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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관이 말하는 세계유산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BEXCO)에는 개최국 공식 전시관인 대한민국관이 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에는 정부와 지방정부, 종교계와 민간 등 35개 기관이 참여해 45개 전시·체험 콘텐츠를 선보인다.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뿐 아니라 국제협력과 전통기술, 디지털콘텐츠와 생활문화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민국관은 우리 유산을 세계에 소개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태도로 지키며, 어떤 가치로 다음 세대와 나누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지난해부터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를 바라보며 붙들어온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경험하게 하고, 세계와 함께 이어가는 나라로 기억될 것인가. 대한민국관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부스가 더 크고 화려한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전시와 사업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유산을 대하는 하나의 방향을 읽어내는 일이다. 보유국에서 책임국으로 대한민국관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것은 우리 유산의 우수성만이 아니다. 세계유산을 국제사회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다. '대한민국과 유네스코'관은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이후 걸어온 시간을 보여준다. 전쟁 이후 교육과 문화의 복구를 지원받았던 대한민국은 이제 국가유산 ODA와 국제협력을 통해 다른 나라의 유산 보존과 역량 강화에 참여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마련한 '국경을 넘어 유산으로 미래를 잇다'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조사와 연구, 보존기술과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일은 대한민국이 세계유산 분야에서 맡아가고 있는 역할을 보여준다. 세계유산강국의 위상은 등재 건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국의 유산을 잘 지키는 데서 더 나아가 다른 나라의 유산과 기억을 함께 보호하고, 보존 경험과 역량을 나눌 때 그 위상은 책임으로 완성된다.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영토 안에 있지만 그 가치는 인류 전체가 함께 나누는 공동의 자산이다. 세계유산협약은 바로 그 공동의 책임을 약속한 제도다. 세계유산은 과거의 훈장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지키기로 한 미래의 약속이다. 대한민국관이 협약과 국제협력의 역사를 전면에 놓은 것은 개최국의 위상에 걸맞은 선택이다. 대한민국이 유산을 많이 보유한 나라에서 국제사회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나라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유산은 장소와 사람을 통해 이어진다 한양의 수도성곽과 수원화성, 개최도시 부산을 다룬 부스는 유산을 고립된 기념물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 안에서 이어지는 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한양의 수도성곽은 옛 도성을 둘러싼 벽에 머물지 않는다. 산과 길, 마을과 도심을 잇는 선이자 서울이 변화해온 시간을 품은 장소다. 수원화성 역시 성곽의 건축적 가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성 안의 길과 시장, 주민의 생활과 축제가 겹치며 오늘의 수원을 만든다. 부산에는 피란수도와 항만, 전쟁과 이주, 산업화의 기억이 남아 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유산이 오래된 왕도나 고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시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동과 생활, 기억과 흔적도 우리가 유산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야 할 시간이다. 유산은 장소에 남아 있을 때 보존되지만, 시민이 다시 걷고 머물며 경험할 때 비로소 도시의 현재가 된다. 한국의 갯벌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자연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묻는다. 제주는 땅이 만들어진 긴 지질학적 시간을 품고 있고, 갯벌에는 생물다양성과 철새의 이동, 지역주민의 삶과 노동, 계절의 변화가 함께 쌓여 있다. 자연유산은 사람과 분리된 풍경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도 함께 묻는다. 세계유산을 경험하게 한다는 말도 더 많은 방문객을 불러들이는 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장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고, 다음 세대도 그 가치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존과 관광, 주민의 삶과 지역발전이 함께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무형유산은 유산의 중심에 다시 사람을 놓는다. 갓일과 나전장, 소목장, 궁시장과 같은 전통기술은 완성된 결과물만으로 전승되지 않는다. 재료를 알아보는 눈과 도구를 다루는 손, 몸에 밴 동작과 오랜 반복이 있어야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유산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누군가 배우고 익히며 다시 전할 때 이어진다. 국립무형유산원의 '무형유산 공연 아트마켓'은 무형유산을 보존과 전승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공연과 창작, 관객과의 만남으로 확장한다. 전승자와 창작자, 공연시장과 관객을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활용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 유산이 태어난 공동체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존중도 함께 깊어져야 한다. 전승 없는 활용은 뿌리가 약하고, 활용 없는 전승은 사회와 멀어질 수 있다. 설명은 유산을 이해하게 하지만, 감각은 유산을 기억하게 한다. 사람의 움직임과 호흡, 반복되는 손길을 마주할 때 유산은 과거의 흔적을 넘어 살아 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경험을 내일의 관계로 대한민국관에는 기록유산과 대중문화, 전통기술과 디지털콘텐츠가 한 공간에 놓였다. 세계기록유산과 데브시스터즈의 게임 IP '쿠키런'을 활용한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면은 유산이 오늘의 세대와 어떤 언어로 소통할 것인지 묻는다. 기록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한다. 게임과 캐릭터는 그 기록을 오늘의 세대와 연결하는 친숙한 입구가 될 수 있다. 친숙함은 유산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추지만, 그것만으로 이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유산의 이미지와 외형에 머문다면 콘텐츠의 의미와 지속성도 제한될 수 있다. 장소의 역사와 사람의 기억, 유산이 지닌 맥락을 오늘의 언어로 충실하게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이머시브 전시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도 같은 질문을 이어간다. 몰입형 전시의 가치는 화면의 크기나 영상의 화려함에만 있지 않다. 오래된 장소와 시간의 의미를 오늘의 감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술은 사라진 장소를 다시 보여주고,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을 열어주며, 멈춰 있던 기록에 움직임과 소리를 더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의 인상만 남고 유산의 의미가 흐려진다면 경험의 중심이 바뀔 수 있다. 좋은 디지털콘텐츠는 관람객을 화면 안에 머물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장소를 다시 찾고 싶게 하며, 기록 속 시간이 오늘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하게 해야 한다. 기술은 감각의 문법이다. 다만 그 문법이 말해야 할 주어는 언제나 유산이어야 한다. 오늘의 언어는 디지털에만 있지 않다. 근현대건축유산 특별전 '나의 유산: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갈'은 가까운 과거를 오늘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묻는다.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며 생활했던 건축물에는 한 시대의 삶과 기술, 도시의 변화가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건축물을 과거의 모습으로 고정하는 일이 아니다. 장소의 기억을 살리면서 오늘의 쓰임을 찾는 일이다. 살아온 건축이 오늘을 살아가는 공간이 되고, 미래에도 쓰이는 장소로 이어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K-푸드 홍보관은 유산을 일상의 감각으로 확장한다. 음식은 박물관에 보관된 유물은 아니지만 한 사회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자연환경과 노동, 저장과 조리의 지혜를 담고 있다. 김치와 장, 발효음식에는 조리법뿐 아니라 계절과 공동체, 생활의 기억이 배어 있다. 세계인이 한국문화를 처음 만나는 입구가 반드시 궁궐이나 사찰일 필요는 없다. 한 그릇의 음식과 하나의 맛을 통해 한국인의 생활방식과 자연관을 만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관은 국제협력에서 도시와 자연, 사람과 전승, 기술과 생활문화로 이어지는 국가유산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민간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참여했고, 유산을 보존의 대상에만 두지 않고 교육과 관광, 콘텐츠와 산업, 국제협력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과를 전시장 밖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대한민국관에서 축적한 자료와 콘텐츠가 교육과 아카이브로 남고, 지역의 세계유산 현장과 도시에서 다시 활용돼야 한다. 전승자와 창작자,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이곳에서 맺은 관계도 구체적인 후속 협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의 성공적인 운영은 중요한 성과다. 여기에 문화적 경험과 지속적인 관계가 더해질 때 회의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 세계인이 기억하는 것은 규모보다 장면이고, 시설보다 이야기이며, 정보보다 감각이다. 대한민국관은 개최국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건네는 하나의 답변이다. 그 안에는 협약과 기록, 도시와 자연, 전승자의 손과 디지털 기술, 음식과 생활의 기억이 함께 있다. 우리는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가치를 책임 있게 지키고, 오늘의 언어로 경험하게 하며, 세계와 함께 이어가는 나라로 기억될 것인가.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는 그 전환을 확인하는 무대다. 대한민국관에서 읽어야 할 것은 전시물의 수를 넘어선다. 유산의 시간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고, 그 가치를 미래의 약속으로 이어가려는 대한민국의 태도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24 10:00이창근 컬럼니스트

여기어때 "베트남 소도시 뜬다"

여기어때(대표 정명훈)가 올해 7월까지 베트남 여행 수요를 분석한 결과, 해외숙소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꾸이년, 주이쑤옌 등 소도시에서 체크인한 여행객 수는 각각 12배, 4배 급증하며 베트남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했다. 베트남 소도시는 다낭, 하노이, 나트랑 등 대표적인 주요 관광 도시를 제외한 소규모 지방 도시를 의미한다. 여기어때가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의 소도시 숙소 거래액을 살펴본 결과, 꾸이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배 성장했다. 주이쑤옌 역시 약 5배 이상 거래액이 늘었다. 이들 소도시는 주요 관광 도시와 인접해 접근성이 좋고, 현지의 로컬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베트남을 여러 번 찾는 재방문 수요가 커지면서 여행지 선택지 역시 다양해지는 추세다. 여기어때는 베트남 소도시 여행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꾸이년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 해당 상품은 인기 관광지인 나트랑과 소도시 꾸이년을 함께 여행하는 3박 5일 일정으로 구성됐다. 꾸이년의 대표 관광지인 ▲키코비치 ▲꾸이년비치 ▲FLC사파리 ▲에오지오 국립공원과 더불어 나트랑 야시장 등 시내 투어를 포함한다. 숙소는 5성급 호텔인 호라이즌 호텔, FLC 럭셔리 리조트 꾸이년, 아냐 프리미어 비치프론트 호텔 꾸이년 등으로 제공된다. 진현욱 여기어때 패키지사업팀장은 “베트남은 일본과 함께 대표적인 근거리 여행지로, 여러 도시를 다회차 방문하는 여행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며 “향후에도 대도시와 소도시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23 17:07백봉삼 기자

[기고] 제주 땅, 하나의 서사가 되는 이유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제주에 들어서면 먼저 땅이 보인다. 넓은 바다와 낮은 하늘도 눈에 들어오지만 제주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검은 돌과 완만한 오름, 밭과 마을을 잇는 돌담, 땅속 깊이 이어지는 용암동굴이다. 종묘가 고요로 시간을 말하고, 창덕궁이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드러내며, 성곽이 선으로 도시의 성격을 보여준다면 제주는 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대한민국관에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이 지닌 가치와 보존·관리의 의미를 국내외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응회구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장소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화산섬이 형성돼 온 과정을 땅 위와 땅속에서 함께 보여준다. 한라산은 섬의 지형과 생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심이다.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땅 아래 긴 통로를 만들었고, 성산일출봉은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화산 분출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가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은 까닭도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라산과 용암동굴, 성산일출봉이 화산활동의 과정과 흔적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가장 가까이 느끼는 방법은 걷는 일이다. 오름에 오르면 바람과 풀, 흙의 감촉이 달라지고, 발아래로 밭과 마을, 돌담과 좁은 길이 이어진다. 사람은 장소의 이름보다 그곳을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한다. 오름이 오래 남는 것도 정상에서 본 풍경만이 아니라 올라가는 동안 맞았던 바람과 발밑에서 느껴진 흙과 돌 때문이다. 설명은 유산을 이해하게 하지만, 감각은 유산을 기억하게 한다. 제주의 돌도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시간을 보여준다. 다른 지역에서는 치워야 할 돌이 제주에서는 바람을 막고 밭을 나누며 삶을 지탱하는 재료가 됐다. 사람들은 돌을 없애지 않고 쌓았고, 돌 사이에 틈을 남겨 강한 바람을 흘려보냈다. 돌담은 풍경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자연의 조건에 맞춰 살아온 생활의 기술이다. 화산이 만든 땅 위에는 마을이 들어섰고, 바람과 바다는 집의 모양과 생업, 신앙과 공동체의 기억을 만들었다. 해녀의 물질과 밭농사, 돌담과 초가도 이 환경 속에서 태어났다. 제주는 자연을 이겨내 완성한 섬이 아니다. 자연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온 섬이다. 그래서 제주의 자연과 생활은 따로 읽을 수 없다. 땅이 사람의 삶을 바꾸었고, 사람의 삶은 다시 땅의 풍경을 만들었다. 오름과 돌담, 밭과 마을길이 함께 보일 때 제주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오늘날 제주를 찾는 사람은 많다.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유명한 장소를 빠르게 둘러보고 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제주는 한두 장면으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을 품고 있다. 오름을 걷는 속도와 동굴 안의 서늘함, 돌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까지 만나야 비로소 섬의 시간이 다가온다. 부산 대한민국관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부스는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이 세계자연유산을 오래 지켜가야 할 책임도 전한다. 세계유산 등재는 가치의 확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개발압력, 탐방객 증가 속에서 제주의 자연과 시간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가 그다음 질문이다. 세계유산은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이름이 아니다. 그 땅의 시간을 오래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려올 것인가보다 어떻게 걷게 할 것인지, 어디에서 멈추게 할 것인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덜 보여줄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제주는 화산이 만든 섬이지만 자연만으로 완성된 섬은 아니다. 돌과 바람, 오름과 동굴, 밭과 마을,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오늘의 제주를 만들었다. 세계유산을 읽는다는 것은 등재된 장소의 이름을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땅이 만들어진 시간과 그 위에서 이어진 삶을 함께 보는 일이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땅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된다. 그 이야기는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천천히 걸으며 땅의 결을 느낄 때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23 09:23이창근 컬럼니스트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계 본격 착수…2029년 8월 입주 목표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 사업이 본격적인 설계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한국 전통미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은 국가 상징 건축물로 조성해 2029년 8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22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계공모와 국민·전문가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하고 건축설계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계는 지난 1~4월 진행된 설계공모 당선작인 '채와 마당으로 구현한 국가상징공간, 지혜의 풍경'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해안·토문·운생동건축사사무소)이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맡는다. 설계공모에는 총 17개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이 창덕궁처럼 자연 지형의 축을 따르는 공간 구성과 전통적인 '채와 마당' 배치를 통해 한국적 풍경을 구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대통령과 참모진을 가깝게 배치하고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한 입체적 동선도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개별 건축물의 상징성과 전통 건축 요소의 조화로운 구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행복청은 문화·건축·역사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자문회의를 운영하고 국민 의견수렴을 지속해 설계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행복청은 그동안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현대적 건축물에 한국의 전통미를 반영하고, 탈권위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아 미래지향적으로 청와대를 계승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주엽 행복청장은 "국민과 전문가들과 적극 소통하며 대통령 세종집무실이 국격에 맞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건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복청은 올해 설계에 착수한 뒤 2027년 설계를 마무리하고 공사에 들어가 2029년 8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6.07.22 15:38김재성 기자

[기고] 산사와 서원에서는 왜 생각도 천천히 걷게 되는가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좋은 장소는 사람을 서두르게 하지 않는다. 도시에 오래 살수록 우리는 빠른 길을 찾는다. 가장 가까운 출입구, 가장 짧은 동선, 가장 효율적인 이동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 기억되는 장소는 대개 다른 속도로 다가온다. 그곳에서는 빨리 보는 것보다 천천히 머무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산사와 서원이 그렇다. 그곳에 들어서면 먼저 걸음이 낮아진다. 크게 외치는 안내보다 나무 그늘이 먼저 보이고, 건물의 규모보다 마당의 비움이 먼저 느껴진다. 길은 곧장 목적지로 데려가지 않는다. 조금 돌아가게 하고, 잠시 멈추게 하고, 주변의 산세와 물길과 바람을 먼저 보게 한다. 종묘가 고요로 시간을 말하고, 창덕궁이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말했으며, 성곽이 선으로 도시의 성격을 드러냈다면, 산사와 서원은 머무름으로 장소의 깊이를 말한다. 산사는 산속에 있지만 세상과 끊어진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잠시 세상 밖으로 데려가 다시 세상과 마주하게 한다. 일주문을 지나고, 숲길을 걷고, 계단을 오르고, 마당에 들어서는 동안 사람의 몸은 조금씩 다른 리듬을 받아들인다. 산사는 건축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산길, 물소리, 처마, 마당, 종소리, 그리고 산세가 함께 하나의 장소 감각을 만든다. 서원도 마찬가지다. 서원은 학문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단지 공부방의 집합은 아니다. 그그곳에는 배움의 질서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조용히 남아 있다. 강당과 사당, 누정과 마당, 담장 너머의 산수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학문은 책상 위에만 있지 않고, 걷고 바라보고 머무는 방식 속에 놓인다. 산사와 서원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과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큰 소리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고,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장소의 깊이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시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생긴다. 오늘의 관광은 종종 빠르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사진을 남겼는지가 먼저 소비된다. 그러나 오래된 장소의 힘은 빠른 소비와 잘 맞지 않는다. 산사와 서원은 많이 보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서 사람은 유산을 관람하기보다 자기 속도를 잠시 내려놓는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한국의 산사와 불교문화유산도 여러 방식으로 세계인 앞에 소개된다. 대한민국관에서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과 해인사 장경판전, 통도사, 영산재와 수륙재, 사찰음식 등이 전시와 공연, 체험의 언어로 펼쳐진다. 부산근교 세계유산 필드트립 역시 통도사 같은 산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회의장 안에서 말해지는 세계유산은 현장의 길과 마당, 숲과 의례의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다만 유산의 깊이는 프로그램의 수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그 장소가 지닌 고요와 여백, 걷고 머무는 속도까지 함께 지켜낼 때 유산의 깊이는 비로소 전해진다. 산사의 시간은 설명만으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곳에 직접 가서 걷고, 멈추고, 바라보는 동안 세계유산은 비로소 몸의 감각으로 이해된다. 세계유산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그 유산 앞에서 사람이 어떤 속도로 멈추고 생각하게 할 것인가. 그 질문이 더 깊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문화와 관광을 말할 때도 이 감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역의 유산을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은 더 많은 장식을 붙이는 일이 아니다. 장소가 가진 속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오늘의 사람이 그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방문객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한 번 온 사람이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일이 더 깊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좋은 도시는 빠른 도시만은 아니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면서도, 어느 곳에서는 걸음이 느려지는 도시가 좋은 도시다.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도, 어떤 장소에서는 비워두고 기다릴 줄 아는 도시가 오래 남는다. 산사와 서원은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오래 머무는 장소에는 이유가 있다. 그곳에는 사람을 붙잡는 장식보다, 사람의 속도를 바꾸는 질서가 있다. 소리보다 고요가 먼저 오고, 설명보다 공기가 먼저 닿으며, 풍경보다 태도가 오래 남는다. 세계유산은 그런 장소의 이름이어야 한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름. 도시와 지역이 자기 시간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고, 천천히 이어가겠다는 약속. 산사와 서원은 그 약속을 가장 낮은 목소리로 보여주는 장소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16 18:00이창근 컬럼니스트

세종시문화관광재단, '2026 한글문화상품 개발지원 공모전' 최종 8건 선정

우리 한글의 독창적인 가치와 우리 소리 '청구영언'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개발지원 공모전 최종작이 선정됐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대표 박영국)은 '2026 한글문화상품 개발지원 공모전'에서 한글과 청구영언의 아름다움을 담은 문화상품 8건을 최종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이 주최하고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공모전은 훈민정음과 청구영언을 소재로 한 문화상품을 발굴·지원하여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고 한글문화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4월 공고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131개 기업과 예비창업자가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최종 선정된 문화상품 공모 8건은 ▲돌민정음 K-pop Kit ▲세종 한글퍼즐 키트 ▲장진주사 소반 ▲한글자음굽 잔 등 교육적 요소를 담은 놀잇감부터 생활용품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한글문화도시 세종에서 지속적으로 한글문화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해 온 지역 기업 및 2025 한글 프레 비엔날레 참여 작가도 함께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선정기업에는 최대 1200만원의 상품개발 지원금과 함께 전문가 워크숍 및 컨설팅, 한글문화산업전 참가 기회 등이 제공된다. 선정 기업은 사업협약 체결 이후 상품 개발에 착수하며, 오는 9월까지 시제품 제작을 완료하고 10월 한글문화산업전에 참가한 뒤 11월부터 본격적인 상품 판매를 추진할 예정이다. 양유정 한글문화도시센터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한글과 청구영언의 문화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우수한 문화상품을 발굴할 수 있었다”며 ”선정된 상품들이 시민들에게 한글과 청구영언이라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일상에서 더욱 친숙하게 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6.07.15 13:05이도원 기자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 스마트도시의 현재와 AI 도시의 미래 만난다

스마트도시의 현재와 인공지능(AI) 도시의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린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산광역시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스마트시티 국제행사로, 전 세계 정부·도시·기업·전문가·시민이 참여해 지속 가능한 도시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올해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는 정부의 AI 대전환(AX) 기조에 맞춰 'K-AI 시티' 정책을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시티를 넘어, AI 도시로(Beyond Smart City, Into AI City)'라는 행사 슬로건에 맞게, 스마트시티부터 AI 시티까지 폭넓은 도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K-AI 시티는 교통시설물 등 다양한 도시 인프라 운영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최적화·지능화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 모델이다. 국토부는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와 충청남도 천안시·아산시(공동참여)를 선정해 'AI 특화 시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전시·개막행사·콘퍼런스·WSCE 어워즈·기업 발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국내외 정부·도시·기업의 관계자와 전문가 등을 초청해 글로벌 협력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시 분야는 AI·스마트시티, 건설·인프라, 모빌리티·교통, 에너지·환경 등 스마트시티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특히 천안·아산과 원주가 AI 시티 공동관으로 참여해 구성 기술을 선보인다. 콘퍼런스는 스마트시티와 AI시티, 피지컬 AI, 미래 모빌리티 등 글로벌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K-AI 도시 정책 콘퍼런스' 등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다양한 논의와 협력의 장이 마련된다. 기업의 국내외 성과 창출을 위한 수출·구매 상담회, 대기업 매칭 오픈이노베이션 등의 다양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 누리집에서 신청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기봉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는 기술을 통해 경험하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국내외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행사 전반에 더욱 큰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2026.07.13 15:32주문정 기자

[기고] 성곽은 도시의 성격이다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성곽이 있는 도시에 들어서면 먼저 선이 보인다. 그 선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처럼 보인다. 성벽은 도시를 두르고, 성문은 출입을 가르고, 높은 곳의 장대는 도시를 내려다본다. 처음에는 성곽을 방어시설로 이해하게 된다. 적을 막고, 도시를 지키고, 안쪽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벽.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성곽을 따라 걸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성곽은 단지 도시를 막아선 벽이 아니다. 그 선은 도시를 걷게 하고, 도시를 다시 보게 하며, 도시가 어디에서 자기 표정을 갖는지를 알려준다. 성곽은 경계이면서 동시에 길이다. 막기 위해 세운 구조가 오늘에는 도시를 읽게 하는 선이 된다. 종묘가 고요로 시간을 말하고, 창덕궁이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말한다면, 성곽은 선으로 도시의 성격을 말한다. 성곽은 도시의 외곽선이다. 그러나 단순한 가장자리는 아니다. 그 선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의 중심과 주변, 안과 밖, 높은 곳과 낮은 곳이 함께 읽힌다. 어느 지점에서는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어느 지점에서는 성 밖의 풍경이 열린다. 성곽은 도시를 안쪽에서만 보지 않게 한다. 도시를 둘러보게 하고, 동시에 도시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묻게 한다. 성곽은 걷는 유산이다. 건물은 한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성곽은 한 자리에서 다 읽히지 않는다. 성문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장대 하나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성벽을 따라 걸어야 한다. 길이 꺾이는 곳에서 도시의 방향을 느끼고, 높이 오른 곳에서 안팎의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다시 생활권 가까이 내려오며 성곽이 오늘의 도시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수원화성을 떠올리면 이 감각은 더 분명해진다. 수원화성은 성곽만 따로 떨어져 남아 있는 유산이 아니다. 성문과 수문, 장대와 공심돈, 성벽과 길, 성 안팎의 도시가 함께 읽힐 때 비로소 살아난다. 성곽은 도시를 둘러싼 벽이지만, 오늘의 사람에게는 도시를 걷게 하는 길이 된다. 그 길 위에서 사람은 유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자세를 몸으로 익힌다. 좋은 성곽은 성벽만 남기지 않는다. 도시의 골격을 남긴다. 어디가 중심이고 어디가 입구인지, 무엇이 안과 밖을 나누는지,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모이고 흩어졌는지, 어느 지점에서 도시가 가장 자신다운 표정을 갖는지가 성곽을 통해 드러난다. 성곽은 도시의 겉모양이 아니라 도시의 자세를 만든다. 성곽길은 목적지보다 시선을 바꾼다.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성곽길에서는 보인다. 성벽의 굴곡, 돌의 결, 문을 지나는 리듬, 길의 높낮이, 멀리 산과 하늘이 이어지는 방향 같은 것들이다. 성곽을 걷는 동안 사람은 도시를 정보로 이해하기보다 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성곽은 도시를 설명하기보다 먼저 걷게 한다. 성곽은 역설적인 유산이다. 처음에는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늘에는 열어주는 장소가 되었다. 적을 막기 위한 벽이었지만, 지금은 사람에게 도시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길이 된다. 과거의 방어 구조가 오늘의 보행 경험이 되고, 경계의 장치가 도시를 이해하는 시선의 장치가 된다. 수원화성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성곽은 과거의 구조물로만 남아 있지 않다. 오늘의 도시와 함께 호흡한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역사적 구조가 보이고, 어느 지점에서는 생활의 거리와 맞닿는다. 성곽 안팎에는 사람들이 살고, 걷고, 머물고, 다시 찾아온다. 수원화성은 과거의 성곽이면서 오늘의 도시 동선이다. 성곽은 경계였지만, 오늘에는 관계가 된다. 성 안과 성 밖, 과거와 현재, 유산과 생활, 방어와 산책, 구조와 감상이 성곽 위에서 만난다. 이 만남이 성곽을 단순한 유적으로 머물지 않게 한다. 성곽이 좋은 유산이 되려면 성벽이 잘 남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그 선을 따라 걷고, 도시를 다시 바라보고, 그 장소가 남긴 시간의 방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세계유산도 마찬가지다. 이름과 등재기준만으로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어떤 유산은 사람의 동선을 바꾸고, 도시의 시선을 바꾸며, 다시 걷고 싶은 길로 남는다. 성벽은 오래된 구조물이지만, 성곽길은 오늘의 사람이 유산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우리는 세계유산을 다시 말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유산을 말한다는 것은 등재의 이름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수원화성이 보여주듯, 장소의 가치는 성벽의 보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성벽이 오늘의 도시 안에서 어떤 길이 되고, 어떤 시선이 되며, 어떤 기억의 선으로 이어지는지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좋은 유산 도시는 유산을 고립시키지 않는다. 성곽을 배경으로만 두지 않고, 도시를 읽는 길로 살린다. 사람을 다시 걷게 하고, 도시를 다른 높이에서 바라보게 하며, 과거의 경계가 오늘의 경험이 되도록 한다. 그런 도시에서 성곽은 과거의 방어시설이 아니라 현재의 도시 감각이 된다. 성곽이 도시의 성격이 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걸음걸이가 있듯, 도시에도 자세가 있다. 어떤 도시는 광장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어떤 도시는 강이나 바다로 기억된다. 어떤 도시는 산세와 골목으로 남고, 어떤 도시는 성곽의 선으로 자기 성격을 만든다. 성곽은 도시를 지킨 벽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성곽은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선이다. 그 선을 따라 걷는 동안 우리는 도시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무엇을 중심에 두었는지, 어디에서 자신다운 표정을 만들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성곽은 도시의 바깥을 두른 구조물이 아니라 도시의 성격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성곽을 읽는다는 것은 방어의 역사를 읽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한 도시가 어떤 자세로 자신을 둘러싸고, 어떤 길로 사람을 걷게 하며, 어떤 시선으로 스스로를 기억하게 하는지를 읽는 일이다. 세계유산은 오래 남은 돌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그 도시를 어떻게 걷고,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기억하게 되는가에도 있다. 성곽은 도시를 지킨 경계였지만, 오늘에는 도시를 걷게 하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선을 따라 걸을 때, 도시는 비로소 자기 성격을 드러낸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10 18:00이창근 컬럼니스트

"병해충·수확량까지 예측"…롯데이노베이트, 농업 AX 판 키운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비전 AI를 결합해 농업 AX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스마트팜 구축을 넘어 재배 상담과 생육·병해충 예측, 농산물 시세 분석을 제공하는 구독형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스마트팜 플랫폼 '도시의 푸른농장'에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스마트팜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스마트팜 에이전트는 농장주에게 작물별 재배 방법과 스마트팜 운영 정보를 제공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한다. 농산물 시세 분석 기능도 지원해 재배 품목과 출하 전략 수립을 돕는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작물 이미지를 분석해 생육 상태와 수확량,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비전 AI 기술도 개발했다. LLM이 영농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비전 AI가 작물 상태를 파악하는 구조다. 두 기술이 연계되면 AI가 농작물 상태를 분석한 뒤 필요한 조치와 재배 방법을 제안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농장주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스마트팜 에이전트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고도화해 농가와 농업법인으로 공급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이는 일회성 구축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이용료를 확보하는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의 유통·식품 사업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팜 생산 데이터와 농산물 시세, 유통 수요를 연결하면 재배부터 판매까지 지원하는 농업 AX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이처럼 나선 것은 시장 성장성이 높아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농업용 AI 시장은 2024년 47억 달러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26.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육·수확량 예측과 병해충 탐지, 정밀농업 수요 확대가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롯데이노베이트는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AI 예측 정확도와 생산량 증가, 비용 절감 효과를 실제 농가에서 입증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스마트팜 에이전트 유료 고객과 적용 농가를 빠르게 확보해 나가기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 서비스 정확도와 고객 편의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AI 기술로 스마트팜 관리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농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0 11:24장유미 기자

한전KDN, AI특화시범도시 등 국토부 스마트도시 핵심사업 동시 참여

에너지 ICT 전문 공기업 한전KDN(사장 박상형)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2026년 인공지능(AI) 특화 시범도시'와 '거점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에 동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전KDN이 참여하는 천안·아산 AI 특화 시범도시는 도시 전반에 AI를 적용해 에너지와 교통, 생활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는 미래도시 모델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수원 거점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은 도시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서비스와 기반 시설 구축,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스마트도시 중심도시 조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전KDN 관계자는 “이번 사업 참여는 전력 정보통신 전문기업으로 축적해 온 에너지 정보통신기술 역량이 스마트도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한전KDN은 전력과 에너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분석·운영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에너지 관리 분야 핵심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전KDN은 업스테이지·노타·오케스트로·디토닉·KAIST 등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 기업 및 학계와 함께 참여하는 천안·아산 AI 특화 시범도시 사업에서 도시 지능센터 기반의 도시 에너지와 가정 에너지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 도시 에너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수원 거점형 스마트도시 사업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과 운영체계 구축을 담당한다. 친환경 에너지 이용 확대와 탄소중립 도시 조성에 기여하며 도시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전KDN은 앞으로도 에너지 정보통신 전문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스마트도시와 분산에너지,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에너지 데이터 활용 분야를 연계한 새로운 도시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도시 운영 전반에 AI와 에너지 데이터를 접목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도시환경을 구현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스마트도시 생태계 조성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한전KDN 관계자는 “이번 스마트도시 사업 동시 참여는 한전KDN이 축적해 온 에너지 ICT 기술력이 첨단 AI 미래도시를 뒷받침할 핵심 동력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민관학 협업을 통해 교통, 안전, 생활은 물론 에너지까지 AI로 완벽하게 연결되는 미래도시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K-AI 시티의 글로벌 표준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전KDN은 이번 사업을 기점으로 스마트시티 데이터 민간 개방을 가속화하고 중소기업·스타트업 등과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상생 생태계 조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2026.07.09 12:13주문정 기자

[기고] 창덕궁은 왜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말하는가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창덕궁에 들어서면 먼저 시선이 움직인다. 종묘에서 걸음의 속도가 먼저 달라졌다면, 창덕궁에서는 눈이 안쪽으로 이끌린다. 문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고, 다시 방향을 틀어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곳이 단지 넓기만 한 궁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창덕궁은 한눈에 자신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한 겹씩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더 드러나는 궁궐이다. 그 아름다움은 화려하게 꾸민 장식에서 오지 않는다. 색의 화려함보다 배치의 질서에 가깝고, 건물 하나의 위엄보다 건물과 길, 마당과 숲, 처마와 산세가 서로를 해치지 않고 놓인 방식에 가깝다. 창덕궁은 먼저 압도하지 않는다. 걷는 사람의 시선을 천천히 옮기고, 몸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며, 궁궐의 깊이를 단계적으로 느끼게 한다. 종묘가 고요로 시간을 말한다면, 창덕궁은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말한다. 종묘에서는 의례와 음악, 침묵과 반복이 오래된 시간을 오늘의 장면으로 불러냈다. 창덕궁에서는 자연과 건축, 권위와 절제, 동선과 여백이 하나의 질서를 만든다. 그 질서는 눈앞에서 크게 외치지 않는다. 걸을수록, 돌아볼수록, 한 장면 뒤에 다른 장면이 천천히 열리면서 몸에 남는다.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가운데에서도 자연과의 관계가 깊게 읽히는 장소다. 경복궁이 왕조의 중심을 정면성과 축의 질서로 보여준다면, 창덕궁은 지형을 거스르기보다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궁궐의 표정을 만든다. 건물은 산과 숲을 밀어내지 않고, 길은 자연의 결을 따라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 그 안에서 궁궐은 하나의 권위 있는 공간이면서도, 자연과 오래 대화해온 장소가 된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그래서 단순한 미감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언어다. 왕이 머물던 공간과 신하가 나아가던 길, 공식 의례가 이루어지던 마당과 일상의 시간이 흐르던 전각, 숲으로 이어지는 후원의 깊이가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의 질서를 이룬다. 아름답다는 말은 여기서 보기 좋은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의 위치가 어긋나지 않고, 과하지 않으며, 오래 보아도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인정전 앞에 서면 궁궐의 권위가 보인다. 그러나 그 권위는 압도하려는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월대는 비어 있고, 전각은 물러서 있으며, 사람은 그 사이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치를 느낀다. 궁궐의 질서는 사람을 작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 안에서 어떤 태도로 서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선정전과 희정당, 대조전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궁궐의 또 다른 시간이 느껴진다. 권위와 일상, 의례와 생활은 창덕궁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이어진다. 창덕궁의 질서는 권위만의 질서가 아니라, 정치와 생활이 서로의 간격을 지키는 방식에 가깝다. 오래된 장소는 그렇게 사람의 태도를 바꾼다. 종묘에서는 걸음과 목소리가 낮아졌다면, 창덕궁에서는 시선의 방향이 달라진다. 앞만 보던 시선은 처마의 선을 따라 옆으로 흐르고, 마당의 비움을 지나 숲의 깊이로 이어진다. 건물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 길과 숲 사이, 비워둔 자리와 드러낸 자리 사이의 관계를 보게 된다. 후원에 이르면 창덕궁의 질서는 더 조용해진다. 그곳에서 궁궐은 더 이상 전각의 이름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연못과 정자, 숲과 언덕, 좁은 길과 열린 시야가 차례로 나타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걸음의 속도에 따라 장면을 나누어준다. 그래서 후원은 보는 공간이기 전에 걷는 공간이다. 빨리 지나가면 놓치고,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보인다. 후원은 왕들의 휴식처였고, 산책과 학문, 연회와 수양의 공간이었다. 부용지와 주합루, 애련지와 연경당, 옥류천 일대의 흐름을 떠올려보면 이 감각은 더 분명해진다. 물은 건물을 비추고, 건물은 물가에 서며, 숲은 그 뒤에서 장면의 깊이를 만든다. 어느 하나가 중심을 독차지하지 않는다. 물과 건축, 숲과 하늘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하나의 장면을 이룬다. 창덕궁은 조선 궁궐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궁궐이다. 이 사실은 창덕궁을 특별한 이름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그곳에 오래 이어져온 배치의 질서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세계적으로도 읽힐 수 있는 가치라는 점을 말해준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건물의 규모나 장식의 화려함에 있지 않다. 자연지형을 크게 거스르지 않고, 전각과 마당, 숲과 연못, 길과 정자가 서로의 자리를 해치지 않으며 놓인 방식에 있다. 창덕궁을 읽는다는 것은 궁궐 하나를 보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정전 공간은 왕의 권위를 드러내되, 침전 공간은 낮고 간결하게 놓이고, 후원의 정자들은 자연을 위압하지 않는 크기로 숲과 물가에 자리한다. 정문에서 정전과 편전, 침전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단일한 축보다, 창덕궁은 여러 개의 축과 흐름 속에서 궁궐의 표정을 만든다. 그 질서 안에서 권위는 자연을 밀어내지 않고, 자연은 건축을 삼키지 않는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균형에서 나온다. 궁궐이 자연 위에 올라선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결 안에 앉아 있다는 느낌, 건물이 숲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숲 사이에 자리를 얻었다는 느낌, 길이 목적지만을 향해 곧게 뻗기보다 장소의 흐름을 따라 조금씩 방향을 바꾸는 느낌이 창덕궁의 인상을 만든다. 그래서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화려함보다 절제에서 나오고, 과시보다 배치에서 나오며, 장식보다 관계에서 나온다. 창덕궁이 세계유산으로서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덕궁은 조선의 궁궐 건축을 보여주는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한 사회가 권위의 질서를 어떻게 공간으로 만들었는지, 그 질서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이곳에서 권위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서 더 깊이 남는다. 좋은 유산 공간은 사람에게 많이 설명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한다. 창덕궁은 안내문보다 먼저 시선의 흐름으로 말한다. 왜 이 길이 이곳에서 꺾이는지, 왜 전각이 이 자리에 놓였는지, 왜 숲이 이렇게 남아 있는지, 왜 마당은 비워져 있는지를 걷는 동안 조금씩 느끼게 한다. 그 느낌이 쌓이면 궁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장소 감각이 된다. 세계유산의 이름은 이 질서를 확인해주는 표지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보다 오늘 그곳을 걷는 사람이 무엇을 느끼는가다. 창덕궁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과거의 궁궐이 잘 남아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 들어선 사람이 자연과 건축, 권위와 절제, 비움과 배치의 질서를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창덕궁은 그렇게 조선 궁궐의 시간을 오늘의 감각으로 이어준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우리는 세계유산을 다시 말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유산을 말한다는 것은 등재의 이름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창덕궁이 보여주듯, 장소의 가치는 건축물의 보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장소가 어떤 질서를 품고 있는지, 그 질서가 오늘의 사람에게 어떤 감각으로 전해지는지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창덕궁은 아름다움으로 그 질문에 답한다. 더 많이 채워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자리를 지켜서 아름답다. 더 크게 드러내서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건축, 권위와 생활, 비움과 배치가 서로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그것이 창덕궁의 질서이고, 그 질서가 창덕궁의 표정이다. 아름다움은 장식이 아니라 질서다. 창덕궁을 읽는다는 것은 그 질서가 어떻게 장소의 표정이 되는지를 읽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물어야 할 것도 바로 그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으로 도시의 표정을 남길 것인가.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09 10:10이창근 컬럼니스트

에버스핀 '에버세이프 웹' 공공체육시설 부정 예약 원천차단

인공지능(AI) 보안기업 에버스핀(대표 하영빈)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관내 체육시설 예약 시스템에 웹 보안 솔루션 '에버세이프 웹(Eversafe Web)'을 도입해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예약 원천 차단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에버세이프 웹 도입으로 매크로를 이용한 비정상적인 대량 접속과 스크래핑 시도를 실시간으로 식별해 즉각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에버스핀 관계자는 “사람의 실제 행동 패턴과 기계적인 봇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구분해 내는 에버세이프 웹의 탐지 성능으로 매크로의 무차별적 요청으로 인한 서버 과부하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고질적인 예약 독점 문제를 해결했다”며 “시민 불만을 해소하고 누구나 공정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에버세이프 웹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적용된 매크로와 스크래핑 방지 기능뿐 아니라 웹 생태계 전반의 위협을 방어하는 차세대 종합 웹 보안 솔루션이다. 핵심 기술인 'AI-동적표적방어(MTD)'를 적용해 웹 소스코드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공격자가 웹사이트 구조를 파악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웹 소스코드 보호, 매크로 방지, 제로데이필터 등 웹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예약 매크로와 같은 비정상적인 접근은 물론 각종 해킹 시도를 무력화해 시스템 과부하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보장한다. 에버스핀에 따르면 그동안 성남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의 예약시스템에서는 테니스장·축구장·다목적시설 등 인기 시설 예약과정에 매크로를 통한 부정예약이 기승을 부려왔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공정한 시설 이용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매크로 방지 기술 도입을 추진, 에버스핀의 에버세이프 웹을 최종 선정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에버스핀은 지난 5월 솔루션 도입 계약을 체결한 이후 사전 트래픽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 지난달 30일 18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매크로 차단 모드로 전환해 운영에 나섰다. 에버스핀 관계자는 “에버세이프 웹은 단순한 방화벽이나 접근 제어 수준을 넘어, 실제 사용자의 행위 흐름과 기술 패턴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위협을 판별한다”며 “이번 성남도시개발공사 도입 사례는 대형 금융권과 공공에서 입증된 당사의 보안 기술이 시민들의 공정한 체육시설 이용 환경 조성에도 탁월한 실효성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편, 에버스핀의 기술은 암표·부정 예매 방지성능이 필수적인 티켓링크를 비롯해, 대규모 트래픽과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국세청 홈택스 등 공공·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적용됐다.

2026.07.09 10:04주문정 기자

야놀자리서치, 빅데이터로 글로벌 관광도시 경쟁력 분석한다

야놀자리서치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관광도시의 경쟁력을 분석한다. 기존 인프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관광객의 온라인 반응과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매력도를 진단하고, 한국 관광도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야놀자리서치는 미국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학교 H&T 애널리틱스센터와 공동으로 오는 16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2026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평가'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관광 시장 회복과 인바운드 관광 확대 흐름 속에서 지자체와 관광 기업이 데이터 기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야놀자리서치와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학교 H&T 애널리틱스센터는 지난해 영국 소셜미디어 분석 플랫폼 브랜드워치(Brandwatch)의 글로벌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한 '야놀자 매력도 지수(Yanolja Attractiveness Index)'를 공개했다. 해당 지수는 14개 언어 기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191개 도시의 관광 매력도를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관광 인프라와 공급자 중심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실제 남긴 온라인 언급, 평가, 감성 반응 등을 기반으로 도시 경쟁력을 측정했다. 올해 세미나에서는 추가 축적된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고도화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글로벌 주요 관광도시의 매력도 변화와 지역별 경쟁 구도, 도시별 강점 및 개선 과제, 한국 관광도시의 글로벌 포지셔닝 전략 등을 다룰 예정이다. 행사는 두 개의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겸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가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 개발'을 주제로 지수 개발 배경과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어 최규완 경희대학교 교수 겸 H&T 애널리틱스센터장은 '2026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 관광도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화해야 할 전략 방향을 제시한다. 패널 토론에서는 학계와 산업계, 공공 분야 전문가들이 글로벌 관광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인바운드 관광 확대 전략, 데이터 기반 도시 브랜딩, 민관 협력 모델 등을 논의한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관광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시설과 자원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며 “관광객이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느끼며 어떤 도시를 다시 찾고 싶어 하는지를 데이터로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는 한국 관광도시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지자체와 민간 관광기업이 수요자 중심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6 18:28안희정 기자

[기고] 종묘의 시간은 왜 아직도 현재형인가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종묘에 들어서면 먼저 걸음이 달라진다.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종묘 안에서는 시간이 조금 낮게 흐른다. 담장을 지나고 나무 사이 길을 걷다 보면 바깥의 소음은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넓게 비워진 월대 앞에 서면 목소리는 낮아지고, 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종묘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먼저 시선을 붙잡기보다 사람의 속도를 바꾼다. 무엇을 더 드러내기보다 덜어내고, 낮추고, 비워둔다. 그래서 그곳의 첫인상은 화려함이 아니라 고요다. 그리고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오래된 장소의 힘은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설명을 듣기 전부터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종묘의 아름다움은 장식에 있지 않다. 긴 처마선, 반복되는 기둥, 넓은 월대, 정면으로 이어지는 건축의 리듬은 보는 사람에게 하나의 질서를 느끼게 한다. 그 질서는 크고 웅장해서가 아니라 고요하고 단정해서 오래 남는다. 종묘의 시간은 멈춰 있지 않다. 그곳은 조선왕실의 사당이지만, 단지 오래된 건축물로만 남아 있는 장소가 아니다. 종묘의 힘은 건축과 의례, 음악과 몸짓, 침묵과 반복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간의 결에 있다. 건축이 의례를 품고, 의례가 음악을 부르고, 음악이 다시 장소의 공기를 바꿀 때 오래된 시간은 오늘의 장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종묘는 한 겹의 유산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고, 그곳에서 이어지는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종묘에서는 유형의 장소와 무형의 의례, 음악과 춤이 한자리에서 이어진다. 종묘의 시간이 아직도 현재형인 이유는 바로 이 이어짐에 있다. 건축은 의례를 기다리고, 의례는 음악과 춤을 통해 장소의 시간을 다시 깨운다. 우리는 흔히 유산을 남아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건물이 남아 있고, 기록이 남아 있고, 제도가 남아 있으면 유산이 보존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된 장소는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오래된 시간도 오늘의 사람에게 닿아야 비로소 현재가 된다. 조선왕실 유산을 함께 놓고 보면 종묘의 자리는 더 선명해진다. 궁궐은 왕실의 정무와 생활이 펼쳐지던 공간이고, 조선왕릉은 왕과 왕비의 사후 기억과 제향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종묘대제를 이어온 공간이다. 궁궐과 왕릉, 종묘는 따로 떨어진 유적이 아니라 조선왕실의 삶과 죽음, 기억과 의례가 이어지는 하나의 시간축이다. 그 가운데 종묘는 왕조의 시간이 의례와 음악, 춤을 통해 오늘의 장면으로 돌아오는 장소다. 종묘 정전 앞에 서면 공간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다. 넓은 월대는 빈터가 아니라 시간을 받아들이는 여백처럼 느껴진다. 긴 건물은 권위를 과시하기보다 시간을 길게 펼쳐놓는다. 반복되는 칸과 기둥은 단조롭지만, 그 단조로움 때문에 오히려 깊어진다. 보이는 것이 적을수록 사람은 보이지 않는 시간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그 시간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의례는 과거의 형식을 오늘 다시 행하는 일이다. 음악은 사라진 시간을 소리로 불러오는 일이다. 춤과 동작은 오래된 질서를 몸의 기억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이때 종묘는 건축물 하나의 이름을 넘어선다. 공간은 의례를 품고, 의례는 음악을 부르고, 음악은 다시 장소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낸다. 그래서 종묘를 읽는다는 것은 건축을 설명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사라진 시간이 어떤 형식으로 남아 있는지를 보는 일이다. 과거의 왕조는 사라졌지만, 그 시간을 대하는 태도와 형식은 장소 속에 남아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역사를 지식으로만 배우지 않는다. 오래된 질서가 사람의 걸음과 시선, 침묵과 호흡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몸으로 느낀다. 좋은 유산 공간은 정보를 많이 주기보다 잠시 다른 속도로 걷게 한다. 빠르게 이동하던 사람을 멈추게 하고, 서둘러 지나가던 시선을 한곳에 오래 머물게 한다. 종묘의 고요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는 도시의 예의에 가깝다. 오늘의 도시는 더 빠른 이동, 더 많은 정보, 더 강한 자극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도시는 반드시 많은 것을 보여주는 도시가 아니다. 때로는 덜어낸 장소, 비워둔 공간, 속도를 늦추게 하는 길이 도시를 더 오래 남긴다. 종묘가 지금도 현재형인 이유는 바로 그 느린 시간의 힘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을 가진 도시는 적지 않다. 그러나 세계유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이어가는 도시는 많지 않다. 등재는 유산의 가치를 확인받는 일이다. 하지만 등재 이후의 도시는 더 어려운 질문 앞에 선다. 그 가치를 오늘의 사람들이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 오래된 장소를 관람 대상으로만 둘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속도를 잠시 바꾸는 공간으로 살릴 것인가. 종묘는 그 질문에 조용히 답한다. 오래된 장소는 많은 설명보다 깊은 태도로 기억된다. 건축은 남아 있어야 하지만, 건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례는 이어져야 하지만, 형식만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 유산은 장소와 사람, 기억과 행위, 침묵과 소리가 함께 만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시간이 된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우리는 세계유산을 다시 말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유산을 말한다는 것은 등재의 이름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종묘가 보여주듯, 장소의 가치는 건축물에만 머물지 않고 의례와 음악, 사람의 몸짓 속에서 이어질 때 더 깊어진다. 그 이름이 오늘의 도시 안에서 어떤 경험으로 이어지는지, 시민과 방문자의 몸에 어떤 감각으로 남는지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종묘는 그 질문을 오래된 방식으로, 그러나 가장 현재적인 감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종묘의 시간은 아직도 현재형이다. 정전이 남아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 들어서는 사람의 걸음이 달라지고, 고요 앞에서 마음의 속도가 늦춰지고, 의례와 음악을 통해 사라진 시간이 오늘의 장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래된 장소는 그렇게 현재가 된다. 도시는 끊임없이 바뀐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뀌는 도시 안에서도 어떤 장소는 바뀌지 않는 속도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과거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도시가 자기 시간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유산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다. 종묘의 시간은 그래서 아직도 현재형이다. 오래된 장소를 읽는다는 것은 그 이어짐의 형식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의 도시가 잃지 말아야 할 것도 어쩌면 그 느린 시간의 감각이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03 18:00이창근 컬럼니스트

전국 청소년 춤꾼 모였다...'2026 진도 X 올아웃 스몰' 성료

진도군과 진도군문화도시센터는 진도군 회동무대 일원에서 개최한 체류형 댄스 문화 행사 '2026 진도 X 올아웃 스몰'이 성황리에 끝났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전국 6개 지역에서 참가 청소년과 동반 학부모, 운영 스태프를 포함해 2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주최 측은 올아웃 진도 맵을 별도 제작·배포해 참여객들에게 숙박·숙식 정보를 사전 안내함으로써 원활한 행사 운영을 지원했다. 행사는 첫날 워크샵으로 문을 열었다. 첫날인 26일에는 케이팝 강사 강정하,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출연팀 마네퀸 멤버 윤지, 코리아 갓 탈렌트2 우승자 크레이지쿄가 강사로 나서 참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팝업 워크샵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둘째 날인 27일에는 행사의 핵심인 청소년 오디션 경연대회가 총 상금 1000만원 규모로 열렸다. 크레이지쿄,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성스런 실용댄스 학과장을 비롯해 위에화 엔터, 웨이크원, 모드하우스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무대를 평가했다. 경연 결과 1위는 세시(3am, 서울), 2위는 익사이티드(해남), 3위는 글로우(목포)가 차지했으며, 이 자리에서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와 모드하우스는 참가 청소년 중 총 4명을 1차 합격자로 선정하며 대회의 성과를 더했다. 경연에 이어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출연팀 츠바킬의 멤버 미키와 레나가 특별 공연을 펼치며 대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알려졌다. 마지막 날인 28일은 전통문화 체험과 마무리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참가 청소년들은 진도북춤과 강강술래 클래스를 통해 진도의 무형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했고, 동시에 학부모 면담 클래스가 별도로 운영됐다. 모든 프로그램은 수료식을 끝으로 종료됐다.

2026.07.03 09:59이도원 기자

아랑×헤리티지랩, 도시장면 설계팀 '명경' 운영

민선 9기 지방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각 지자체의 비전과 핵심과제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간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원도심 활성화, 수변공간 조성, 테마거리, 공공디자인, 야간경관, 미디어아트, 전시·체험공간 등 다양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검토·추진되는 가운데, 공간사업은 단순한 시설 조성을 넘어 도시의 인상과 시민 체감, 방문객의 체류 경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경관연구소 아랑과 공간콘텐츠 헤리티지랩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에 맞춰 도시장면 설계팀 '명경(名景)'을 공동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명경은 지역이 보유한 역사·문화·자연·생활 자산을 시민과 방문객이 기억하는 대표 장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간과 콘텐츠의 방향을 통합적으로 제안하는 전문 협업팀이다. 도시는 시설의 목록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시민이 걷고 머물고 다시 떠올리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명경은 이 관점에서 지자체의 비전과 핵심과제, 중점사업이 실제 대상지에서 어떤 공간 경험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장소성, 보행 흐름, 경관 구조, 콘텐츠 적용 가능성, 운영 방향을 함께 다루는 협업 모델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약과 정책과제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개별 시설이나 단위 콘텐츠를 넘어 대상지의 맥락과 주민 이용 방식, 주변 경관, 부서 간 협업 구조, 유지·운영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명경은 이 과정에서 사업 간 분절을 줄이고, 지역 자산이 하나의 도시 인상과 체류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초기 방향 설정을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명경의 주요 검토 분야는 원도심·골목상권 명소화, 수변·공원·광장 공간 조성, 테마거리·관문경관·상징 조형물, 공공디자인·사인시스템, 전시·체험형 공간콘텐츠, 미디어아트·야간경관, 지역자산 기반 관광동선 및 체류공간 구상 등이다. 명경은 원도심, 관광거점, 수변공간, 야간경관, 공공디자인, 전시·체험형 공간사업 등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검토하는 다양한 공간사업이 지역의 장소성과 시민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초기 방향을 함께 살피는 전문 협업 체계로 운영된다. 사업 초기 구상 단계에서 대상지의 장소성, 보행·체류 구조, 콘텐츠 적용 가능성, 주민 체감도, 운영 방향을 함께 살핌으로써 지역의 장소 자산이 시민의 일상과 방문객의 체류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공간·콘텐츠 방향을 구체화한다. 경관연구소 아랑은 박상희 대표(이학박사·조경설계)를 중심으로 조경·경관·공공디자인 관점에서 도시공간의 첫인상과 보행·체류 구조를 검토한다. 공간콘텐츠 헤리티지랩은 이창근 소장(예술경영학박사·문화기술)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자원 해석, 공간콘텐츠, 미디어아트, 전시·체험 콘텐츠, 공공사업 기획 구조를 함께 만든다. 두 전문 영역을 결합해 공간은 있지만 명소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업, 시설은 조성됐지만 도시의 대표 장면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업의 초기 방향을 함께 살피겠다는 취지다. 이창근 헤리티지랩 소장은 “새 지방정부의 비전과 핵심과제는 결국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장소와 경험으로 구현될 때 힘을 갖는다”며 “명경은 특정 시설을 먼저 제안하기보다, 지역이 이미 가진 자산과 정책 방향을 시민과 방문객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는 공간의 인상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업 초기 단계에서 공간과 콘텐츠의 방향을 함께 검토하면 예산 투입 이후의 시행착오와 운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 공간사업이 단순 조성을 넘어 시민 체감형 장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무적 관점에서 함께 살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희 아랑 대표는 “공공공간은 물리적 정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보행 흐름, 시선, 체류 방식, 주변 경관과의 관계, 낮과 밤의 표정이 함께 검토되어야 시민이 체감하는 장소가 된다”며 “명경에서는 조경설계와 경관·공공디자인 관점에서 도시의 첫인상과 대표 장면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6.07.02 09:00이도원 기자

DS단석, 배터리 재활용 넘어 유가금속 회수 사업 첫발

DS단석이 도시광산 사업에서 생산한 유가금속회수 제품을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공급했다. DS단석은 지난 26일 군산1공장에서 귀금속합금연 약 50톤을 출하했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물량은 군산항을 거쳐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에 공급된다. 귀금속합금연은 납을 기반으로 은과 금 등을 포함한 금속 제품이다. DS단석은 금속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제련해 귀금속합금연을 생산하고, 매입처는 추가 정련을 통해 고순도 귀금속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공급은 DS단석이 배터리 재활용 중심 비철금속 사업을 유가금속 회수 분야로 넓힌 첫 상업 사례다. 회사는 올해 1월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 뒤 공정 안정화 작업을 거쳐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DS단석은 전자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은·금 등 금속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원료를 인쇄회로기판(PCB) 등으로 넓혀 사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6.06.29 09:17류은주 기자

국토교통기술대전 'AI도시포럼' 성료…산·학·연 AI도시 방향 모색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 도시 전환'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초연결지능도시의 미래발전 방향을 주제로 미래도시 핵심 기술을 총망라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은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의 부대행사로 'AI도시포럼'을 개최했다. 발표자·좌장·토론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행사는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KAIA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토교통 기술 축제다. 'AI도시포럼'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미래 국토교통 기술의 향연'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AI도시 전환을 위한 초연결지능도시의 미래발전방향'을 주제로 초연결, AI, 디지털트윈 등 미래도시 핵심 기술 관련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김성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팀장은 'AI 기반 도시 데이터 플랫폼의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김 팀장은 수동 연계, 부서별 상이한 규격, 비정형 데이터 활용 부재 등 기존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의 한계를 짚고, 그 대안으로 'AI-Ready 기반 초연결 지능도시 플랫폼'을 제안했다. 이기종 데이터를 스스로 인식해 표준 모델로 95% 이상 자동 변환하는 AI 컨버터, 국제표준(NGSI-LD 1.8+)을 준수하는 멀티모달 데이터 레이크하우스, 시민이 자연어로 묻고 즉시 답변을 받는 LLM·하이브리드 RAG 기반 대화형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팀장의 생각이다. 이어 최승현 스마트도시협회 본부장이 '초연결 AI 도시 구현과 실증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도시가 스마트시티에서 나아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연계해 움직이는 초연결 지능도시를 거쳐, 마침내 '스스로 판단하는' AI 시티로 나아간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지능센터(두뇌)·도시데이터(신경망)·로봇 인프라(신체)로 구성되는 K-AI CITY 참조모델과 함께, 원주 AI 혁신도시·천안·아산 초광역권 AI특화도시 등 실증 사례와 핵심 기술을 'Plug & Play'로 이식하는 'AI City Fit' 실증전략을 공유했다. 정승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AI도시의 실증모형과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 연구위원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70% 이상이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 이에 도시 내 모든 활동을 탄소배출로 환산해 AI가 분석·실행·환류하는 'U-MRV 통합플랫폼' 개념을 제안하는 한편,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등 AI 확산의 반대급부도 균형 있게 짚으며 실효적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정민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친환경 AI도시와 디지털 트윈의 미래와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건물이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약 35%,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2050년에도 현존 건물의 90%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건물 부문 디지털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3차원 합성곱신경망(3DCNN) 대리모델, 연세대 캠퍼스 디지털 트윈(Y-Digital Twin)과 양자최적화 마이크로그리드(Y-Microgrid), 서울 70만 동 규모의 도시 에너지 모델(GloBI·KoBI)을 소개하며, 그린 리모델링을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정량적 정책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럼을 주관한 이정훈 한국IT서비스학회 명예회장 (Urban AI 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포럼은 도시지능화의 가속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도시데이터의 AI Ready 데이터로의 전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며 모두의 AI구현을 위한 시대적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 자리였다"며 "오늘의 논의가 대한민국 AI도시의 표준을 제시하고 민·관·학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2026.06.25 16:24김기찬 기자

중기부 '창업도시 조성' 시동...대구·대전·광주·울산 4개 도시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대구, 광주, 대전, 울산 4개 창업도시에서 사업화 자금과 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통합 공고를 냈다. 다음달 7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22일 중기부에 따르면, 이번 통합공고는 지난 4월 발표한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의 후속 조치다. 지역 내 창업기업의 성장과 정착을 지원하고 우수 창업기업의 지역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창업도시'는 지역 대학·연구소의 혁신 인재,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와 실증 기반, 지역 산업기반 등 지역 내 창업자원을 바탕으로 사업화·R&D(기술개발) 및 투자 등 정부의 창업지원 수단을 유기적으로 결합, 지역에서 창업이 성장과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현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그동안 국내 창업생태계는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투자·인재·지원기관 등 핵심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 지역 창업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중기부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고 지역에서도 우수한 기술인재가 머물며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모 사업은 투자유치 이력이 있는 초기·도약 단계 기업을 지원하는 '투자연계형 창업패키지'와 지역 내 창업기업의 성장 및 이전을 지원하는 '지역창업패키지'로 구성, 기업당 최대 4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창업도시별로 대구 74개사, 광주 73개사, 대전 74개사, 울산 57개사 등 총 278개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는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의 핵심 원칙인 '지역 주도'를 실현하는 첫 번째 대규모 사업화 지원이다. 기존 중앙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278개사 가운데 100개사는 지방정부가 지역 전략에 맞게 지원대상과 선정방법을 자율적으로 설계하는 '자율선정' 방식으로 운영한다. '자율선정' 방식은 지역 펀드 투자기업, 대학·연구기관 추천기업, 지역 창업지원사업 우수 졸업기업 등을 대상으로 각 창업도시에서 별도 기준과 절차를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지원대상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창업정책 방향이 반영된 기업을 지역이 직접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지역 주도형 창업지원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자율선정' 방식을 제외한 '공모선정' 방식은 K-스타트업 공개 모집을 통해 178개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사업에서는 창업도시 내에 소재한 창업기업 뿐 아니라 창업도시로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도 적극 지원한다. 선정된 지역 이전 기업에게는 자부담금의 10%를 지방정부가 별도 지원하는 혜택도 제공된다. 조경원 중기부 창업정책관은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는 지역이 스스로 창업생태계를 설계하고 성장시키는 새로운 정책 모델"이라며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강점과 특성이 반영된 창업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기부는 기술인재 중심의 4대 창업도시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균형발전과 지역특화산업 등을 고려해 창업도시 6곳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창업생태계 100위권 내 창업도시 5곳을 육성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창업구조를 여러 지역 거점이 함께 성장하는 다핵형 창업생태계로 전환해 나갈 예정이다. '2026년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창업기업 통합공고'의 세부 내용은 K-Startup 누리집과 중소벤처기업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6.22 22:33방은주 기자

디토닉, 천안·아산시에 'AI 시티' 구축 나선다

디토닉이 AI가 도시를 이해하고, 피지컬 AI가 세상을 연결하는 AI 시티 건설에 힘을 보탠다. 디토닉은 천안·아산시 및 주요 AI 기업들과 협력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AI 특화 시범도시' 대상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천안·아산시 사업에만 총 6109억원 예산이 투입된다. 디토닉은 천안·아산시와 함께 도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가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해 다양한 AI 서비스가 구동될 수 있는 도시 AI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기존 기관별 상이한 구조와 시공간 정보 불일치 등으로 활용에 한계가 있던 도시 데이터를 수집·가공부터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표준화된 AI 도시 데이터 체계'로 탈바꿈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활용되는 도시 운영체계를 구현하고, 참여 기업들의 AI 기술과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연계·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도시 인지형 디지털트윈과 차세대 AI 서비스 개발에 다시 활용되며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전용주 디토닉 대표는 “AI 시티의 경쟁력은 개별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AI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나온다”며 “디토닉은 데이터와 AI를 연결해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AI 시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천안·아산시와 함께 세계적인 AI 도시 모델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AI 특화 시범도시 사업에는 총 6개 후보 도시가 지원했으며, 디토닉이 참여한 천안·아산시와 원주시가 최종 선정됐다. 천안·아산시 사업에는 디토닉 외에 오케스트로, 업스테이지, 노타, KAIST 등이 함께한다. 원주시에서는 에스트래픽, 현대자동차, NHN클라우드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2026.06.22 17:33백봉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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