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서울서 제주 AAM 타고 간다"…스타트업 플라나의 겁 없는 도전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는 1960년대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여객 운송용으로는 대중화되지 않았다. 이후 30여 년이 지난 뒤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30년이 또 흐른 2023년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최근 하이브리드 여객 항공기를 5년 뒤 상용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창립한 선진항공모빌리티(AAM) 스타트업 플라나가 그 주인공이다. 지디넷코리아는 24일 김재형 플라나 대표를 국내 최대 드론 종합전시회 '2023 드론쇼코리아'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기체 개발 현황과 상용화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8년부터 3년간 현대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개발팀장을 지냈다. 지난 'CES 2020'에서 현대차 UAM 기체 S-A1를 공개하고 우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 플라나는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AAM을 개발 중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하이브리드'와 '장거리 비행'이다. 500km 이상 장거리를 비행하는 목표를 세웠다. UAM으로 알려진 회전익 항공기는 아직 어떤 제품도 130km 넘게 비행하지 못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의 한계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만 갖고서는 주행거리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플라나는 터빈 발전기와 배터리 시스템이 상호 보조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설계하고 있다. 모터의 힘으로 추진하면서 배터리와 터빈 발전기가 함께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터빈 발전에 차세대 항공유(SAF)를 이용해 기존 항공 교통수단보다 최대 90% 이상 탄소 배출을 저감할 계획도 밝혔다. 플라나는 올해 축소기 첫 비행을 시작으로 내후년인 2025년에는 실제 상용 사이즈 기체를 생산해 유인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매출도 이 시점에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선주문을 받고 생산을 시작하는 항공기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플랜이다. 제품 개발비는 어떻게 조달할까. 플라나는 지난해 10월 118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시드투자를 포함하면 누적 140억원 규모다. 플라나는 내달부터 1천억 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나선다. 2025년에는 시리즈B 투자를 받고, 2026년 나스닥에 스팩(SPAC) 합병 상장을 목표로 한다. 기체 초기 가격은 약 70억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추후 생산이 원활해지면 20~30억 수준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28년에 상용화가 되더라도 처음에는 이용료가 비싸 일부 고객들만 이용하는 '비싼 비행기'가 될 수 있다”며 “일반에 충분히 보급되려면 2035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기체 개발이 현재 어느 단계에 있나. "실제 사이즈 기체는 아직 프레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요구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설계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년 말까지 유인기체 설계를 완료해 2025년에는 생산에 돌입하고 실사이즈 첫 비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Q. 생산과 상용화 계획에 시간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물론 무인 형태로 비행한다. 인증을 밟아가면서 사람을 태울 수 있게 된다. 항공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 인증, 운항 자격 등을 받아야 한다. 2028년 상용화는 이런 3년여 간 인증 과정을 고려한 로드맵이다." Q. 대규모 채용 중으로 알고 있다. 이후에도 연구개발 인력 충원 계획이 있나. "필요한 인력이 너무 많다. 지금은 전력·전자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인하고 있다. 이 비행체는 에너지와 효율 문제로 고출력·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전기차에서 다루지 않는 수준의 높은 단계다. 이런 제품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경력이 많은 인재를 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파워트레인 전문 인력부터 비행 제어, 복합체 생산, 저속 추진설계, 공기역학적 설계할 수 있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Q. 하이브리드 비행체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차세대 항공유 SAF로 친환경 터빈 발전기를 돌린다. 발전기와 배터리가 함께 전기를 생산하면, 그 전기로 항공기를 구동한다. 모터를 기본으로 추진하는 순수 전기 방식이다. 에너지원 생산에만 배터리와 터빈 발전기가 쓰인다. 배터리 무게를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 Q. 배터리 성능이 높아지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배터리 성능이 좋아지더라도 2028년에 500km를 주행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배터리만 탑재하는 기체는 더 무겁고 비행거리도 짧아진다. 그만큼 짧은 거리만을 운행하는 모델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Q. 현대차그룹도 'S-A1' 상용화를 2028년 목표로 두고 있다. 시기가 엇비슷하다.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보통 신형 항공기를 만드는 데 빠르면 4~5년 정도 걸린다. 인증에는 3년 이상이 필요하다. 독립적인 과정은 아니고 어느 정도 겹치긴 한다. 2028년 상용화 계획이 다소 공격적으로 설정한 면은 있다. 빨리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매출을 내는 날짜를 앞당길 의지가 담겼다. 지난 1년 반 동안 계획에 차질은 없었다." Q. 연구비 부담도 상당할 것 같다. "시험기 개발까지는 투자를 받아야 한다. 유인기체를 완성하면 우회 상장해서 생산과 인증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생각이다. 매출도 2025~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공기는 선주문을 받고 생산을 시작한다. AAM 업계에서도 벌써 계약금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Q. 관련 부품 생산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어떤 항공사도 모든 부품을 내재화해서 생산하지 않는다. 모두 외주로 두는 곳도 없다. 항공기는 굉장히 많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체적 생산과 외주를 선명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기존 경비행기나 소형 헬리콥터 생산 방식을 따를 계획이다. 일정 부분을 인증된 곳에 외주를 맡길 생각도 있다. 엔진 발전기는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Q. 제품 가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초기 가격은 70억원 가까이 예상한다. 헬리콥터에 비하면 비싸다. 첫 전기차가 비쌌던 만큼 이 분야도 처음엔 접근성이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제한적인 이유가 크다. 그럼에도 추후 생산성이 좋아지면 20~30억 수준에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5억 이하는 불가능하다." Q. 상용화 이후 2028년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세상 모습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2028년에 우리 기체를 상용화해도 아무도 모를 수도 있다. 돈 많은 일부만 타고 다니는 비싼 비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규제가 해제되고, 많은 도시에 보급하고, 생산성이 좋아지면서 2035년은 지나야 대부분 민간인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본다. 상용화 이후에도 생산 설비를 늘리고 운항을 정교하게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김재형 플라나 대표 프로필- 1983년, 출생- 2007년, 日 나고야대 항공우주공학과 학사 졸업- 2010년, 美 매사추세츠공과대 항공우주공학과 석사 졸업- 2013년, 美 매사추세츠공과대 기계공학과 박사 졸업- 2013년, 현대자동차(차량 충돌 안전기술 개발)- 2015년, 현대자동차(연성 해석과 시스템 최적화 프로젝트 담당)- 2018년, 현대자동차 UAM 기체개발팀장- 2020년, CES에서 현대차 UAM 기체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