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갈등 장비 업계로 확전…기업 '소송전' 격화
연일 격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장비 업계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양국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회사의 핵심 기술 및 인력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는 지식재산권(IP) 침해와 관련한 소송전을 연이어 벌이고 있다. AMEC(중웨이반도체)는 지난 11일 "램리서치를 상대로 제기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 최종 판결에서 승소했다"고 발표했다. AMEC은 반도체 식각 분야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다. 설립년도는 2004년으로 업력이 긴 편은 아니지만, 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 출신들이 공동 설립해 빠르게 기술력을 키워 온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대만 주요 파운드리 TSMC에 자체 개발한 5nm 공정용 건식 식각장비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AMEC은 식각장비의 주요 경쟁사인 램리서치와 오랜 기간 소송전을 벌여왔다. 2010년 AMEC이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램리서치를 중국 상하이 지방법원에 제소한 것이 첫 발단이다. 이후 2017년 1심 판결 및 항소를 거쳐, 상하이 지방법원은 지난달 2심 판결을 내렸다. 중국은 2심 제도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에 해당한다. 상하이 지방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램리서치는 AMEC으로부터 불법 취득한 플라즈마 식각과 관련된 기술 문서 1개, 사진 2장을 파기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법원은 램리서치와 직원 두 명에게 AMEC의 독점 기술을 사용 및 공개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간 영업 비밀을 사용한 데 따른 손해 배상금, 법적 비용도 램리서치가 부담해야 한다. 이번 AMEC과 램리서치의 소송전은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중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AMEC에 유리한 판결은 반도체, AI 등과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며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자, 램리서치는 중국 최대 메모리업체인 YMTC 등으로부터 지원 팀을 철수해야 했다"고 평했다. 미·중 반도체 장비업체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AMAT가 중국 경쟁사인 맷슨테크놀로지를 산업 스파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맷슨테크놀로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었으나, 2016년 중국 베이징시 산하 국유투자회사에 인수되면서 중국 소유가 됐다. AMAT는 "맷슨이 14개월간 AMAT 직원 17명을 고용하고, 장비 설계와 관련한 핵심 기술을 빼내려 했다"며 지난해 3월 맷슨과 일부 직원을 고소했다.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은 밝혀진 바 없으나, AMAT와 맷슨의 소송전 또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맷슨은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뒤 곧바로 공식 성명서를 내고 "AMAT는 맷슨에 제기한 혐의를 뒷받침할 어떠한 관련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고, 혐의가 거짓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증거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AMAT 직원 고용은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