 신인 발굴 및 인재 교류 등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다. 문체부는 이탈리아 문화부와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해 유럽 내 제작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 협정에 따라 양국이 공동 제작물로 승인한 영화는 자국 영화와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아 영화 발전 기금 인센티브, 세액공제, 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게 되며, 제작 인력과 장비 이동 절차도 간소화될 방침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서밋은 국경을 넘어 '영화와 영상'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깊이 소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연대의 다리를 놓은 역사적인 정점"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 영상 콘텐츠 제작의 중심이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창작의 자유를 넓히고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08 16:40진성우 기자

넷마블문화재단, '2026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개막…29개 종목 격돌

전국 장애학생들이 이스포츠와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겨루며 교류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가 막을 올렸다. 넷마블문화재단(이사장 방준혁)은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소노캄에서 본선 참가자를 비롯한 관계자 1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장애학생들의 여가 문화 조성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AI로 여는 세상e! 무한한 가능성e!'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는 8일과 9일 양일간 열린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3000여명이 예선을 거쳤으며, 본선에서는 18개 종목의 정보경진대회와 11개 종목의 이스포츠대회 등 총 29개 종목이 진행된다. 특히 이스포츠대회는 기존 10개 종목에서 'FC온라인'이 정식종목으로 승격되면서 '마구마구 리마스터', '모두의 마블' 등과 함께 총 11개 종목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시범 종목을 제외한 부문별 우승자에게는 교육부장관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되며 우수상, 장려상, 페어플레이상도 각각 수여된다. 현장에서는 8일 오후 7시부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일루전 매직쇼, e세계 퀴즈쇼 등 문화공연이 펼쳐지며, 자율주행 퍼스널 모빌리티, AI 캐리커처, VR 게임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함께 운영된다. 도기욱 넷마블문화재단 대표는 “학생들이 즐거운 경험을 쌓기 바라며 올해는 특별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새로운 여가 문화를 열어가는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6.09.08 15:40정진성 기자

문체부-태국 왕립경찰, 'K-콘텐츠' 저작권 보호 협력 업무협약 체결

해외에서 발생하는 초국가적 'K-콘텐츠' 저작권 침해 범죄를 차단하고 수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공조 협력망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태국 왕립경찰 중앙수사국과 '저작권 보호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K-콘텐츠 관련 글로벌 불법 유통에 대한 공동 수사 활동을 전개하고 현지 사법기관과의 수사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태국 왕립경찰 중앙수사국은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롯해 조직범죄, 사이버범죄 등 국제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핵심 사법기관이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에 따라 저작권 침해 대응 법 집행 작전 협력, 저작권 범죄 및 수사 정보 교류, 제도 개선 및 인식 제고를 위한 정책 공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공조는 실질적인 국제 공동작전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문체부는 올해 2월 경찰청, 인터폴, 태국·말레이시아 왕립경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 함께 5개국 합동작전을 진행해 동남아 전역에서 대규모 불법 실시간재생(스트리밍)망을 운영해 온 일당을 검거했다. 피의자들은 국내 방송 채널 8개를 포함한 전 세계 426개 방송과 VOD 8천여 편을 무단 송출해 업계 추산 35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혔으며, 현지 조사를 거쳐 태국인 1명과 말레이시아인 2명이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수사 성과는 문체부·경찰청·인터폴이 추진 중인 '온라인 불법복제 대응 프로젝트(I-SOP)' 2차 협약과 지난해 진행된 사전 공조 회의가 기반이 됐다. 경찰청은 인터폴 사무총국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을 전담 협력관으로 지정해 초국가적 공조를 지원하고 있으며, 문체부는 다국가 간 공조 체계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보호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재현 문체부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은 "국제 공동작전과 업무협약을 토대로 인터폴 등 국제 수사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다국가 간 국제공조 체계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초국가적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 역량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라며 "국경 없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모범사례를 정립하고, 안전한 국제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08 11:10진성우 기자

문체부, '2026 젊은 건축가상' 발표…10월 건축문화제 연계 전시

국내 우수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한 '2026년 젊은 건축가상'의 최종 수상자로 3개 팀이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와 공동으로 '2026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로 나종원(Of Architecture limited), 김민호(코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신성진·손경민(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등 3개 팀을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총 42개 팀이 지원한 이번 공모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공개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확정했다. 김용미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회는 건축가의 기본기와 태도, 건축적 사고의 발전 과정, 도시 및 사회에 대한 이해도, 공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 등을 고루 평가했다. 특히 단순한 작품의 완성도를 넘어 건축가로서의 진정성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실천 의지를 중점적으로 반영했다. 문체부는 지난 2008년부터 신진 건축가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이 상을 지속 운영하며 장관상을 수여해 왔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10월 열리는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 진행된다. 현장에서는 수상자들의 주요 작품과 건축적 성과를 소개하는 기획 전시도 함께 마련될 계획이다.

2026.09.08 11:00진성우 기자

문체부-MBC, 자살예방 캠페인 프로그램 '플레이리스트 109' 종영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일상의 위로와 동반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대국민 소통 캠페인 프로그램이 8회 방송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하고 음원 서비스를 통해 메시지를 이어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MBC와 공동 기획·제작한 방송 프로그램 '오늘을 버틴 노래 플레이리스트 109(이하 플레이리스트 109)'가 이날 예정된 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오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자살예방 상담번호 109를 힘든 시간을 버티는 이들과 늘 함께하는 존재로 인식시키고자 기획됐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플레이리스트 109'는 각계각층의 인물과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자신을 지탱해 준 '버팀 노래'와 사연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배우 김영옥·박신양, 요리사 윤남노·이연복, 가수 선우정아, 109 상담원 등 다양한 출연진이 진솔한 경험담을 전했으며, 사연 공모와 이벤트를 통해 접수된 3300여 건의 국민 참여를 반영하며 쌍방향 소통 콘텐츠를 완성했다. 오늘 밤 9시 방영되는 최종회에서는 방송인 조나단, 요리사 이연복의 사연과 함께 국민 60여 명을 초청한 청음회 현장이 공개된다. 캠페인을 통해 소개된 '버팀 노래' 109곡은 방송 종료 이후에도 주요 음원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계획이다. 아울러 진행자인 이석훈, 이준, 딘딘이 참여한 공식 음원 '같이'와 '109' 2곡은 저작권자 동의를 거쳐 MBC 공식 누리집에서 비영리 목적에 한해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지원해 캠페인의 선한 영향력을 일상 속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공형식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은 "사연과 노래를 나눠준 모든 국민과 진행자에게 감사드린다"며 "모두가 공감하고 위로받는 지속 가능한 캠페인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준비한 만큼, 방송 이후에도 온라인 영상과 음원을 통해 감동이 이어지고 주변에 먼저 안부를 건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6.09.08 10:50진성우 기자

진도의 9월, 민속예술과 도시의 만남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도시의 이름에는 장면이 붙는다. 어느 곳에서는 소리가 먼저 떠오르고, 어느 곳에서는 걸었던 길과 사람의 얼굴이 남는다. 문화도시의 힘도 그런 경험이 얼마나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느냐에서 드러난다. 9월에는 그 흐름을 연이어 살펴볼 일정이 있다. 전국 문화도시가 밀양에 모이고, 며칠 뒤 진도에서는 무형유산의 전승과 오늘의 실천을 이야기하는 컨퍼런스와 몸과 소리의 현장인 축전이 열린다. 밀양에서 공유하고, 진도에서 이어간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밀양에서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가 열린다. 전국 37개 문화도시가 각 지역의 성과와 문화를 펼치고, 개막식에는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도 참석한다. 개최도시 밀양은 옛 밀양대학교를 햇살문화캠퍼스로 되살리고 아리랑과 로컬 콘텐츠, 시민 활동을 도시 안에 축적해왔다. 박람회에서는 밀양·정선·진도의 아리랑도 한 무대에서 만난다. 행사가 끝난 사흘 뒤인 16일부터 진도에서는 국제무형문화컨퍼런스가, 18일부터는 국제무형문화축전이 열린다. 두 지역의 행사는 공식적으로 연결된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전국 문화도시의 경험을 나눈 직후 진도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다시 현장에 펼친다는 시간의 흐름은 흥미롭다. 밀양에서 전국의 문화도시와 만난 진도의 아리랑이 며칠 뒤 다시 진도의 삶과 장소 안으로 돌아온다. 전국 단위의 교류와 한 지역의 자기다움 사이를 오가는 문화도시 정책의 한 장면처럼 읽힌다. '민속문화의 섬', 사람과 장소에서 살아나다 진도는 13개 '대한민국 문화도시' 가운데 하나다. 내건 비전은 '대한민국 문화도시 민속문화의 섬, 진도'. 강강술래와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등 몸과 소리로 이어온 민속문화를 핵심 자산으로 삼고 교육과 창작, 유통과 확산, 원도심과 관광을 잇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시작해 2027년까지 이어지는 본사업의 가운데 해가 올해다. 이제 그 비전이 사람과 장소에서 어떤 경험으로 모습을 드러내는지 살펴볼 시점이다. 무형유산의 가장 오래된 아카이브는 어쩌면 사람의 몸이다. 누군가 다시 부르고 춤추며 장단을 받아야 다음 시간이 열린다. 진도의 문화적 힘도 여기에 있다. 오래된 소리와 몸짓이 여전히 사람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8월 열린 '진도 민속예술 관광정책 포럼'에는 이재각 진도군수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문화·관광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민속예술과 관광의 접점을 논의하고 운림산방과 남도진성, 진도토요민속여행 같은 현장도 함께 살폈다. 진도군문화도시센터도 허건 센터장을 중심으로 민속문화를 프로그램과 공간, 지역 활동으로 연결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현장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콘텐츠 디렉팅의 역할도 더욱 선명해진다. 어느 장소에서 만나고, 어떤 동선으로 걷고, 누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머물고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 것인가. 진도가 지닌 풍부한 문화자산이 오늘의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수록 문화도시의 매력도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 관광 역시 사람을 데려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가 전승자와 지역 기획자의 다음 활동으로 돌아가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 된다면 문화도시는 사업 기간을 넘어 지역에 축적되는 구조를 갖게 된다. 민속문화와 관광을 연결하려는 진도의 움직임도 결국 이 순환을 얼마나 촘촘히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컨퍼런스에서 축전까지, 말과 몸을 잇다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2026 진도국제무형문화컨퍼런스'의 공개 프로그램은 '한'과 '흥'을 화두로 아시아·태평양 민속예술의 전승과 창조적 실천을 다룬다. 기조강연에 이어 민속예술의 전승과 도전, 유네스코 무형유산과 국제교류, 민속예술의 창조적 실천 등을 여러 세션에서 논의하고 진도를 다루는 특별세션도 마련한다. 컨퍼런스가 발표와 토론으로만 끝나지 않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도의 민속예술을 직접 접하는 문화체험을 일정 안에 배치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유산'을 다시 사람의 몸과 소리, 실제 장소에서 만나게 하는 구성이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18일부터 20일까지는 '2026 진도국제무형문화축전'이 이어진다. '삶의 줄, 열두 매듭'을 중심으로 진도씻김굿과 진도다시래기 등 지역의 무형유산에 국내외 초청공연, 전시와 체험,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공개된 축전 계획에는 공연 편성뿐 아니라 체험과 먹거리, 편의시설, 공간배치까지 담겨 있다. 공연을 보는 시간과 장소를 걷는 시간, 먹고 머무는 시간이 하나의 축전 안에 놓인다. 콘텐츠의 관점에서는 바로 이 접점이 중요하다. 공연 하나의 완성도뿐 아니라 서로 다른 몸과 소리, 장소와 사람이 어떤 동선과 리듬으로 이어져 하나의 진도 경험을 만드는가 하는 문제다. 컨퍼런스가 그 몸이 다음 세대로 건너갈 길을 묻는다면, 축전은 그 길 위에서 다시 몸과 소리를 만나게 한다. 그 흐름이 행사 뒤에도 이어진다면 의미는 더 커진다. 컨퍼런스에서 나눈 이야기가 다음 정책과 기획으로 이어지고, 해외 초청이 공동작업과 교류로 발전하며, 축전에서 생긴 관심이 전승자와 지역 기획자의 다음 활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진도에는 이미 씻김굿의 소리와 강강술래의 원, 다시래기의 몸짓과 아리랑의 장단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서둘러 덧붙이기보다, 그 오래된 시간이 오늘의 동선과 체류, 해설과 콘텐츠 안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민속문화의 섬'이라는 비전이 사람의 몸과 장소의 기억, 관광과 전승 사이에서 진도다운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 올가을 진도에서 기대하고 싶은 장면은 바로 그 연결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8 09:26이창근 컬럼니스트

문체부, 파리서 '케이-북 위크' 개최…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우수한 한국 출판콘텐츠를 현지에 소개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종합 교류 행사가 파리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케이-북 위크'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행사는 이달 5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의 복합문화공간 '갤러리 조셉' 등지에서 진행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오는 9일 현장을 방문해 관람객 및 출판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한국 출판물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행사 기간 갤러리 조셉에서는 안녕달, 유영광, 천선란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저작을 포함해 그림책, 문학, 웹소설, 출판 IP 기반 2차 콘텐츠 등 총 130종의 도서를 선보인다. 파리 시내 서점과 학교 등에서는 한국 작가 10인과 프랑스 문학인들이 참여하는 북토크, 사인회, 독서 모임 등 총 12회의 현지 독자 교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실질적인 산업 연계를 위한 비즈니스 창구도 마련된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다산북스, 푸른숲 등 국내 10개 출판사와 다르고, 오 포르주 드 뷜캥 등 프랑스 현지 20여 개사가 참여해 1대1 저작권 수출 상담 및 시장 동향 세미나를 진행한다. 아울러 프랑스 대표 출판사 갈리마르 시찰과 '케이-북의 밤' 행사를 통해 양국 출판계 네트워크를 다질 방침이다. 최휘영 장관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이해 개최하는 케이-북 위크는 양국의 독자와 작가, 출판인을 잇는 지속적인 교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케이-북에 대한 관심과 출판인, 독자들의 의견을 살펴보고, 케이-북이 유럽의 독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07 17:40진성우 기자

문체부, 8일 '2026 저작권 보호 국제 포럼' 개최…K-콘텐츠 침해 대응

전 세계적인 K-콘텐츠 확산에 발맞춰 날로 고도화되는 초국경 디지털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민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보호원과 '2026 저작권 보호 국제 포럼'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행사는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미국 영화협회(MPA), 태국 지식재산청 및 왕립경찰, 글로벌 IT 기업 클라우드플레어 등 국내외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포럼은 세종대학교 최승재 교수의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 분야 국제 협력' 기조 발표로 시작해 총 3개 분과로 진행된다. 각 분과에서는 대한민국 저작권 보호 정책과 해외 주요국 정책 동향을 비교·점검하고, 기술적 대응과 민관 협력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조 체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종합 토론에서는 상명대학교 김종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고도화되는 초국경 불법 유통에 맞선 실질적 연대 방안을 논의한다. 문체부는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각국 전문가 의견을 검토해 향후 저작권 보호 정책 수립과 국제 공조 강화에 반영할 방침이다. 최영진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저작권 보호는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도출된 의견들이 우리 저작권 보호 정책의 든든한 토대가 되고, K-콘텐츠 보호를 위한 국제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9.07 17:30진성우 기자

노선 유치부터 도착 후 이동까지…문체부·국토부, 양양공항 활성화 대책 모색

정부가 국제선 회복이 더딘 양양 국제공항을 찾아 외래관광객의 강원권 유입과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항공·관광 연계 방안을 모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는 양양 국제공항에서 세 번째 '지방공항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협력 포럼'을 열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4월 대구와 5월 김해에 이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지자체 단체장, 공항공사, 관광공사, 항공사 및 여행업계 관계자 50여명이 모여 강원권 현안을 직접 진단하기 위해 추진됐다. 포럼에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양양공항 인근 관광권 관광-항공 연계 및 활성화 방안' 발표를 시작으로 부처별 정책 방향과 업계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신규 노선 유치를 비롯해 공항-관광지 간 대중교통 인프라, 지역 수용 태세 개선, 맞춤형 관광 콘텐츠 및 공동 마케팅 방안 등 관광객 이동 전 과정에 걸친 실행 과제가 다뤄졌다. 문체부와 국토부는 대구·김해·양양 릴레이 포럼에서 취합된 과제를 실장급 '관광-교통 정책협의회'를 통해 관리하고, 오는 11월 대국민 토론회를 거쳐 실제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항공사 취항 지원과 공항 접근성 개선에 집중하고, 문체부는 공항 도착 이후 지역 체류와 소비로 이어지는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대현 문체부 차관은 "양양공항 현장에서 지역과 항공·여행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제기된 어려움을 실질적인 정책 개선 과제로 연결할 것"이라며 "외래관광객을 유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항에서 관광지로의 이동과 강원에서의 체험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07 17:20진성우 기자

에버스핀, 세계불꽃축제 '명당' 사옥 개방…5년째 고객·임직원과 '동행'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기업 에버스핀이 5년째 서울세계불꽃축제 '명당'인 노량진 사옥을 고객사와 임직원에게 개방했다. 에버스핀은 지난 2022년에 시작한 이래 올해에도 회사의 성장 과정에 함께해 온 고객과 구성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특별한 경험을 함께 나누기 위해 사옥 개방행사를 개최했다고 7일 밝혔다. 사옥 개방행사는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고객과 임직원을 초청해 함께 축제를 즐기는 자리로, 이제는 에버스핀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에버스핀은 피자와 치킨·음료 등 먹거리를 마련해 참석자들이 격식 없이 불꽃축제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 제품 발표나 고객 세미나 없이 오직 고객과 임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다. 에버스핀 측은 행사를 이어가는 배경으로 '회사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눈다'는 기업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보안 산업은 고객과의 관계가 제품 공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안 위협에 지속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하는 만큼 기술력뿐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신뢰가 중요하다. 에버스핀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쌓아온 고객 신뢰와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150여 곳의 금융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는 “에버스핀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우리 기술을 믿고 선택해 준 고객과 그 기술을 함께 만들어 온 임직원”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며 얻게 되는 좋은 공간과 순간, 경험까지 에버스핀과 함께 해 온 분들과 나누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버스핀은 앞으로도 기술과 사업의 성장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가치와 경험을 고객·임직원과 함께 나누는 기업문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6.09.07 10:58주문정 기자

예악의 시간이 춤이 될 때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춤은 어디에 남을까. 건축은 자리에 남고 그림과 유물은 형태로 남는다. 춤은 누군가 다시 몸을 움직여야 이어진다. 발을 딛는 자리와 팔을 드는 높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과 음악을 기다리는 호흡까지 몸에서 몸으로 건너가야 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의 일무(佾舞)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사람의 몸으로 이어온 춤이다. 오는 9월 12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일무 전장 '팔풍의 몸짓, 일무' 열한 번째 연작이 열린다. 사단법인 아악일무보존회가 주최하는 대표공연으로 현재 예매가 진행 중이다. 공연 자료에 따르면 종묘대제와 공개행사에서 일무 전장을 온전히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만큼, 일무의 원형과 전장을 온전히 전승·공연하는 데 연작의 뜻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64인의 팔일무로 보태평·정대업 일무 전장을 암보해 선보였고 올해 열한 번째 연작으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절제에서 드러나는 격조 종묘제례악이라고 하면 먼저 장중한 음악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음악만으로 예악의 전체를 만날 수는 없다. 기악 연주와 선왕의 공덕을 노래하는 악장, 줄과 열을 이루어 추는 일무가 함께 움직인다. 보태평의 일무는 선왕의 문덕을, 정대업의 일무는 무공을 기린다. 귀로 듣는 음악의 뜻을 몸이 공간 위에 펼쳐 보이는 셈이다. 일무의 매력은 큰 동작보다 절제에서 드러난다. 한 사람이 자신의 기량을 앞세우기보다 여러 몸이 방향과 간격을 맞추며 전체의 형식을 만든다. 팔을 드는 각도와 발을 놓는 위치, 움직임과 멈춤 사이의 호흡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몸을 과장해 드러내지 않아도 줄과 열이 만든 공간은 넓다. 종묘제례악 일무의 격조는 이 절제된 질서에서 나온다. 몸의 배열에도 오래된 세계관이 배어 있다. 종묘제례에서는 상월대의 등가가 하늘을, 하월대의 헌가가 땅을 상징하고 그 사이에서 일무원이 춤춘다.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의 질서 안에서 만나는 천지인의 생각이다. 팔일무의 줄과 열 역시 보기 좋은 군무 대형으로만 읽을 수 없다. 몸의 위치와 방향에는 당시 사람들이 세상과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던 방식이 담겨 있다. 빠른 장면전환과 강한 이미지에 익숙한 관객에게 일무의 호흡은 낯설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천천히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움직임보다 몸과 몸 사이의 거리, 움직일 때보다 멈춘 순간, 개별 동작보다 여러 몸이 함께 이루는 질서에 시선을 두면 춤의 다른 표정이 보인다. 그것이 일무를 보는 첫 번째 방법이다. 전장을 기억하는 몸 이번 공연명에서 눈여겨볼 단어는 '전장'이다. 종묘제례악의 보태평과 정대업은 각각 11곡으로 이어지고 곡에 따라 일무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실제 종묘대제나 공개행사에서는 그 전체 흐름을 한 자리에서 온전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장을 익힌다는 것은 많은 동작을 차례대로 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분과 부분이 어떤 관계를 맺고 하나의 예악을 이루는지를 몸 안에 담아두는 일이다. 전체를 알고 있어야 한 동작이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 문무와 무무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도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전승의 완결성'을 생각하게 된다. 오랫동안 이어온 유산이라 해도 자주 쓰이는 일부만 남고 전체의 맥락이 희미해지면 다음 세대가 물려받는 것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전장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얼려두겠다는 뜻과 다르다. 이후의 해석과 창작이 출발할 수 있도록 전체의 구조를 잃지 않는 일에 가깝다. 종묘제례악 일무 전승교육사 김영숙 보존회 이사장은 원로들에게 전장을 모두 외워 발표하라는 과제를 받고 1988년 전장을 암보해 발표했다. 이후 이수자들이 전장을 익혀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이어왔다. 그가 전장을 외워 전하지 않으면 맥이 끊길 수 있다고 강조했던 배경에는 무형유산 전승의 현실이 놓여 있다. 악보와 의궤가 음악과 절차를 기록했다면 일무는 제례의 질서를 몸으로 기억해왔다. 영상으로 동작을 남길 수 있는 시대에도 옆 사람과 맞추는 간격과 음악을 기다리는 호흡, 몸에 들어가는 힘과 절제까지 저절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이 익히고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 무형유산에서 몸은 살아 있는 기록이다. 그래서 활용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원래의 구조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눈에 띄는 장면만 떼어내면 전통은 쉽게 이미지와 소재로 소비된다. 반대로 원형의 보존만 강조해 사람과 만나는 접점을 닫아버리면 전승의 폭은 좁아진다. 온전히 이어가는 힘과 더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함께 필요하다. 의례에서 무대로, 전승에서 경험으로 이번에는 일무가 종묘에서 국립국악원 예악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종묘에서 일무는 정전과 월대, 신위와 제상, 음악과 악장, 제관의 움직임과 함께 존재하는 제례의 한 부분이다. 공연장에서는 관객의 시선이 춤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줄과 열의 조형, 문무와 무무의 차이, 움직임과 멈춤이 만드는 리듬을 집중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공연장이 종묘라는 장소의 시간과 제례의 모든 맥락을 옮겨올 수는 없다. 대신 의례 안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던 몸의 언어가 무대의 중심으로 나온다. 종묘에서는 예악 전체 속에서 일무를 만나고, 공연장에서는 일무를 통해 예악의 구조를 되짚어보게 된다. 같은 춤이라도 장소가 달라지면 그것을 읽는 시선도 달라진다. 필자는 몇 해 전 종묘 악공청에서 미얀마의 K-팝 그룹이 김영숙 이사장과 이미주 예술감독을 비롯한 일무 전승자들의 지도로 직접 일무를 배우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설명을 듣던 이들이 팔을 들고 발을 옮기기 시작하자 오래된 춤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멀리서 바라보던 문화가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순간, 유산은 지식에서 경험으로 바뀌었다. 이 장면은 무형유산을 오늘의 사람과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했다. 꼭 화려한 기술이나 거대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을 잘 보이게 할 것인지, 어떤 맥락을 이해하게 할 것인지, 어디까지 직접 경험하게 할 것인지를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 먼저다. 전통예술의 활용도 같은 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장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설과 기록, 몸의 움직임을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한 번의 공연이 다음 공연과 연구로 이어지는 아카이브가 함께 쌓여야 한다. 한 차례 공연의 성과만으로 전승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떤 형식이 온전히 이어졌는지, 관객은 무엇을 새롭게 이해했는지, 공연 이후 무엇이 기록되고 다시 쓰일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았는지도 봐야 한다. 보존과 활용을 따로 놓기보다 전승의 완결성과 경험의 접근성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12일 예악당에서 '팔풍의 몸짓, 일무'를 만난다면 화려한 장면부터 찾지 않아도 좋겠다. 몸과 몸 사이의 간격, 팔과 발이 향하는 방향, 음악과 함께 흐르는 움직임과 멈춤을 천천히 따라가 볼 일이다.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 이루는 질서 속에서 종묘제례악의 춤이 오래 지켜온 예악의 격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춤은 순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누군가 다시 몸으로 익히면 그 시간은 다음 사람에게 건너간다. 온전히 기억하고,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 종묘제례악 일무의 다음 시간은 그 두 가지가 만나는 곳에서 이어진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7 10:20이창근 컬럼니스트

이재정 문체위원장 "게임, 규율 아닌 건강한 진흥으로"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하 문체위원장)이 게임을 단순한 통제와 규율의 대상이 아닌 '건강한 진흥'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4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게임과학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이 위원장이 문체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게임 관련 행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공식 행보다. 이날 축사에서 이 위원장은 스스로를 '게임 문외한'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로서 그동안 게임을 '이용 시간을 몇 시간으로 제한해야 할까' 고민하던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포럼의 핵심 주제인 '놀이터'라는 개념을 접한 뒤 게임에 대한 시각이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안전한 놀이터를 추구했지만, 사실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는 아이들이 재미가 없어 가지 않는다"며 "놀이터의 본질은 아이들이 그 안에서 규칙을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위험'을 만들어 주는 공간"이라고 짚었다. 이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된 게임의 미래 교육적 가치를 언급하며 입법과 정책 지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게임이라는 놀이터 개념 하에서 규율만이 아닌 '건강한 진흥', 그리고 현장과 함께 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정치가 산업을 리드하고 앞서나간다고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산업과 이용자의 흐름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고 뒤쫓아가며 제 역할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은 게임과학연구원(원장 김경일)이 '플레이그라운드 효과 - AI와 게임이 만드는 미래 교육'을 주제로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재단, 구글이 후원했으며 게임과 AI를 아동·청소년의 인지·사회적 발달을 돕는 '디지털 놀이터'로 재정의하는 논의가 진행됐다.

2026.09.04 16:07진성우 기자

문체부 예산 사상 첫 9조 시대…'K콘텐츠' 초격차 생태계 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사상 처음으로 9조원 이상으로 책정하며 '케이-컬처(K-Culture)'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체부는 2027년 예산안을 전년 본예산 대비 22.6%(1조 7790억원) 늘어난 9조 6345억원으로 편성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정부 전체 총지출 증가율인 12.8%의 약 2배에 달하며, 2000년 문화예산이 전체의 1%를 돌파한 이래 역대 첫 20%대 증가율이다. 핵심 수출 동력인 콘텐츠 부문에는 전년 대비 9.5% 증가한 1조 7719억원을 투입해 대작 IP 확보와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기업 규모와 장르 제한을 없앤 콘텐츠 전략펀드를 1300억원으로 2배 늘리고, 글로벌리그펀드 역시 2000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총 2조 2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시장에 공급한다. 자금난과 고금리에 시달리는 콘텐츠 기업을 위한 금융 안전망도 보강했다. 문화산업보증 출연을 438억원으로 확대하고 기업 대출이자 중 2.5%포인트를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이차보전 예산을 100억원으로 2배 늘렸다. 제작비 상승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특화 저금리 융자지원 시범사업(100억원)도 새롭게 추진한다. 케이-컬처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7.1% 증액한 177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원거리 특수관과 극장 등에서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현장감 있게 관람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 향유 기술개발'에 25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물을 탐사·복원하는 케이-뮤지엄 기술(62억원)과 기업 현장 애로 기술 해결(50억원) 과제도 신설했다. 게임 분야는 대작 발굴과 인디 생태계 조성을 아우르는 '투트랙' 기조를 명확히 했다. 글로벌 대작을 육성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게임' 제작 지원(60억원)을 신설하고, 단계별 경쟁 공모를 통한 인디게임 발굴·육성 예산을 138억원으로 확대해 200개사를 지원한다. 중소 게임사 입주 공간 지원 규모도 70개사로 늘려 기초 체력을 다진다. 업계의 숙원인 저작권 침해 방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효성 있는 예산도 반영했다. 개발사의 IP를 탈취하는 불법 사설 서버 차단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16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아울러 현장형 게임 분야 청년 인턴십 규모를 기존 40명에서 500명(66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청년층의 실무 기회를 대거 확충한다. 게임을 넘어 영상, 음악, 출판 등 콘텐츠 전 분야로도 원천 IP 확보 지원을 넓힌다. 먼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본 종속을 방지하기 위한 드라마 IP 확보 제작 지원을 534억원으로 늘렸다. 인디음악 허브 조성(160억원)을 비롯해 웹툰 시나리오 창작 연습소 조성(31억원), 출판 IP 2차 저작화(50억원) 등 기초 생태계 육성에도 신규 예산을 투입한다. 산업의 외연 확장과 함께 창작자와 청년층을 위한 문화 향유 안전망도 대폭 확충한다. 가장 높은 증가율(44.6%)을 보인 문화·예술 부문은 예술인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311억원으로 늘려 산재·국민연금 보험료 등을 새롭게 보장한다. 청년문화패스 역시 7925억원을 편성해 지원 대상을 19~34세로 전면 확대하고 체육활동까지 혜택을 넓혔다. 이 같은 '케이-컬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외래관광객 3000만 시대를 대비한 관광 인프라 투자로 이어진다. 관광 부문(1조 7581억원)은 지방공항 중심 5대 메가 관광권 조성에 935억원을 집중 배치하고 외국인 전용 '한국관광 통합패스'를 도입한다. 늘어나는 체류 수요에 맞춰 관광사업체 융자 지원을 8562억원으로 늘리고 통합 플랫폼(16억원)을 구축한다. 국민 일상과 맞닿은 체육 부문(1조 8333억원)은 안전한 스포츠 환경 조성과 첨단 기술 도입을 병행한다. 노후 공공체육시설 개보수(2558억원)와 유·청소년 체육활동(424억원) 예산을 크게 늘리고 복합형 돔구장 타당성 조사를 이어간다. 전문 체육 영역에서는 상임 심판 확충(201억원)과 함께 AI 판정 보조장비(50억원)를 신규 도입해 공정성을 높인다. 이번 예산안은 재정 긴축 기조 속에서도 게임과 신기술 R&D, 핵심 문화 장르를 국가 수출을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공식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체부는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산안을 바탕으로 장르별 생태계 확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과제를 순차 집행할 방침이다.

2026.09.04 10:07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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