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불안은 기회"…래블업, 공모가 하단 딛고 성장성 입증 나선다
코스닥 상장을 앞둔 래블업이 인공지능(AI) 투자 불안 속에서 구독 매출과 해외 성장성을 앞세워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코어위브발(發) 자금조달 우려가 빅테크로 번지는 가운데 기존 AI 인프라의 활용률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래블업은 공모가를 희망범위인 1만 9000~2만 2000원의 하단인 1만 9000원으로 확정했다. 총 공모 주식 수는 218만 주, 공모금액은 414억 2000만원으로, NH투자증권을 통해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84.53대 1이었지만 가격 평가는 보수적이었다. 전체 1129건 중 희망범위 하단 미만을 제시한 신청이 553건으로 49.0%를 차지했다. 신청 수량 기준으로도 49.9%가 하단 미만에 몰렸으며 하단 가격을 제시한 물량까지 합하면 약 61%에 달했다. 일반청약 첫날 총 청약 건수는 9483건, 비례배정 경쟁률은 0.834대 1로 집계됐다. 계좌당 균등배정 예상 물량은 28.74주로, 마지막 날 참여 규모가 최종 청약 성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메타의 AI 투자 확대와 자금조달 계획을 계기로 투자비 회수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2.6%,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7% 급락했다. 오픈AI도 상장 전 신규 자금조달 과정에서 목표 기업가치를 1조 4000억 달러에서 1조 2500억 달러로 낮췄다. 국내에서도 신규 상장주의 수익률 부진이 후속 공모주 청약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9곳 중 6곳이 21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밑돌았고, 9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마이너스(-)9.31%였다. 엘리스가 이후 반등하며 공모가를 회복했지만,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컸던 만큼 래블업도 성장 전망과 공모가격의 적정성을 놓고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게 됐다. 래블업의 공모가격에는 해외 사업 확대에 따른 미래 이익이 반영됐다. NH투자증권은 2029년 추정 순이익 약 212억원에 연 15%의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 약 130억원으로 환산했다. 여기에 와이즈넛·슈어소프트테크·뉴타닉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3.6배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 2만 9551원을 산출했다. 하지만 확정 공모가는 이보다 약 35.7% 낮다. 이 같은 가격 산정에는 국내외 사업 확장에 따른 가파른 실적 증가가 전제됐다. 투자설명서상 매출 전망은 올해 약 99억원에서 2029년 약 57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약 10억원에서 약 25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기존 고객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증설과 금융·의료·국방 분야 진출, 해외 네오클라우드 고객 확보 등이 반영된 수치다. 래블업은 공모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를 실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AI 인프라 운영 플랫폼 '백엔드닷에이아이(Backend.AI)'의 구독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AI 가속기의 종류와 수량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만큼 기존 고객의 장비 증설과 신규 고객 확보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구독 판매 확대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구독 라이선스 매출은 2023년 약 16억원에서 지난해 약 55억원으로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2.8%에서 82.4%로 높아졌다. 추가 공급에 드는 변동비가 상대적으로 작아 구독 매출이 늘수록 수익성 개선 효과도 커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래블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약 67억원과 영업이익 약 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8.2% 증가한 약 47억원, 영업이익은 약 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에는 약 28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주요 원인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평가손실과 이자비용 등이었다. 다만 래블업은 RCPS는 상반기 중 전량 보통주로 전환돼 이후 관련 평가손익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래블업은 이러한 국내 사업 기반을 해외로 넓히는 데 공모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마케팅과 해외 거점 운영, 연구개발 인력 확충 등 운영자금에 약 221억원을 배정했다. 해외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대상 직접 영업과 지역별 리셀러를 통한 고객 확보를 병행하며 오는 2027년 일본 현지법인 설립과 2029년 싱가포르 거점 구축도 추진한다. 해외 고객 확보에 필요한 제품 지원 역량도 강화한다. GPU·NPU 테스트팜과 검증용 데이터센터 등 시설자금에 약 187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제조사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대한 호환성과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객사의 투자 일정은 향후 매출 확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투자설명서에도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의 투자 시점과 고객사의 도입 의사결정에 따라 매출 발생이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회사 측은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는 개별 사업에 대한 우려보다 증시와 공모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크게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래블업 관계자는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우려보다 증시 변동성 확대와 AI 섹터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근 일부 공모에서 기관의 과도한 배정 물량에 따른 수급 부담까지 부각되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위험선호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