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2023] 15년에서 1년으로···코로나19 팬데믹 맞선 mRNA 백신
카탈린 카리코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수 겸 바이오엔텍 부사장과 드류 와이즈먼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기초가 된 핵산 변형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의 연구는 2020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에 맞서 빠르게 예방 백신을 만들어낸 인류의 비밀 병기였다. 변이가 잦아 대응이 어려웠던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낸 기반이 되었으며, 향후 암 등 다른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 mRNA 백신 원리는? RNA는 DNA에서 유전정보를 받아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은 몸 안에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담은 RNA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몸 속에 들어간 RNA는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있으면서 인체 침입에 돌격대 역할을 하는 뾰족한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시킨다. 우리 몸은 이를 항원, 즉 병원균으로 인식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다. 일반 백신은 바이러스의 활성을 제거하거나 독성을 약화시킨 후 인체에 주입, 인체가 이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을 얻는 방식이다. 반면 RNA 백신은 우리 몸이 항원으로 인식할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RNA를 주입한다. 기존 백신은 항원 바이러스 배양을 위한 대규모 생산 및 정제 시설, 바이러스 유출을 막을 안전 장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검증 등에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걸린다. 백신을 만드는데 15-20년 걸리곤 했다. 반면 RNA 백신은 개발 기간을 1-2년으로 줄일 수 있고, 변이가 일어나더라도 변이된 RNA로 다시 백신을 만들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 mRNA 불안정성 극복 mRNA를 활용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RNA는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라 인위적으로 몸 안에 넣어 반응을 일으키게 만들기 어려웠다. 카리코와 와이즈먼 교수는 2008년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유리딘(U)을 변형시키면 인체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단백질을 발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1980년대 시작한 연구가 마침내 빛을 본 순간이다.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이 연구 이후 외부에서 효소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mRNA를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학계가 하게 됐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후 mRNA를 나노 크기의 지질 입자에 넣어 몸 안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더해지면서 mRNA 백신의 기술적 도약이 이뤄졌다. 이같은 기술들은 인류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맞서 빠른 시간에 백신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 백신과 치료제 새 지평 열다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텍의 백신은 2020년 1월 개발에 착수, 그해 12월에 최초 사용 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유전체 정보를 확인 및 분석하는 데이터 기술 등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지만, 카리코와 와이즈먼 교수가 개발한 mRNA 활용 기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mRNA 기술을 활용,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백신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것이다. 백신 개발 후 장기적 영향을 폭넓게 확인하기 전 비교적 빨리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아 많은 희생을 줄인 점을 높이 샀다는 평가다. 최근 세계화와 교통의 발달 등으로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 새로운 감염병이 빠르게 세계로 전파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개발한 mRNA 기반 의학 기술은 감염병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되리란 기대다. 한희철 고려대 의료원 교수는 "새로운 질병이 나오면 우리에겐 무기가 없다. 코로나19 초기 우리가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했던 이유다"라며 "mRNA 활용 기술이 우리의 무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진 교수는 "mRNA 기술은 감염병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며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이 이 기술을 활용, 피부암 등 여러 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