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D램 전략적 감산 왜?..."수요 개선에 긍정적"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그 의미와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가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음에도 삼성전자는 감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적자가 눈덩이 처럼 커지고 경쟁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기술 우위 등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결국 전략적 감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메모리 업계에서는 수요 공급 균형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재고 소진이 촉진되면서 공급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업황 안정화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메모리 바닥쳤다…삼성전자 감산 불가피 메모리 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때 D램 매출이 36% 감소를 기록한 이후로 14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D램 매출은 32.5% 감소한 122억8천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낸드 매출은 102억9천만 달러로 전분기 보다 25% 감소했다. 메모리 매출이 급감한 주요 원인은 전체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때문이다. IT 소비 시장 침체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공급이 지속되자 D램과 낸드 가격이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0월 22.4% 급락한 이후, 올 1분기 18.1% 또 내려가 1.81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고정거래가격도 2021년 3분기 4.8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해 지난 3월 3.98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결국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적자로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5.8% 곤두박질치며 6천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사업부는 약 4조3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DS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만이다. 삼성전자가 결국 전략적 감산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담감이 컸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자들이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좁히기 어려운데다 더 이상의 치킨게임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회복세 앞당겨…메모리 업황 안정화 기대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 메모리 업계는 공급 안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출신인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장은 "코로나19 이후로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줄고,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너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는 큰 의미가 있다"라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과 업체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에 감산은 시장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로 전체 메모리 업계에서 재고를 소진하는 기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메모리 수요와 공급이 안정화가 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감산 결정이 향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2차 감산 발표와 마찬가지로 이번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발표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하락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감산이 향후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메모리 재고가 2분기부터 감소하면서 반도체의 실적 반등은 본격적으로 3분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5.1%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이어 SK하이닉스(27.7%), 마이크론(23%)를 차지한다.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33.8%), 키옥시아(19.1%), SK하이닉스(17.1%) 순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감산 계획이 발표된 후 메모리 업계는 시장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D램 3사 업체의 주가는 연일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6일 6만2천300원에서 11일 6만5천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8만3천800원에서 9만1천900원으로, 마이크론은 58달러에서 63.27달러로 각각 올랐다. 삼성전자, 전체 캐파 중 10~20% 감산할 듯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체 생산능력(캐파) 중 10~20% 정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품군은 DDR5/LPDDR5를 제외한 제품인 DDR4 등 중심으로 감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차세대 제품인 DDR5는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 보급된 DDR4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1월 출시된 인텔의 사피이어래피즈는 처음으로 DDR5를 지원하는 CPU인 만큼, 향후 메모리는 DDR4에서 DDR5로 빠르게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최신 공정으로 최신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평택 캠퍼스 보다 화성 캠퍼스에서 감산이 주로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낸드 부문은 감산을 크게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향후 낸드 시장에서 치킨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램은 1990년대 치킨게임으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구축됐지만, 낸드는 아직까지 여러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에서는 치킨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라며 "치킨 게임은 가격을 낮춰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인데, 감산하면 장비 투자에 대한 고정비 등으로 원가와 공급 가격이 오르게 된다. 삼성전자가 낸드를 지속 공급하면서 시장 우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