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파산...국내 스타트업 영향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글로벌 벤처기업 자금줄 역할을 해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국내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국내 VC와 일부 스타트업 협단체 등을 통해 SVB 폐쇄로 인한 피해 실태 조사에 13일 착수했다. 중기부는 벤처 업계에서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들의 SVB 연계성과 예치금 규모 등에 대해 파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스타트업 줄도산 우려...중기부 "간접적 영향 가능·모니터링 예정"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과 테크 기업으로부터 밀려드는 예금 인출 요구에서 비롯된 이번 SVB 파산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 은행 파산 사건으로 꼽힌다. 작년 말 기준 SVB 총자산은 2천90억달러(약 272조원)로, 미국 내 16위 규모로 알려졌다. SVB는 그간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스타트업, VC 돈줄 역할을 해왔다. 스트리밍 기업 로쿠는 SVB에 4억8천700만달러(약 6천350억원)를 예치 중이며,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도 1억5천만달러(약 1천956억원)가 SVB에 묶여있다. 당초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자 1인당 최대 25만달러(약 3억3천만원)까지 예금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이날(현지시간)부터 SVB에 돈을 맡긴 예금주 보증 한도를 무제한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SVB 파산으로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공급망과 펀드 등 타격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계부처와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격'..."글로벌 투자 위축 장기화 우려" SVB 파산 영향권에 놓인 한국 VC와 스타트업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통 펀드 포트폴리오 60~80%가 SVB와 거래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사태는 자금이 없어진 게 아니라 당분간 묶여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금 회수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도 SVB 파산이 지난해부터 지속된 투자 혹한 기류를 강화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총 투자건수는 1천765건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지만, 총 투자금은 11조1천404억원으로 2021년과 비교했을 때 5.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포 관계자는 “미국 고금리 정책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스타트업의 경우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글로벌 투자 위축이 장기화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내 벤처 투자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0" 의견도 과도한 불안감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토스벤처스는 한국 지사가 국내 스타트업을, 미국 지사가 실리콘밸리 내 포트폴리오사를 관리해왔다”면서 “SVB 파산이 국내 벤처 투자 업계에 가져다 줄 회의적인 결과는 사실상 0에 수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VC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VC·스타트업 중 SVB가 주거래 은행인 곳은 드물다”면서 “예금 역시 전액 보호하기로 예정했는데, 지레 겁을 먹고 벤처 업계 전체를 강타할 것으로 과민반응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역시 “국내에 유사한 성격을 가진 금융기관이 전무한 만큼, SVB는 실리콘밸리 특징을 온전히 보여준 특수한 사례”라면서 “한국형 SVB 도입 얘기가 나올 때도 정부 주도 은행 출차 성격이 강했던 국내 사정과 달리 미국은 여신과 수신을 겸하고 있어, 다른 접근을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학습효과로, 글로벌 금융 위기나 벤처 투자 업계 전체를 뒤흔들 만한 문제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대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벤처 투자자산 대상으로 사태가 불거진 터라, 유사 은행 출연과 혁신 장려 움직임이 쪼그라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직원들 대상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지급이나, 스타트업 시장 전체 투자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길게 볼 때 빠른 정상화를 위한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