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위원장 "플랫폼 규제 법제화, 조만간 방향 제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카쿠배야(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야놀자)'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독과점 규제 법제화 방향을 조만간 제시할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력 남용행위도 계속해서 집중 감시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시장 경쟁 촉진과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방법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해 왔다”며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고자 현재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방향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 초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규율 개선 전문가 TF를 꾸려 상반기 아홉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제재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왔다. 제재안은 유럽연합(EU)에서 시행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사전규제 성격을 띨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내 시장 상황과 해외 사례, 그간 법 집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할지, 특별법을 제정할지 등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특정 방식을 확정한 건 아니다”라며 “호주, 영국 등 심도 있는 법안을 준비 중인 국가들 입장을 듣고, 외국 제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 충분히 숙고한 뒤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최근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경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한 위원장은 "생성AI 관련 경쟁법 이슈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내부적으로 불공정 거래행위인지, 해외 입법 현황과 법 시스템 등을 분석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를 놓고 기업과 입점업체(갑을), 기업 간(플랫폼끼리 경쟁) 분야로 각각 구분하고 있다. 갑을관계를 자율규제로, 플랫폼 간 경쟁의 경우 법안으로 규제한다는 시나리오다. 한 위원장은 이런 기조를 유지하며, “공정한 시장 경제를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3월 내놓은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안 일환으로 이달 중 자율분쟁조정협의회를 발족하고, 추석 연휴 전 숙박앱 자율기구 논의를 개시한다. 배달·오픈마켓 외 다른 플랫폼에서도 자율규제가 확산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독점 행위도 지속해서 점검한다. 커머스, 모빌리티, 숙박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법 위반 혐의 여부를 살펴 이용자 보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커머스에서는 임직원을 동원한 후기 작성 등을 통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하거나, 멤버십 혜택을 기만적으로 광고한 행위를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또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만연한 콜 차단이나 데이터센터 장애 시 이용자 피해보상 책임을 면제하는 약관조항 등을 주시하고 숙박 플랫폼 내 입점업체 쿠폰 운영을 제한하는 부당행위 등을 조사한다. 한 위원장은 “독과점 플랫폼 반칙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라며 “디지털 시장 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문화 정착과 혁신 경쟁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