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해 모다모다 규제에 '지혜로운 절충안' 나오길
지난해 9월 모다모다 갈변 샴푸의 한 성분에 대한 식약처 제재 기사를 보고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어머니가 해당 제품을 쓰고 계신 터라 길 건너 불구경 할 상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염색약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며 만족하신다는 말이 생각나 큰 관심을 갖고 이슈를 살펴보게 됐다. 갈변 샴푸는 머리를 감으며 샴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흰머리를 어둡게 바꿔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해당 제품 속 '1,2,4-THB(1,2,4-trihydroxybeneze)' 성분의 안전성을 지적하면서 유전독성(발암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전성은 당연히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그러나 해당 성분이 인체의 실질적인 안전성에 위해를 끼치는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변 샴푸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시키는 것은 신생 스타트업에 타격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식약처는 어떤 판단 기준으로 해당 성분의 위해성을 말한 것일까. 가능한 열람 범위에서 1, 2, 4-THB의 독성 여부를 다룬 자료를 살펴보았다. 화학 물질 및 화학 혼합물에 대한 안전한 사용 및 잠재적 위험을 분석한 글로벌 표준 사양인 'Safety Data Sheet(물질안전보건자료)' 시스템과 유럽의 'Scientific Committee on Consumer Safety(SCCS,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 논문'이었는데, 발암성과 관련한 동물 실험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고 피부 자극과 관련한 경미한 보고만 있었다. 도대체 발암성은 어디서 나온 내용이었을까. 1989년과 2012년에 발표된 일부 논문에서 세포 실험에서 해당 성분이 DHA에 산화적 손상을 주어 발암성을 높힐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런 맥락을 종합해 보면 동물 실험에서 위험성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세포 실험 차원의 문제를 가지고 사용 금지 조치를 했다는 것이 된다. 세포 실험만으로 성분을 금지하는 게 가능할까. 심지어 동물과 사람 간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 실험 자체도 세포 실험보다 조금 더 신뢰도 높은 일종의 참고 데이터다. 그러나 동물 실험보다 낮은 단계인 세포 실험일지라도 만약 발암성이 명확하고, 성분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하지 않는다면 금지할 수 있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해당 성분은 오로지 유럽을 중심으로 '위험하다'도 아닌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규제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일본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에선 잘 쓰이고 있는 성분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첫번째로, 유럽은 예전부터 의약품, 식품, 화장품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안전성과 관련해서 매우 보수적인 편이고 우리나라는 유럽의 이러한 스탠스를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럽의 강력한 규제를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대표적으로 캔디류에 흔히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이산화티타늄의 경우로 유럽에선 금지됐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에선 허용한다. 두번째로 2017년에 염모제가 의약외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 전환되면서 더 강해진 안전성의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럼 다시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써도 될까, 쓰지 말아야 될까. 꼭 해당 성분을 금지 해야만 했을까. 현재 공개된 정보에 근거해 판단한다면 이미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사용 중단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제품의 인기가 좋아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금지하는 것이 맞지만, 오랜 기간 널리 쓰여오면서 동물 실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성분이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과 인체 적용 시험에서도 약간의 위험성이 보고되었지만 인체에 대한 실질적인 위해성은 낮기 때문에 수크랄로스 같은 감미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잠재적인 위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혁신적인 상품을 전면 금지시킬 만한 중차대한 이슈인지 의문이 든다. 세포 실험 결과가 신경 쓰인다면 무작정 금지하기 보다는 허용량을 재설정 한다거나 제품 사용 시 실제 두피 아래 조직으로 침투가 되는지, 들어온다면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하게 하는 방법들도 있지 않았을까? 2023년 계묘년은 '장생과 지혜'의 해라고 한다. 지혜롭게 마련된 절충안이 나와 소비자의 근심을 하루 빨리 덜어내고 건강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을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