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침팬지 몸짓 의미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보노보가 가슴의 털을 반복적으로 문지르는 것은 '그루밍을 해 달라'는 의미다.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교미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유인원들은 다양한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몸짓말을 사용한다. 인간은 이들의 가장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이긴 하지만, 의사소통에 이런 몸짓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 몸짓이 뜻하는 바를 대체로 알아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과 유인원이 공통의 언어 관련 능력을 물려받았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학 연구진은 침팬지와 보노보가 많이 사용하는 짓말 10가지를 녹화한 20개의 영상을 온라인 퀴즈 형태로 공개했다. 5천 500여 명의 참가자가 영상을 보며 사지선다형의 의미 맞추기 퀴즈를 푼 결과, 정답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인류가 유인원과 몸짓말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답률은 25% 안팎으로 나와야 하나, 실제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PLOS Bilol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앞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의 유인원 서식지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하며 침팬지와 보노보의 몸짓말 80여 종을 식별해 일종의 '사전'을 만든 바 있다. 유인원의 음성 의사소통은 먹이나 포식자의 존재를 알리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간단한 의미를 전하는데 쓰이는 반면, 몸짓말은 맥락에 따라 보다 복잡한 의미를 전하는데 쓰인다. 사람의 언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것을 사람 언어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연구를 주도한 커스티 그레이엄 박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가 과거 유인원과의 공통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의사소통 능력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유인원들은 이같은 몸짓말을 상당수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노보와 침팬지의 몸짓말은 95% 겹친다. 논문 공저자인 세인트앤드류스대학 캐서린 호베이터 연구원은 2019년 아직 말을 못 하는 2살 이하 아기의 몸짓은 침팬지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성인은 문화권마다 다른 복잡한 언어와 몸짓을 사용하기 때문에, 관찰 연구만으로는 유인원과 몸짓말을 공유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유인원의 몸짓 언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뜻을 맞추게 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이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이 유인원의 몸짓을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공통 조상으로부터 몸짓말 이해 능력을 물려받았을 수도 있지만, 지능이나 신체 구조 등에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그레이엄 박사는 "이번 연구는 몸짓이 인류를 포함한 유인원들이 공유하는 언어의 진화적 '조상'의 일부일 가능성을 제기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