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망 무임승차 방지법 제정 시동
유럽연합(EU)이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공정 기여를 골자로 한 디지털네트워크법안(DNA) 제정에 나섰다. 디지털 신질서 관련 법제도가 입안 과정부터 국제 공조를 거치고 글로벌 조화를 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흐름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올해 초 법안의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5월 중순까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한 내용을 최근 발표했다. 티에리 브르통 EC 역내시장 집행위원은 이를 발표하면서 DNA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정된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에 이어 DNA를 더해 유럽연합 차원의 디지털싱글마켓(DSM)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유럽은 현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작으로 디지털 시장 규제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과거의 규제 틀이 시장을 원활하게 작동시키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경제 시장이 부쩍 커졌는데 유럽의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외부, 특히 미국의 일부 기업들이 불공정한 이득을 취해왔다는 철학이 바탕이 되고 있다. DMA나 DSA와 같은 강력한 법조문도 유럽이라는 자국 시장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측면에서도 DNA라는 별도 법안으로 유럽의 자국 시장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해관계자 가운데 콘텐츠제공사업자(CP)를 비롯한 반대 진영의 반발이 거세게 나오고 있고, 유럽연합 내 여러 국가별로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입법 완료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유럽의 보안관이라 불리는 브르통 위원이 차기 EC 위원장 후보로 꼽히기 때문에 DNA 제정 추진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DSM을 구축하겠다는 정책적인 의지와 자국 시장에서 해외 기업의 불공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 바뀌지 않는 이상 DNA 제정 추진은 속도의 문제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법안만 나오지 않았을 뿐 유럽은 인프라 투자 공정 기여 의무가 부과되는 CP의 기준과 같이 국내에서 시행령 수준의 내용까지 이미 논의되고 있다”며 “의견수렴이나 해외 공조 논의 등 절차적 진행이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상 시행 시기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