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긴장해야…코로나 동안 中 제품 품질 경쟁력 크게 향상"
중국산 생산품을 구입하는 미국 소비자가 증가하는 등 중국의 제품 품질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정만기 부회장은 5일 중국 북경에서 '북경 주재 한국 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우리 기업인은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봉쇄 조치 폐지 이후 시장 개방‧자유 확대 기조가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A사 대표는 민간 교류 비자 문제 등이 풀리면서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 후 외자 기업 활동이 침체되자, 중국 정부 고위 인사가 외국 상회를 초청해 반간첩법은 중국 주재 외국인과 외자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알리는 등 중국 정부는 외자 기업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경제 활성화 위해 노력하는 상무부의 특수 입장은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 주재원 복리 후생비에 대한 비과세조치의 경우 그동안은 1년씩 연장됐지만, 최근 중국은 이를 4년 연장해 2027년까지 적용함으로써 외국 주재원은 실제 30% 소득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고 한국 등 주요 국가의 단체 관광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중국 진출 주요 기업은 중국 정부의 내자 기업 대부 관련 조치나 각종 정책 규제의 영향도 받지 않는 등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 긍정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참가 기업인은 일부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위기와 미미한 시장 활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투자, 소비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을 보였다. B사 중국 법인장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최근 이자를 납부하면서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해서 관망만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부동산으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사 본부장은 “코로나 이전 한·중 왕복 비행편은 매주 217편에서 코로나 기간 중 4편으로 줄었다가 단체 관광 허용, 한국 내 중국 비자 취득 절차 간소화 등으로 현재 121편으로 증편됐고, 연말쯤엔 80%, 내년 3월경엔 2019년 수준으로 회복 전망”이라면서 “코로나 이전엔 여객과 물류 사업 비중이 6:4 가량이었지만, 현재는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공 물류 사업은 전자제품, 반도체, 자동차 부품, 잡화 등이 위주이나 최근 반도체 물량은 예년에 비해 4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E사 사업부장은 “최근의 투자 위축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와 미래 산업 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시 중국 시장은 방치하면 안 될 것”이라며 “특히, 녹색산업의 경우 2023년 말부터 세계 탄소배출시장 3분의1 규모에 이르는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이 전국 단위로 열릴 예정이나, 중국 대부분 기업의 경우 관리 역량이 부족한 측면을 감안한 경우 한국 기업들에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中 생산품 구입 美 소비자 증가 우리 기업은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인식했다. D사 본부장은 “최근 중국발 미국향 의류, 잡화 수출 물량이 늘고 있는데, 이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산 생산품을 구입하는 미국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산 생산품의 품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H협회장도 “우리 기업들은 변화된 중국을 잘 모른다”면서 “코로나 이후 지난 3∼4년간 중국 제품들의 품질은 크게 개선되고 경쟁력이 높아졌으나, 중국과 단절됐던 한국 기업인은 과거 중국만을 생각하고 과거 수준의 상품으로 시장에 접근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의 소비자 충족 비율은 겨우 10%∼20%에 머물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은 철저한 시장 조사에 기반해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사 대표는 “중국 경쟁사의 기술력과 정밀도가 많이 개선되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기술개발 자금 지원으로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경우 수억 원 수준의 소규모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나, 중국은 기업별 기술 개발 자금 지원 규모가 통상적으로 50~100억원에 이른다”면서 “대규모 지원으로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G사 총재는 “중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은 정부 지원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 국영 기업이나 국영화된 기업이 자동화와 스마트화에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문제는 부품 조달 원가 절감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중국의 공급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협력 기업의 제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공급망을 활용한 아세안, 유럽으로의 수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J사 대표는 “중국 정부는 내연 기관차의 경우 한 대 생산 당 약 35%가 중국의 국익 증진에 기여하는 반면 전기차는 한 대 생산 약 70%의 기여율을 보인다고 평가한다”면서 “앞으로도 중국은 전기차 육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K사 상무는 “식품의 경우 코로나 기간 중 통관 애로로 어려웠으나, 최근엔 통관 문제는 해결됐지만 중국 내 소비부진으로 인해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다”면서 “국내 기업은 중국 제품의 품질 향상, 중국의 애국주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일부 제품의 경우 포장지 디자인은 한국 제품보다 더 나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통관 문제 전혀 없어…한중 관련 허위 보도 자제돼야" 이날 간담회에서 주재 기업들은 한·중 경제 관계와 관련해 상호 교류 확대와 불확실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중국 상황 관련 과장적‧부정적 왜곡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 기업들은 “국내 기업은 한중 관계 악화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진출한 기업도 투자를 확대하기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투자 자산 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는 중국 관련 정보의 95%는 부정적 보도”라면서 “특히 유튜브 등 일부 매체가 중국 상황에 대한 부정적‧선동적 과장, 허위 보도를 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사실에 바탕을 둔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사 팀장은 “언론의 우려와 달리 한중 무역의 경우 최근 정치 상황으로 인한 통관 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면서 “다만, 중국 지방 정부의 재정 악화와 세수 감소로 인해 세수 확보 차원에서 최근에는 지난 1∼2년 대비 관세 조사, 검역, 검사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중 FTA의 이행과 관련해 한-중 간 특정 품목의 HS 코드가 다른 경우 한국은 국제 HS 코드를 참고해 중국 기준 HS 코드를 발급해 줘 관세 혜택을 주고 있으나, 중국은 이 경우 FTA 관세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면서 “한-중 FTA 이행위원회를 통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시장 규모나 지리적 위치를 감안했을 때, 우리로선 중국과 실리 위주의 경제 관계를 확대해 가야 할 것”이라며 “향후 무역협회는 시장 개척단 파견이나 한중 기업인 교류 확대 등을 통하여 중국 시장 변화에 대한 철저한 연구 조사에 기반한 우리 기업의 거래 관계 형성과 확대를 지원하고 필요시 대 정부 건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