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유럽 규제 따라하기, 국내 기업 말라 죽는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유럽 규제 방식 벤치마킹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이 고사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글로벌 패권 경쟁, 대한민국은 없다' 주제 제86회 굿인터넷클럽에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공정위, 방통위, 중기부 등 정부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는 플랫폼 규제 법안이 국회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며 “유럽과 우리 시장 차이를 무시한 무분별한 유럽 규제 벤치마킹은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고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유럽 디지털시장법(DMA)은 의미 있고 중요한 법이다. 국내 입법자들이 국내 플랫폼 규제 근거로 들이밀고 있는 법이기 때문”이라며 “유럽에서 이 법이 나온 것은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함이나, 시민 효용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각 나라 규제 상황 다르다. 유럽은 과거부터 시험, 인증 산업화시키는 것이 발전된 지역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인공지능(AI) 혁신 서비스를 등장시킨다면 유럽은 AI역량평가를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 취하고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유럽 벤치마킹 하는 것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 세계 최초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지양하고 산업 투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경쟁에 있어서 유리한 입지로 가기 위해서는 전 세계 최초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하며, 해외 사례의 경우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와 지원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주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국가 간 갈등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시대, '열린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초불확실성 시대 국가들은 자기 이익을 우선 추구하게 된다.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면 한국과 같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폐쇄적, 배타적 시스템이 만들어질 경우 한국은 가장 큰 영향 받는 나라 중 하나”라며 “국익을 추구하되, 긴 호흡으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장난을 하는 플랫폼 등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나, 과잉 규제 혹은 과소 규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눈을 바깥으로 돌려 세상을 봐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최근 공정위 등에서 국내로 시야가 고정돼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 중국 등 국가의 준비 현황을 정확하게 알고, 우리도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강', '균세' 두 가지 대응 방법이 변화하고 있는 플랫폼 세상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기준이 될 수 있다. 싹이 자라기 전에 잘라버리는 식의 정책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준연 팀장은 “디지털 영역에서 국제 정세 변화는 험악하게 갈등이 증폭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우리가 토종 플랫폼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중견 국가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논리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플랫폼 생태계가 등장한 지 얼마 안돼 우리가 기존에 존재하던 기업 독점 등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생태계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부분을 더 많이 인식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작년 10월 카카오 먹통 사례도 철퇴를 매겨야 할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카카오가 통신 인프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 서비스를 외부 플랫폼한테 의존했을 때 상황은 더 심각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측면을 더 논의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