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인재 확보에 사활 건다...해외서 뽑고, 직접 양성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가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파운드리와 팹리스 성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2~3% 점유율로 미비한 수준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매우 큽니다. 따라서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반도체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당장 설계 업무에 투입되어야 할 엔지니어가 필요하기에 해외 지사를 설립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정기적인 공개채용와 사내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 육성에도 나선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있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은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면서, 중소·중견 팹리스, 디자인하우스(DSP), 설계자산(IP) 업체들의 '인력 가뭄' 현상은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약 1만4천600명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약 3만명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장비 등으로 나눠지는데 현재 인력이 제일 부족한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이라고 진단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인력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요 대학과 4대 과학기술원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인재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대학 졸업까지 최소 4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업계에서 활용하려면 최소 5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라며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설계 엔지니어로 업무하려면 최소 3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반도체 IP 업계 관계자는 "신입이 업무에 적응해서 IP를 설계할 수 있을 때까지 약 3년 넘게 걸린다. 이는 IP 전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블록을 담당하는 정도 수준"이라며 "IP는 20년 이상 경력인 베테랑이 전체를 관장하고, 6~7년 경력 엔지니어가 개발해야 하는 분야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베트남 등 해외 지사 설립해 반도체 엔지니어 채용 반도체 디자인하우스(DSP), 설계자산(IP) 업체들은 베트남, 캐나다, 미국 등에서 해외 지사 설립을 통해 반도체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종별로 선호하는 지역이 다르다. AI 반도체 팹리스 및 IP 업계는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실리콘밸리(산호세) 지역에서 인재를 영입한다. 캐나다 토론토는 일찍부터 정부와 민간 기업의 자금 지원으로 AI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AI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지역이다. 캐나다는 우수한 인력뿐 아니라 미국보다 낮은 임금도 장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건비가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 보다 약 2배 높다면, 토론토는 약 1.7배 높은 정도다. 이런 이점으로 AI 반도체 IP 업체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캐나다와 미국 산호세, 오스틴 지역에 R&D 법인을 설립하고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했다. IP 업체 에임퓨처 또한 미국에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토론토 지역에 R&D 연구소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사피온은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업무협력(MOU)을 체결하고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한 최적화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IP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주로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라며 "고속 아날로그를 설계 분야는 토론토 지역에, CPU 설계 분야는 미국 산호세에 우수한 인력이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DSP 업계는 베트남에서 인력을 활용한다. 베트남은 석·박사급의 반도체 전문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더불어 일본 르네사스, 도시바 등 업체들이 베트남에서 지사 운영을 통해 엔지니어 교육을 시키면서 전체 베트남 엔지니어 수준이 올라갔다. 또 베트남 엔지니어 인건비는 한국의 70~80% 수준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다. 베트남 인력은 주로 디자인하우스(DSP)의 백엔드의 레이아웃 설계를 담당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DSP 업체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총 500여명의 설계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200여명은 베트남 법인(SNST)에서 근무한다. 세미파이브도 국내 뿐 아니라 베트남(50명), 인도(15명) 법인을 통해 총 400여명의 엔지니어를 확보했다. 코아시아 또한 한국 외에도 베트남, 대만에서 디자인센터 운영을 통해 총 400여명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업계, 공채 통해 인재 집적 키운다 일부 DSP 업체들은 공채를 통해 우수한 신입을 채용하고 인력을 직접 양성하기 시작했다. DSP 업체는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공정에 맞게 디자인(레이아웃)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테반도체 업계에서 특히 DSP 분야는 반도체 엔지니어 인력수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팹리스들이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으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수가 많아지면서, 고급 엔지니어를 다수 보유한 DSP 업체가 과제를 수주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에이디테크놀로지는 2020년 국내 DSP 업계에서 처음으로 공채 제도를 도입했으며, 올해 4기 모집을 통해 약 3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공채를 통해 입사한 신입은 3개월간 실습팀 프로젝트를 통해 집중교육을 받는다"라며 "각 부서에서 작은 블록을 주고 연습시키면서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트레이닝한 후, 업무 영역을 늘려 나간다"고 설명했다. 코아시아는 2021년 12월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 GDEC(Global Design Education Centre)를 도입했다. 신입을 6개월간 실무교육한 후 현업에서 교육을 실시해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이다. 그 밖에 세미파이브, 가온칩스, 에이직랜드 등도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에서 교육받은 엔지니어를 신입으로 채용하며, 인력 확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