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따라 접는다는데...삼성, 한뼘 더 늘린다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내후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삼성전자가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맞대응할 것이란 관측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호주 파이낸셜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현재 하드웨어 성능과 기능은 정점에 달했을 수 있다”며 “새로운 모바일 AI 시대는 새 하드웨어, 새 성능, 새 폼팩터를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폼팩터 측면에서 우리는 휴대성, 대화면 조합을 더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바일 AI는 갈수록 멀티모달화될 것이기에 센서 등 새로운 입력 유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멀티모달 AI는 쉽게 말해 인간이 사물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식과 동일하게 학습하는 AI다. 노 사장의 이같은 발언을 해당 매체는 롤러블폰과 트리폴드폰(이중으로 접히는 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 롤러블폰·슬라이더블폰 출시 시점 고민하는 삼성 실제로 업계와 전문가 그룹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수년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개발해 왔다. 옆으로 화면이 늘어나는 슬라이더블폰과 롤러블폰이 대표적이다. 관련 특허들도 적잖이 등록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폼팩터 스마트폰을 섣부르게 내놓지 않는 배경으로 제품의 완성도 제고도 있지만, 경쟁사 애플의 제품 출시 로드맵을 의식해서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애플이 새로운 폼팩터인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하는 시점에 삼성전자도 새로운 형태 스마트폰을 내놔야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선보인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애플이 아직 AI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에 내놓은 제품인 만큼 더욱 경쟁력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폴드 1세대를 생각하면 완성도가 높지 않았음에도 출시했고, 점차 세대를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나갔지만, 슬라이더블폰의 경우 개발한 지 꽤 됐고 시제품이 나올 수 있는 수준임에도 아직 출시하지 않고 있다"며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 슬라이더블폰을 내놓는 것보다 애플 신제품에 대응하는 것이 더 파급력이 있을 것이란 전략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폴더블 아이폰·아이패드 온다…"시장 역할 바뀔 것"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이미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상황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더 얇고 가벼운 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술력을 많이 따라잡긴 했지만, 힌지나 방수방진 등의 기기 내구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구성과 디테일에 강점을 지닌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선보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에 훨씬 위협적일 수 있다. 폴더블 아이폰은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하드웨어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2026년 클램쉘(플립) 형태의 폴더블 아이폰을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부품 공급사들과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애플은 폴더블 아이패드, 맥북 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대대적인 변화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는 슬라이더블폰 뿐만 아니라 옆으로 화면을 늘릴 수 있는 슬라이더블 태블릿 등도 함께 개발 중이다. 애플의 참전은 세계 폴더블폰 시장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해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폴더블폰 시장 성장세와 달리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 비중이 1.5%에 그치지만, 2028년 4.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2027년 이전에 폴더블폰을 만약 출시한다면 시장 역학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