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설···어떤 법적 이슈가 있나
최근 창펑자오(CZ)가 이끄는 세계 최대규모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하려 한다는 언론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함으로써 고팍스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그 시너지를 위해 해결해야 할 법률적 이슈는 무엇일까? 아래에 그 내용들을 살펴본다. ■ 오더북(매매장부) 공유가 가능할까? 오더북(매매장부) 공유란 두 가상자산거래소간 오더북을 공유해 호가를 매칭하고 거래를 성립시키는 기능을 말한다. 가상자산거래소 회원만으로 충분한 거래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거래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거래량이 많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의 호가와 매칭이 가능해질 경우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국내에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다수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바이낸스(Binance), 디지파이넥스(DigiFinex) 등의 글로벌 거래소들과 일부 가상자산 페어의 오더북을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오더북 공유는 자금세탁방지 관점에서 어려움을 야기한다. 거래를 중개하는 두 당사자 중 어느 하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회원이 아니므로 오더북을 공유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이상 당사자에 대한 정보를 특정하기 불가능하며, 해당 가상자산거래소에 제공해주는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문 체결은 짧은 시간에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오더북 공유를 위해서는 높은 기술 역량이 요구된다. 하여 오더북 공유 기능은 거래소 내의 여러 오류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두나무의 대표이사와 관련한 형사사건에서도 일부 쟁점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오더북 공유기능은 당초 금지됐었다. 2020년 11월 3일 입법예고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해당 개정안 제13조 제4호)한다"는 오더북 공유를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당시 해당 시행령은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을 4개월가량 앞두고 입법예고된 것으로 업계의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동 시행령에서는 관련 내용이 삭제되는 대신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이하 감독규정)'에서 오더북 공유에 대한 규정을 정하는 현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감독규정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고객과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간 가상자산의 매매와 교환을 중개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오더북 공유를 제한하되,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 등을 받은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오더북 공유에 대해서는 다음의 요건들을 만족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첫째, 다른 가상자산사업자가 해외에서 인허가등을 받은 경우 외국 정부가 발행한 인허가등의 증표 사본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제출할 것 둘째, 자신의 고객과 거래한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매일 확인 및 기록해야 하며, 그 확인 절차 및 방법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사전에 제출할 것 등이다. 고팍스와 바이낸스가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가정하면, 우선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바이낸스가 가상자산거래소 영업행위를 위해 취득한 라이선스를 제출해야 하고, 오더북 공유를 통해 체결한 거래들과 관련된 바이낸스 회원들의 정보를 일 단위로 확인하고 제공받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사실상 금융정보분석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본점 소재지 등 법인 실체와 고객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요건들을 충족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으며, 특히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장이 트래블 룰(Travel Rule)에 준하는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KYC 정보 및 프로세스를 요구할 경우 오더북 공유 자체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다. ■ 파생상품 시장을 열 수 있을까?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국내에서 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없으며, 파생상품 시장을 개설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상 별도의 인가가 필요하다. 관련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파생상품이 자본시장법상의 파생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를 차치하더라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당시 제출한 사업추진 계획서 내용과 다른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변경신고를 해 수리돼야 한다.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현물보다 파생상품의 거래규모가 월등히 많음에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파생상품이 거래될 수 없다. 특히 최근 FTX를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신뢰도가 무너진 것을 고려하면,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든(오더북을 공유해서 바이낸스의 파생상품시장과 연결하든지 자체적인 파생상품시장을 형성하든지) 가상자산의 파생상품시장이 개설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 가상자산 상장기준 완화 2023년 1월 2일자 코인마켓캡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383종류고 페어를 이루는 마켓의 종류는 총 1642개다. 고팍스에서 취급하는 가상자산보다 그 종류가 훨씬 많다. 이를 근거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상장 요건이 완화되어 더 많은 가상자산들이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DAXA는 실명입출금계정서비스를 제공하는 5개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구성된 공동협의체지만 단순히 구성원들간 의견을 교환하는 협의체에서 나아가 금융감독기관과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는 협의체 성격을 지닌다. 관련해 지난 위믹스 상장폐지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DAXA와 소통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DAXA에서는 상장보다는 상장폐지에 관한 논의가 더 많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여러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해 일부에서만 상장폐지 조치를 취할 경우 이용자가 특히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내 가상자산 상장은 어디까지나 각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갖춰 진행하는 것으로, 각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수 이후 고팍스가 바이낸스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공격적인 상장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되나, 굳이 DAXA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정금융정보법상의 가상자산거래소 신고 내지 변경신고 과정에서는 자본시장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인허가, 또는 등록시 요구되는 대주주요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가 직접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대신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를 인수하는 방법을 택하는 이유도 여러 규제절차를 건너뛰면서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바이낸스의 거래시장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고팍스에 반영하는 형태의 직접적인 시너지가 당장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공격적인 정책을 반영하면서 바이낸스 협력사들과 사업상 관계를 형성하고 국내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서비스 연계를 시작으로 점진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해외 크립토 자본이 국내에 보다 적극적으로 유입되면서 위축된 가상자산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내 가상자산거래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동환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디라이트는 ICT, 블록체인 및 ICO, 콘텐츠와 미디어, 헬스케어, 핀테크 분야 등에 전문성을 갖춘 로펌이다. 이외에 에너지와 환경, 자동차, 항공, SCM, 스타트업, 중국 법무, 북한, 사내법무 지원 등에 관한 법률서비스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모든 구성원은 법인설립부터 공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며 매출액의 5%를 공익사업을 위해 지출하고 있다. 또 공익전담 변호사를 중심으로 장애, 여성, 환경, 노인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