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에 대학 문화도 달라졌다…韓·英 대응 차이 '극명'
지난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이후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대학 교육 현장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아 회색지대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영국의 일부 명문 대학들은 강경한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발에 직면해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 생성형 AI에 대한 공식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은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성균관대학교는 생성형 AI를 무단으로 활용할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연세대학교는 올해 초 '생성형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전체 대학 중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대학에서는 생성 AI의 활용에 대해 교수별로 해석과 적용이 달라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교수는 사용을 금지하고 어떤 교수는 허용하되 출처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경남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Y모 군은 "학교에서 생성 AI에 대한 공식적인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교수마다 지침이 달라 어떤 교수는 사용이 의심된다면 F를 주고 어떤 교수는 전면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입장에서는 편리하기 때문에 사용하지만 걸리면 학점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대학을 올해 졸업한 K모 씨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그가 교수들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은 현재 '챗GPT', '클로드' 등 여러 모델을 동시에 사용하는 식으로 여러 번 덧씌우는 과정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그는 "교직원들이 사실상 이런 AI 도구들을 통해 작성된 레포트를 감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AI를 활용해 작성한 과제를 감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레포트 과제가 줄고 시험 위주의 평가로 바뀌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영국 명문 대학 중 상당수는 생성 AI 사용에 대해 강경한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런던정경대(LSE)는 올해 초 AI 도구의 사용을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0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영국 현지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런던정경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T모 씨는 "AI 탐지 도구의 정확도가 떨어져 논리적이고 정합적인 문장을 모두 기계가 작성한 것으로 간주해버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좋은 글을 쓰려는 의욕을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옥스퍼드 대학도 비슷한 입장이다. 학교 측은 "시험이나 제출 과제에서 허가되지 않은 AI 사용은 심각한 징계 대상"이라며 "AI 사용이 허가된 경우에도 표절 규정이 적용되며 AI 사용 내역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에 옥스퍼드 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R모 씨는 "AI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조치"라며 "AI를 막기보다는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일부 영국 대학들은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정경대는 오는 9월부터 AI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생성 AI의 활용이 불가피한 시대에 대학들이 명확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성 AI 기술은 이미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단순히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영국 대학 관계자는 "생성 AI 기술이 교육 보조 도구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방안에 코끼리가 들어선 것(Elephant in the room)'처럼 명확한 현실을 아무도 얘길 안 하는 상황을 극복해 AI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학생들이 학문적 정직성을 지킬 수 있도록 대학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