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헤디트] 박물관이 건네는 첫인사, '디지털 성남'
필자는 오랜 서울살이를 마치고 2019년, 분당에 정착했다. 경기도민이자 성남시민으로. 주말이면 남한산성과 율동공원, 탄천을 산책하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원도심의 노포를 찾는 것도 도시의 색다른 재발견. 주변 박물관‧미술관의 작품 감상은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다. 성남의 원도심에 디지털 체험공간이 조성됐다는 소식에 지난 2일 현장을 찾았다. 수정구 신흥2동 희망대근린공원(옛 제1공단 부지)에 있는 '성남시 박물관 체험동'. 성남시립박물관인 셈이다.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전시동의 정식 개관 전, 박물관 체험동이 지난 8월 1일 개관했다. 미리 만나보는 박물관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1층 자료실과 3층 디지털어린이체험실이 운영된다. 건립 예정 박물관은 '첨단과 혁신의 희망도시 성남' 비전에 맞게 성남의 역동적인 도시 발전사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4차산업 특별도시 성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다. 성남시는 올해 성남시 박물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합 제정하고 '살아 숨 쉬는 미래형 박물관' 건립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박물관 건립은 성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은 스마트한 박물관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에게 먼저 선보이게 된 박물관 체험동의 1층 자료실은 박물관 주제 관련 도서와 소장자료를 열람용으로 제공한다. 자료실의 부속 공간인 구술기록실은 박물관의 자료 수집 방식 중 하나인 구술기록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층 디지털어린이체험실은 5~10세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한 공간으로, 체험실과 플레이존, 미디어아트홀로 구성돼 있다. 필자의 방문일인 토요일 당직자 이주영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박물관 체험동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운영되며, 디지털어린이체험실은 사전 예약제로 1일 4회(10:00, 11:40, 14:20, 16:00), 회차별 50명(보호자 포함)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탄천이 빚어낸 성남의 지형과 역사문화를 '안녕! 성남'이라는 주제로 3층의 3개 공간을 스토리텔링 했다. A-산과 물 그리고 사람, B-하늘에서 주고받는 신호! 봉수, C-성남의 길, D-도시와 바람길, E-우리는 친구, F-미디어아트 '도시의 꿈'으로. A~D존으로 구성된 체험실은 탄천 트릭아트, 조선시대 군사훈련 VR게임 등으로 성남을 실감 나게 경험하도록 한다. 건물모형을 옮기고 바람길을 만들며 도시를 설계해 볼 수도 있다. 또 교통이 편리한 성남의 지리적 특성을 디지털레이싱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E존인 '플레이존'은 성남의 언덕 지형과 탄천의 물길을 형상화한 신체놀이 공간이다. 미끄럼틀, 트램펄린으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F존이 필자가 주목한 '미디어아트홀'이다. 미래의 성남을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어린이들이 성남의 오롯함을 디지털로 경험할 수 있는 실감형 체험관이다. 테마는 '도시의 꿈'이다. 성남이라는 도시의 탄생과 형성을 보여주는 인트로 영상(3분)부터 첨단기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미래도시 성남을 그려볼 수 있는 라이브스케치(27분)로 구축됐다. 8대의 12,000 Lumen(밝기) 프로젝터로 14.9m 길이, 6m 높이의 정면 대형스크린과 바닥, 좌/우측 벽면이 몰입형 공간으로 연출됐다. 투사된 3D 다면영상은 마치 신비로운 가상도시에 온 듯한 황홀감을 안겨준다. 나비, 드론, 버스, 물고기 등이 그려진 도화지에 색칠하면 벽면과 바닥을 채운 영상에 실시간으로 표출된다. 버스가 달리고 드론이 날아다니며 물고기가 탄천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통해 도시와 사람,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미래도시 성남을 체감하게 한다. 이종빈 성남시 박물관사업소장은 “어린이들이 보고, 듣고, 만지면서 첨단혁신도시 성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고 전했다. 컴퓨터와 디지털, 인터넷에 기반한 3차 산업혁명 이후 정보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더해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과의 기술 융합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산업구조와 일자리, 교육과 기술훈련, 경제구조 등 사회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 디지털어린이체험실의 기획은 정은란 학예연구사(문화관광과 종무팀 국가유산담당으로 이동)가 설계와 구축을 주도했다. 서비스 오픈부터 체험전시 운영을 담당하는 박물관교육팀 김성희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체험동은 자료실과 디지털어린이체험실을 우선 개방·운영한 후, 2024년에는 성남의 발전상과 문화를 주제로 한 4차산업 기술 연계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이 단순한 일상의 변화와 기술‧산업의 발전을 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혁신의 기본이 되는 새로운 체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또 한 번의 새로운 대변혁이고 과거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과 20세기 후반 미국의 정보화 혁명에 이은 '디지털 혁명'의 시점에 있다. 모두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시대인 만큼, 기술과 문화적 요소를 접목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가 미래산업이다. 박물관도 진화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특별도시 성남이 그렇다. 국내 게임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콘텐츠산업의 메카 판교라는 큰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첨단도시라는 특성에 걸맞게 성남의 박물관 전시‧체험 기법도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물과 역사 전시를 넘어 디지털 체감형 서비스의 스마트 박물관으로. 아이와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할 장소로 디지털어린이체험실을 추천한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성남을 역동적으로 느끼는 디지털감성교육의 랜드마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