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경제, 선언은 충분 이제 보여줘야 할 때"···A- 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엔 한국 과학계에 큰 획을 그은 굵직한 일들이 여럿 있었다.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까지 완수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자체 발사체를 가진 나라가 됐다. 달 탐사선 다누리도 달 궤도에 진입, 올해 1월부터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7월엔 허준이 프린스터대학 교수가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가 기초 학문 분야에서 얻은 귀중한 성과다. 과학계가 오래 기다려온 경사가 잇다른 한편으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격화와 공급망 불안 등 국제 정세의 변화가 급격하게 펼쳐졌고, 챗GPT 같은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며 놀라움과 불안을 함께 안겼다. 과학 정책 펼쳐갈 밑그림 준비 우리나라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지원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우주 분야 거버넌스 구축에도 나섰다. 국가 안보에 중요한 기술들을 확보한다는 임무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정책을 재설계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을 간소화하는 등 실제적 개선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 민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 민관 합동으로 정책을 편다는 목표다. 문재인 정부가 연구자 개인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윤석열 정부는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도 있다. 윤석열 정부 1년은 이같은 정책적 구상을 그린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중간고사도 안 본" 시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남은 임기 동안 펼칠 정책의 성패가 갈릴 기반을 닦는 시기이기도 했다. 우주 거버넌스 확립으로 우주경제 준비해야 정부는 민간 주도로 위성 발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나아가 우주 자원 탐사 등에 도전하는 우주경제, 즉 뉴 스페이스를 키운다는 목표다. 자체 우주 기술 확보로 향후 우주를 둘러싼 국제 경쟁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새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2032년엔 달에, 2045년엔 화성에 착륙한다는 우주경제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에 필요한 정책 수립 및 기술 개발, 국제협력을 위해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신설한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은 3월 입법예고 돼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우주항공청은 기존 공무원 조직과 달리 조직과 예산, 인사 등의 자율성을 확대한 전문가 중심 조직을 구성해 우주경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우주항공청을 NASA처럼 운영하려면 우리나라 관련 출연연과 대학에서 연구 인력이 모두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우주 경제에는 로켓과 위성뿐 아니라 우주건설 등 다른 분야 비중도 크기 때문에 산업별로 다양한 분야가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외청으로 설립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연내 설립이라는 정부 시간표가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과기부 산하 청 형태로는 범부처를 아우르는 우주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라며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국가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 형태로 실행력을 높이는 것과 국가우주전략본부 형태로 범부처 조정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이슈들로 갈등을 겪고 있는 여야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로 보인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연한 정부 조직에 대한 실험과 민간 참여 확대라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며 "청이건 본부건 현재 정부조직법을 손대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긴 어려운데,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국가전략기술로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입지 확보해야 국가전략기술 관련 정책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양자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이달 초 ▲차세대 이차전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달 탐사 2단계 계획 ▲6G 통신 등 4건이 추가 선정됐고, 올해 10개 내외 프로젝트가 추가로 선정된다. 또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우주 및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며 동맹을 확대해 나가는 데에 합의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기술 중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격차를 벌려나가는 한편, 미래 국제 정세에서 핵심 기술이 될 우주와 양자 등에선 미국 등과 협력하며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의 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글로벌 자유 무역 체제의 시대가 끝나가고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략기술에 투자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돼 안정적 지원을 위한 근거도 마련했다. 앞으로 연구 현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통적이다. 이태식 회장은 "혁신적 성과의 선행 조건은 도전적 연구이며, AI 등 기술생태계는 1등만 존재하는 생태계"라며 "A부터 Z까지 모든 영역을 골고루 투자하는게 아니라 올림픽 양궁처럼 날카로운 전략적 사고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교수는 "양자 등 미래 핵심 기술과 관련,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다 담지 못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정부가 주요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의지를 갖고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취임 1년을 맞아 이제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비타당성조사 절차 개선 등 연구개발 효율화를 위한 조치들도 구체적 실천으로 옮기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를 통해 국가전략기술 분야 성과 창출과 국제 과학기술 외교 역량 강화, 우주 거버넌스 확립 등의 임무에 대한 성과를 차근차근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