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종사자 10명 중 8명 '심각한 스트레스' 호소…자존감 문제도"
배달 라이더 절반 이상이 업무 중 교통사고를 경험하고 육체·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업계 내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만큼, 정확한 현장 실태 조사와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산재 1위 배달, 원인을 파헤친다' 세미나에서 박수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배달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자, 자연스레 산재 승인건수도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산업의료복지연구원이 올 상반기 배달업 종사자 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하루 8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사고, 교통위반 경험도 각각 53%, 59%로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 라이더는 감정, 심리적 위험그룹에 속했다. 감정노동 유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요구 정도를 측정하는 감정규제는 정상이 22.47%, 위험이 77.53%로 집계됐다. 감정을 숨기고 정서적 손상 정도를 측정하는 감정부조화도 같은 수치를 보였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이를 호소하는 경우는 80%에 달했다. 또 응답자 절반이 심리적 유연성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고 부정적 반응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더 38.36%는 자존감에 문제를 갖고 있었다. 원하는 수입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인식하면, 자기착취적 노동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달 초 라이더 1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배달앱 요청사항이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믿을수록 크게 위험성을 느끼고 있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산재 승인건수가 가장 많은 사업장은 배달의민족(배민)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이다. 회사 산재 승인건수는 2018년 31건, 2019년 163건, 2020년에는 376건, 2021년 941건, 지난해에는 1천837건으로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박수민 연구원은 “업무 특성상 라이더 노동 조건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앱으로 노동내역이 기록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은 산업 안전 기준을 위반하지 않도록 차량 주차, 도보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노사 체계가 지금처럼 지시적이고 제한적인 의무 부여로 지속된다면, 안전 확보가 어렵다”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