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구진, 20년 난제 '고분자막 다공' 구현 성공…"약물 전달 1.6배 빨라져"
한-중 연구진이 다층 고분자 막에 약물이 드나들 수 있는 나노미터 크기의 다공성 입자 구현에 성공했다. 다층 고분자막에 공극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많았으나, 이를 실제 구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는 이은지 지스트-이노코어 연구단장(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진타오 주(Jintao Zhu)·런화 덩(Renhua Deng)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HUST)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여러 겹의 막을 관통해 분자가 이동할 수 있는 미세한 통로를 갖춘 새로운 다층 메조다공성 베소좀을 구현했다고 18일 밝혔다. '베소좀(vesosome)'은 하나의 입자 안에 여러 겹의 막이 양파처럼 겹겹이 쌓인 구조를 말한다. 여러 층에 성분을 나눠 담을 수 있어 약물전달체와 나노반응기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각각의 막에 구멍이 없기 때문에 바깥의 분자가 여러 겹을 지나 안쪽까지 드나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은지 단장은 "고분자 막에 구멍을 만들면 막 자체가 무너지기 쉽고, 반대로 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구멍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며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데, 열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가 매우 좁아 지난 20여 년간 실험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애먹었던 병목 구간은 기공을 만들면서도 여러 겹의 휘어진 껍질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동시에 제어하는 것.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결합(PDP)과 부분가교(DBF) 분자 설계로 고분자 부피와 분자 패킹을 조절했다. 또 에멀전 액적 내부 3차원 구속 자기조립을 결합해 천공형 층상 구조를 유도했다. 연구팀은 3차원 전자 토모그래피를 통해 각 껍질에 실제 관통형 기공이 형성됐음을 확인했다. 푸단대 연구팀의 이론 계산을 통해선 분자 패킹과 공간적 구속이 구조 안정성을 결정한다는 것도 규명했다. 이은지 단장은 "기존 다층 베소좀이 여러 겹의 '막힌 껍질'을 갖는 구조였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모든 껍질에 규칙적인 관통형 메조기공을 형성해 다층 구조의 안정성과 빠른 물질 이동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공이 없는 다층 베소좀 대비 입자 내부 표면적은 11.2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표면 기공 평균 크기는 약 22.5nm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4,000분의 1에 해당한다. 요오드를 이용해 구멍 유무에 따른 흡착 속도를 비교한 결과 구멍이 있는 입자'는 1g당 0.67g을 흡착해 '구멍이 없는 입자(0.41g/g)'보다 같은 시간 동안 약 1.6배 많은 요오드를 받아들였다. 최종 흡착량은 입자 1g당 최대 1.26g이었다. 또 '구멍이 있는 입자'는 5차례 요오드를 흡착했다가 다시 빼내는 과정을 반복한 뒤에도 처음 흡착할 수 있었던 양의 81.6%를 유지했다. 황준호 박사(공동 제1저자)는 “2차원 전자현미경 영상만으로는 여러 겹의 막 안에서 기공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여러 각도의 영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각 막의 기공이 안팎을 관통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