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지나는 카카오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브라이언)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11일 약 2년 10개월만에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 '격변의 카카오'를 예고했습니다. 이 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 동안 자율 경영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중앙집권식 경영 방식으로 무게추를 옮기겠다.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가 기존의 카카오였다면, 앞으로는 내부 정보 유출을 보다 통제하고 조직 특성을 고려해 상하수직 관계와 문화를 도입하겠다.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겠다. 조직개편을 비롯해 필요한 경우 구조조정도 할 수 있다. 보다 직접적인 사내 소통의 기회와 자리를 더 많이 갖겠다. 이날 김범수 위원장은 회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과 방만 경영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담하다”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입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기업인지 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카카오에 대한 차가워진 시선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간 젊은 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어느덧 카카오는 자산 규모 재계 서열 15위란 지위를 얻은 대기업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즉, 유년기와 청소년기 때는 무럭무럭 자라고 실수해도 이해와 격려를 받았지만, 창업 14년이 지난 현재는 권한 만큼의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사회적인 책임이 주어졌는데 이를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반성이기도 했습니다. 김범수 위원장은 스타트업에 가까웠던 조직 문화와 경영 방식을 이제는 대기업에 맞게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고친다는 계획입니다.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투자',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과 같은 당근을 주며 성장했던 방식과도 이별을 고했습니다. 심지어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카카오는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 걸까요. 김 위원장의 말 속에 칼처럼 날카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어 앞으로의 카카오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현 시점의 시장 우위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이 말은 현재 수익이 나지 않거나, 기술력 없이 관성으로 돌아갔던 서비스나 사업은 접거나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이 확실시 되면서도, 기존 시장에서의 저항이 없고 확고한 기술력을 갖춘 자회사 혹은 사업(서비스)이어야 생존이 가능해 보입니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현재 카카오는 100개가 훌쩍 넘는 자회사 혹은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들이 자율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본사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카카오 본사가 중앙 컨트롤타워로서 길잡이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 깐깐한 경영 지침과 성과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내 문화도 확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고 정보를 비교적 원활히 공유했다면, 이제는 각 직급이나 직책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고, 이런 권한과 직급에 따라 상하 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또 내부 정보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더욱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합니다." 쉽게 말해, 주요 경영진 교체와 임원급 인사 이동이 대거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카카오 주요 경영진으로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등이 있습니다.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에 보직 변경이나 인사 이동, 심할 경우 구조조정 같은 인력 조정이 전 계열사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회사와 조직을 위해 일부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희생도 불가피하다, 불평과 불만이 있더라도 밀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카카오는 남은 올해를 이 같은 변화를 위한 '피 튀기는' 쇄신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환골탈태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야, 얼렁뚱땅 일할 생각하지마, 앞으로는 대기업답게 행동하고 사업할 거야”라는 김범수 창업자의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다만 카카오가 이런 폭풍 변화 속에서도 최소한의 '스타트업 정신' 만큼은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그 여정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으로서 혁신해야 한다는 사명감, 그래서 때로는 실패해도 어느 선까지는 구성원들을 응원하고 포용할 줄 아는 그 철학만큼은 지켜지길 희망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풍파가 결국에는 값진 성장통으로 기억되고 기록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