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리튬 돌기 막았더니..." 전지 수명 4배 좋아졌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음극재로 기존 흑연 대신 리튬을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이론적으로는 흑연 음극재보다 용량을 10배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생기는 뾰족한 나뭇가지 모양의 리튬 침전물이 전지의 분리막을 손상시켜 양극과 음극을 만나게 하면서 성능이 떨어지고 폭발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이 리튬 침전물은 나뭇가지 모양이라 하여 수지상돌기라고도 하며, 같은 뜻의 덴트라이트(dentrite)라는 영어 표현을 쓰기도 한다. 뾰족한 리튬 돌기가 전지를 상하지 않도록 해 리튬금속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높이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보통 전지 안 전해질이 전기분해되면서 음극재 표면에 형성되는 막 형태의 고체-전해질 계면(SEI)을 보호막처럼 활용해 리튬 이온이 원활히 전달되게 하고 덴트라이트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하지만 기존 SEI층은 두꼐가 두꺼워 저항이 높아지거나, 충방전을 많이 반복하면 리튬에서 분리되는 안전성이 문제가 있다. 리튬은 반응성이 크기 떄문에 SEI층 형성 과정에서 리튬이 손상되는 경우도 많다. 팽윤하는 고분자로 덴트라이트 덮어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 공동연구팀은 전해액 속에서 부피가 늘어나면서 음극의 덴트라이트 구조를 덮는 고분자 보호막을 만들었다. 기존 리튬금속 소재보다 수명이 6배 이상 개선됐다. 이 연구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 initiated chemical vapor deposition)'이라는 공정 기술을 활용해 리튬의 높은 반응성에 따른 손상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공정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온화한 조건에서 진행돼 보호막이 리튬금속 표면에 손상없이 적용될 수 있으며, 기능성 고분자 박막을 얇고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iCVD 공정으로 제조된 고분자 박막은 전해핵과 만나면 부피가 3배 늘어나면서 부드러운 SEI 구조체를 형성한다. 이렇게 만든 음극은 이온운반율(0.95)과 이온 전도도(6.54 mS cm-1)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100나노미터의 얇은 두께로도 리튬 돌기 성장을 효과적으로 막았으며, 배터리 셀로 만들었을 때 600회 충방전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했다. 김일두 교수는 "고용량 리튬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리튬-황 전지, 리튬-공기 전지 같은 차세대 이차전지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리튬 음극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리 집전체 전기화학적 처리로 용량유지율 2.5배 개선 지스트 신소재공학부 엄광섭 교수 연구팀은 배터리 음극과 양극에 전류를 공급하는 구리 집천체를 전기화학적으로 전처리해 리튬금속 전지의 용량유지율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집전체 표면에 무기물이 풍부한 고체막(SEI)을 형성해 리튬 수지상돌기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유기 전해질 안에서 티오요산이 리튬 질산염(LiNO₃)을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함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이용한 간단한 전기화학적 공정을 통해 리튬금속 전지 음극에 사용되는 구리 집전체 표면에 무기물이 풍부한 인공 고체막을 형성했다. 이 구리 집전체를 사용한 리튬 음극을 사용한 결과, 기존 구리 집전체보다 용량유지율은 2.5배, 수명은 4배 개선됐다. 기존 구리 집전체는 약 30회의 충방전 후 용량이 70% 이하로 줄었지만, 새 구리 집전체를 쓴 음극은 120회 이상 충방전 후에도 70% 이상의 용량을 유지했다. 배터리 전압을 일정 속도로 변화시키는 전압 주사 방식으로 간단히 전기화학 처리를 할 수 있어 전극 제조공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 엄광섭 교수는 "소량의 전해질 첨가제와 간단한 전기화학 표면처리로 리튬금속전지 음극용 집전체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했다"라며 "향후 고에너지 리튬금속전지를 장착한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학술지 '스몰(Small)'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