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논쟁, '공유지의 비극' 될까 우려"
국내 인터넷 사업자(IS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콘텐츠 사업자(CP)인 유튜브를 대신해 국내 이용자에게 제공한 편익이 연간 약 5천81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서대 변상규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1일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 정책의제 형성 및 담론 환경 톺아보기' 세미나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망 이용에 대한 후생효과 분석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변 교수는 "망 이용료의 적정 수준과 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없었다"며 "OTT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전송할 때 개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을 근거로 망 이용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국내 ISP들이 모두 유튜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기로 한 상황을 가정했다. 이 때 소비자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했다. 지난 3월 말 전국 4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월 2천25원까지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주민등록 세대 수를 고려해 ISP가 유튜브 콘텐츠를 제공한 편익을 계산하면 연간 약 5천811억원이다. 변 교수는 유튜브가 CP 중 국내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유튜브를 대상으로 편익 분석을 수행했다. 이어지는 토론에 나선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 이용대가를 산정할 때 (변 교수가 분석한 것처럼)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비용과 함께 광고 등 기타 사업적 후생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망 이용대가 논쟁, 이대로 가면 공유지의 비극 발생"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ISP와 CP 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ISP는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OTT 등 CP가 유발하는 트래픽이 너무 많으니 적절한 이용료를 내라는 입장이다. CP는 망 중립성을 이유로 지불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변 교수는 이에 관해 "공유지의 비극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CP가 유발한 트래픽에 비해 낮은 요금을 지불하거나, 아예 내지 않으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트래픽 한계를 초과하게 돼 전송 품질이 저하된다는 설명이다. 변 교수는 "망 중립성은 인터넷 생태계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이 원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토론에서 망 중립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1980년대에 망 중립성이 처음 나올 때 전제는 CP가 ISP에 종속될 정도로 수직적 관계였다"며 "그러나 지금 초대형 플랫폼 영향이 커진 만큼 당시 이론의 전제가 깨져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춘 케이미디어랩 박사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게 되면 적자를 지속하는 중소 CP에게 가는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 ISP, CP 모두 망 이용대가 관련 자료 공개해야 박기묵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CP와 ISP 모두 서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만 하고 이를 수치화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 담론이 왜곡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망 이용대가 대중 담론이 왜곡된 사례로 인플루언서 유튜브 콘텐츠와 구글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오픈넷 청원 사례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9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기존 1080픽셀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한국 이용자에게만 720픽셀로 제한하면서 망 이용대가 논쟁이 대중 담론으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른바 '트위치 사태'를 전후로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이 망 이용대가에 관해 설명하는 영상을 잇달아 게시한 사례를 제시하며 "빅테크 CP에게 유리하고, ISP에게 불리한 담론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국내 망 이용대가가 글로벌 이슈로 확장되는 만큼 CP와 ISP 모두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바꿨을 경우 이용자가 얻는 편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