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 구멍 내는 프레온가스, 사용 금지 10년 됐지만...
냉장고 냉매나 에어로젤 스프레이, 폴리우레탄 단열재 등에 많이 쓰인 염화불화탄소(CFCs), 일명 프레온 가스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 2010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오존층 파괴 물질의 사용을 금지한 몬트리올의정서에는 현재 200여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이에 따라 널리 쓰이던 종류의 CFC 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이제는 크게 떨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CFC 가스 사용이 전면 금지된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과거 널리 많이 쓰이지 않던 일부 CFC 계열 가스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급속히 늘어나 2020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배출되는 형태로 CFC를 생산하는 것은 금지됐지만, CFC 대체소재를 만드는 공정에 여전히 CFC 계열 가스가 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Nature Geosicenc)'에 3일(현지시간) 실렸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 기간 중 CFC-113, CFC-112a, CFC-113a, CFC-114a, CFC-115 등 CFC 계열 가스 5종의 대기 중 농도 변화를 측정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지구 곳곳의 14개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이들 CFC 가스 5종의 2020년 총 배출량은 과거 널리 쓰였던 CFC-11 4천200톤에 해당한다. 또 이산화탄소(CO₂) 4천700만톤 상당의 온실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8년 영국 런던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의 1.5배에 해당한다. 이들 가스는 2010년 완전히 생산과 사용이 금지됐고, 과거 이들 가스를 쓴 제품이나 건물에도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들 가스가 계속 배출되는 것은 이들이 다른 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중간 재료로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몬트리올의정서는 CFC 가스를 중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고, 사용 중단을 권고만 했다. 현재 CFC의 대체재로 쓰이고 있는 수소불화탄소(HFC) 생산 과정에서도 CFC가 부산물로 나온다. 또 과거 이들 가스를 사용했던 제품이 폐기되면서 가스 배출이 늘어나기도 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규제의 눈을 피해 몰래 CFC를 사용하는 경우도 아직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CFC-113a와 CFC-114a, CFC-115 등은 화학 공정 중간재로 쓰이고 있다. CFC-112a와 CFC-113의 경우 현재 알려진 사용처가 없으며, 어디서 배출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몬트리올의정서를 통한 국제적 노력이 오존층 보호에 성과를 거두었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추가적인 CFC 배출을 막기 위해 보다 정교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루크 웨스턴 브리스톨대학 교수는 "이 기간 중 이들 CFC 계열 가스가 오존층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배출량 증가세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지면 몬트리올의정서 체제로 인한 진전이 상쇄되고 기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